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듈사업 눈독 들이는 한화, 미래먹거리·시너지 잡을까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사장 취임 후 미래 먹거리 총력
공개 2021-09-09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한화솔루션(009830)삼성전기(009150)가 매각을 재추진하는 와이파이(WIFI) 모듈사업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던 한화솔루션은 이번 인수 추진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모바일, 디스플레이용 등 고기능성 필름을 제작하는 첨단소재 부문과의 시너지를 위해 삼성전기의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내 와이파이 모듈사업부문과 태국 자회사 삼성일렉트로메카틱스 내 와이파이 모듈사업부문이다.
 
한화솔루션 여수공장. 사진/한화솔루션
 
삼성전기는 지난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 집중을 위한 와이파이 모듈사업 부문 매각에 나서며 올해 1월 국내 중견기업인 켐트로닉스(089010) 자회사 위츠에 1055억원에 매각하는 영업 및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했으나 지난 5월 계약 종료일을 앞두고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위츠는 급격한 시장 변화와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했지만, 삼성전기의 제품 공급 비중이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와이파이 모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솔루션이 삼성전기의 와이파이 모듈사업에 관심을 두고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는 한화솔루션의 주력 사업은 케미칼 부문과 태양광 부문으로 무선통신에 대한 시너지를 찾을 수 있을지다.
 
위츠가 삼성전기의 와이파이 모듈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철회한 이유도 사업부를 인수해도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계약을 파기했던 만큼 단순 사업부문의 실적만 보고 인수의향을 내비치진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의 모듈사업부문의 매출은 1조6550억원, 영업이익은 1103억원으로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을 제외한다면 와이파이 모듈부문의 영업이익은 절반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화(000880)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위성통신, 도심항공교통(UAM) 등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무선통신 관련 기술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한화솔루션의 여러 사업 가운데 첨단소재 부문에서 모바일·디스플레이용 고기능성 필름을 만드는 전자소재 사업과의 시너지도 예측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재무구조. 사진/NICE신용평가
 
여기에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7월 미국 에너지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업체 젤리(그로윙 에너지 랩스)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단순히 태양광 모듈을 생산·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기반의 고부가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라고 인수 배경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지난 4월 첨단소재부문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에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 개발실 출신 황정욱 사장을 영입해 신사업을 맡기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 정세영 부사장과 구경하 상무를 데려와 전자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한화그룹의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사장이 지난해 9월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성과를 내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예상된 시나리오라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재생 에너지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한화 역시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자금 유동성을 살려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와 관련한 사업에서도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신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2월 1조4104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만큼 자금력에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한화솔루션의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만 2조4302억원에 이르고 있어 약 1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는 부담도 없다.
 
또한 한화그룹은 지난 5월 KDB산업은행과 향후 5년간 최대 5조원의 자금을 저리로 빌릴 수 있는 ‘그린에너지 육성 산업, 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지원도 가능하다.
 
이에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올레드(OLED)패널 제조의 핵심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 관련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더블류오에스 지분 100%를 6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RES프랑스 인수. 사진/한화솔루션
 
지난달에는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RES프랑스 지분 100%를 7억2700만유로(약 9843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한화솔루션에서 그린에너지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큐셀은 이번 RES프랑스 인수로 토털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종합화학을 주력으로 태양광, 수소 등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면서도, 첨단소재 사업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와이파이 모듈사업을 추가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전기 모듈사업 인수와 관련해 검토를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면서도 “당장 현재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확인된 것은 없지만 사업 다각화를 위한 방안으로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