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급감한 OK캐피탈…여신 리스크 부각에 '이중고'
상반기 순익 270억원 전년비 41.8% 감소…대손충당금 증가 영향
금융당국 지적에 강점 보인 부동산금융 '축소'·충당금 '확대' 예상도
공개 2021-09-07 09:30:00
OK캐피탈이 올 상반기 악화된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강점을 보인 부동산금융을 사실상 축소하라고 압박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은 김인환 OK캐피탈 대표이사. 사진/OK금융그룹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OK캐피탈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강점을 보인 부동산금융을 사실상 축소하라고 압박해서다. OK캐피탈은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신용손실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과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를 비롯한 영업비용이 늘어나면서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유일하게 비빌언덕은 높은 수익성을 가진 부동산 금융이지만 이에 편중된 여신 리스크가 부각되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OK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별도 기준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464억원 대비 41.8% 축소됐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이 290억원, 119억원으로 143.7%, 판관비가 179억원, 147억원으로 21.8%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이에 따라 영업비용은 871억원, 602억원으로 44.7% 늘어났으며 영업이익은 336억원, 585억원으로 42.6%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OK캐피탈의 부동산금융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금감원은 OK캐피탈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부동산금융 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부동산 경기침체 등 외부환경 변화에 부실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영업본부별 상품구성비에 대한 목표제시 등을 통해 대출자산 구성을 다변화하라며 업종별 익스포져(위험노출액) 현황 점검 등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라고 보탰다.
 
OK캐피탈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사업기반을 확대했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지난 2018년부터 가계신용대출과 대부업체대출은 총자산의 30%를 넘기지 못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7조 2항 1호가 시행되면서 OK캐피탈은 기업금융을 늘렸다고 밝혔다. 특히 올 상반기 영업자산 2조7253억원 중에서 기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83.3%(2조2709억원)이며 기업금융 내에서 부동산금융이 66.4%(1조5086억원)를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OK캐피탈의 영업수익(1204억원)은 대부분 대출채권에서 나왔다. 대출채권수익이 1138억원으로 94.4%를 책임졌으며 리스수익은 19억원, 할부금융수익은 1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대출채권수익은 3.1% 늘어났으며 리스수익과 할부금융수익은 각각 50%, 48.6% 축소됐다. 대출채권수익에는 부동산PF와 주택자금, 기업·개인 대상 운전자금 등이 포함됐다. 즉 부동산금융을 주로 취급했던 OK캐피탈 입장에선 금융당국의 압박이 부담으로 다가온 셈이다.
 
여기에 OK캐피탈은 대손충당금이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금감원이 경영유의 조치와 함께 개선 조치 3건을 내려서다. 개선조치에는 불합리한 대손충당금 산정기준을 개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은 지난 2018년부터 한국채택회계기준 제1109호(금융상품)가 적용되면서 기대신용손실 인식을 위한 신용위험의 증가 정도에 대한 내부기준, 부도율(PD), 부도시 손실률(LGD) 산정기준 등이 필요하지만, OK캐피탈은 이에 대한 별도의 내규화된 대손충당금 산정기준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매 결산기 대손충당금 적립시 주요 리스크측정 요소와 PD에 반영하고 있는 경기전망 예측에 대한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OK캐피탈이 부동산금융에서 인수금융 쪽으로 선회하고 있으나 영업자산이 급격하게 이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경영유의 조치로 부동산금융 축소가 점쳐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금융당국이 과잉추심 방지 협약을 체결하면서 금융권은 부실채권 매각이 힘들어졌고 이로 인해 올 상반기 OK캐피탈의 대손충당금이 증가했지만, 금감원이 개선 조치까지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끝으로 “다만 부동산금융을 줄이게 되면서 리스크 관리, 이익 안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도 가계신용대출에서 주로 발생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환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개인연체채권 매입방안 시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모든 금융권은 코로나19 관련 개인연체채권을 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금융권은 반복적인 매각과 과잉추심 방지를 약속했으며 캠코는 매입한 개인연체채권에 대해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실시하는 등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로 했다.
 
OK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영업자산은 기업금융·심사부문 인력 확충 등을 통해 변화를 줄 것”이라며 “하지만 부동산PF의 경우 여신성 자산 대비 30% 이내로 제한하라는 감독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자기자본 규모상 자본완충력은 100%로 충분히 관리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지난해 말 외부감사 시 취급했던 부동산금융 수수료 이연 인식 권고에 따라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유사한 수준의 이익을 실현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올 하반기 규모가 큰 대출채권 상환이 도래하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의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올 상반기 증가한 대손충당금은 가계신용대출을 비롯한 소비자금융 대출잔고 증가로 인한 것”이라며 “신용대출 대손충당비율은 12%로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