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친환경' 하긴 하는데…한 걸음 더 멀어진 ESG 경영
포스코, 2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5년물은 ESG 채권으로
ESG 경영 강화 목적, 1조5000억원 그린본드 교환사채 발행도
배터리 소재·수소 등 친환경 소재 부문에 집중하지만 수익은 '아직
자사주 매입 논란·근로 환경 문제 해소도 '과제'
공개 2021-09-06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포스코(POSCO(005490))가 친환경 소재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ESG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소재·수소 등 친환경 비철강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다 검찰의 수사로 인한 윤리경영과 노동자 문제가 ESG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떠오르며 포스코의 ESG 경영이 시험대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ESG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포스코는 1일 매년 임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포스코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친환경 소재로 100년 기업의 길을 가다’로, 친환경 소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포스코의 계획이 담겼다. 최정우 회장 역시 이날 축사를 통해 “포스코포럼이 사업방식과 성장방식, 그리고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친환경 소재 전문 메이커로서의 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혁신의 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최근 자금조달 부문에서도 ESG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약 2년 만에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총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회사채의 일부를 ESG 채권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3년물과 5년물로 구성된 이번 회사채에서 5년물이 ESG 채권으로 발행되며, 이를 통해 모집한 자금은 2차전지 배터리 소재에 투자할 예정이다. 수요예측은 오는 8일로, 흥행 시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할 방침이다.
 
지난달 13일에는 친환경 관련 국내외 투자자금 조달 등 ‘ESG 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11억유로, 우리돈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해당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은 포스코가 보유한 자사주 약 293만주이며, 같은 날 종가를 기준으로 1주당 가치를 책정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ESG 목적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은, 기존에 수립한 친환경 소재 관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2030년까지 리튬 22만t·니켈 10만t을 자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t·음극재 26만t 생산체제를 구축해, 이차전지 소재 시장 글로벌 점유율 20%·연 매출 2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포스코의 목표다. 이번 회사채로 확보한 자금도 해외 광산회사 투자와 공급망 구축에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소 사업도 포스코가 역량을 쏟고 있는 친환경 소재 사업 중 하나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그린 수소 생산 500만t·수소 매출 30조원을 기록하고, 수소 생산 1위 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포스코의 이 같은 포부와는 달리 아직 친환경 소재 관련 매출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별도 기준 매출 구성을 보면 철강을 제외한 기타 매출은 193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약 2.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작년 2분기에 비해 12.27% 줄어든 수준이다. 기타 매출의 전체가 친환경 소재 관련 매출이 아님을 고려하면 배터리 소재·수소 사업 관련 매출은 더욱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결 기준으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포스코의 총 매출은 18조2933억원인 데에 비해 비철강 부문의 기타 매출은 6528억원으로, 전체의 약 3.56% 수준이다. 전년도에 비해서도 7% 성장하는 데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투자에 집중하는 시기로,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친환경 소재 부문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포스코가 진정한 ESG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해 친환경 소재·탄소 감축(E) 등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성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회(S)와 지배구조(G) 부문에서도 개선될 모습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 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금속노조가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원 64명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사주 매입 건으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은 최 회장과 포스코 임원들이 자본시장법 제174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조항’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지난해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개별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으로 인식돼 ESG 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고발 5개월 만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포스코 측은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고, 지금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미공개 정보로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4월10일 이사회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 향후 1년 동안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 회장과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이사회 결의 전이었고, 이후 주가가 계속 올라 1년 뒤 임원들이 평균 1억원 정도의 미실현 이익을 거두게 되면서 논란이 됐다.
 
포스코를 고발한 민변 등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려면 자사주 매입 결의 이후에도 자사주를 샀어야 하는데, 그런 임원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호재성 공시(자사주 매입) 전에 매입했기 때문에 포스코 쪽 해명은 납득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만일 검찰 수사 결과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가 인정되면, ESG에 대한 포스코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되며, 지배구조 관련 ESG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계속되는 근로자 사망사고도 ESG의 S, 즉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포스코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중대 재해자 수 목표를 0명으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포스코에서는 5명의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총 19명에 달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 2월 청문회 자리에서 "안전을 최우선 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3월에는 포스코케미칼 공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4월에는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포항제철소에서 225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대구 고용노동청은 해당 위반사항에 대해 과태료 4억33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 이후에도 5월에는 광양제철소에서 근로자가 사망했고, 6월에도 포항제철소에서 협력사 직원 3명이 이산화탄소 가스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가 회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포스코의 경우 규모가 큰 만큼 안전에 더욱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포스코는 현재 △안전조직 보강 △안전인력 보강 △6대 안전조치 사항 시행 △안전지킴이 도입 등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금속노조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ESG 업계 관계자는 “철강 등 중후장대 업체의 경우 사업 특성상 ESG를 실현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과 직결되는 ESG 부문과 그렇지 않은 부문에서의 차이가 발생한다면 진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