신한은행, 리딩뱅크 탈환 멀어지나…충당금 이슈 부각
지난 6월 신한은행 NPL비율 0.35%…시중은행 평균 상회
NPL커버리지비율도 시중은행 평균과 격차 벌어져
공개 2021-09-09 09:30:00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탈환이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진/신한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탈환이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여타 시중은행보다 높게 산출되면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까닭이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충당금을 적게 쌓았을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은 가계여신을 적극 늘려왔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대출채권 중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뜻한다. 금융사들은 대출채권을 연체 기간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충당금은 부실채권 가운데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채권에 대비해 적립하며 순이익에는 마이너스 요소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을 발표하며 신한은행의 NPL비율은 0.35%라고 밝혔다. 이어 하나은행이 0.3%, 우리은행이 0.27%, KB국민은행이 0.26%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즉 신한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부실채권이 많았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업여신 비중이 컸던 탓에 NPL비율이 높게 도출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총여신은 292조2000억원으로 기업여신이 54.3%(158조6620억원)를 차지했다. 동기간 하나은행의 기업여신 비율은 52.9%(149조3750억원)로 나타났으며 우리은행은 50.9%(140조6540억원), 국민은행은 48%(154조8610억원)로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이번 발표를 통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 전체 NPL은 12조2000억원으로 기업여신이 86%(10조5000억원)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여신 NPL비율은 0.76%, 가계여신NPL비율은 0.18%로 각각 전년 말 대비 0.13%p, 0.02%p 축소됐다고 보탰다.
 
일각에선 신한은행이 충당금을 대거 쌓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NPL 커버리지 비율이 시중은행 평균을 하회 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019년 신한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115.9%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43%, 지난 6월 133.5%를 시현했다. 동기간 시중은행 평균은 각각 120.7%, 152.9%, 156.4%로 나타났으며 평균과의 격차는 4.8%p에서 9.9%p, 22.9%p로 벌어졌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충당금을 NPL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부실채권에 대한 대응 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130.2%, 165.2%, 172.8%로 매우 높았다. 우리은행 또한 121.8%, 154%, 164.6%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94.1%, 지난해 130.1%로 매우 낮았지만, 지난 6월 136.9%로 올라서며 신한은행을 3.4%p 차로 앞질렀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탈환에 적신호가 켜졌다. 충당금은 일회성 비용으로 인식되며 순익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연결기준 1조7771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며 9678억원을 기록한 국민은행을 8093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하지만 2017년 6551억원, 2018년 1227억원, 2019년 5846억원, 지난해 4408억원 뒤지면서 국민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올 상반기에도 신한은행은 1조2234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국민은행(1조4077억원)에 1843억원 차이로 석패했다.
 
신한은행은 쌓아놓은 충당금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충당금 환입이 줄었다. 충당금 환입액은 지난 2016년 476억원에서, 2017년 1140억원, 2018년 1132억원, 2019년 2270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지난해 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3% 급감했다. 올 상반기에는 환입액이 전무했으며 전입액만 1820억원이 잡혔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으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은 가계여신이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의 가계여신은 지난 6월 128조939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126조7620억원 대비 1.7% 증가했으며 국민은행은 각각 164조6200억원, 162조2090억원으로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은 129조9300억원, 125조6400억원으로 3.4%, 우리은행은 133조2010억원, 130조4270억원으로 2.1% 치솟았지만, 충당금을 적게 쌓은 신한은행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업여신 차주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들이 가계대출로 우회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라며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시점에 가계여신 또한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NPL비율이나 NPL 커버리지 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절대적인 충족 기준이 없다”라며 “다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살펴야 할 중요한 지표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향후 코로나19로 현실화될 수 있는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부실채권은 감축하고 충당금은 선제 적립하는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