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전기차 시장 노린다…제네시스 출격 승부수
리콜 이슈 등으로 비용 부담은 증가…GV60 완성도가 제네시스 브랜드 영향
공개 2021-09-02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G80 전동화(BEV) 모델을 선보인데 이어 첫 전용 전기차 GV60를 올해 하반기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2종을 통해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를 선호하는 글로벌 시장을 적극 진출해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GV60(프로젝트명 JW)를 빠르면 올 9월경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 아이오닉5를 출시한데 이어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과 전용 전기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GV60.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지난 7월 G80 전동화 모델을 정식출시해 3주 만에 2000대 이상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사용하는 전기차 전용 모델은 아니지만, 출고가가 8281만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초기 성과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의 브랜드(전기차 제외)만 놓고 보면 올해 1~7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8만4661대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10만8384대)의 약 80%를 7개월 만에 달성한 것으로 월평균 1만2000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고급형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수입차와 맞먹는 가격임에도 판매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G80 전동화 모델은 전기차 구입을 통한 정부의 전기차 세제혜택이 반영돼 약 400만원의 할인을 별도로 받는다는 점도 이점이다.
 
다만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은 E-GMP 적용 모델이 아닌 만큼 엔진, 미션 등을 제거하고 배터리, 모터 등 전기 파워트레인 탑재됐기 때문에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기차보다 효율성은 떨어진다. 이에 87.2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국내 기준 최대 427㎞까지 주행이 가능하지만, 현대차의 아이오닉5(72.6kWh·429km)와 기아차의 EV6(77.4kWh·475km)에 비하면 주행거리는 더 적다.
 
고가의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이 비교적 시장에 잘 안착하면서 이제 소비자들의 관심은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GV60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역시 제네시스 GV60에 거는 기대가 큰데 오는 2일 제네시스 비전 발표회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자세한 기술과 성능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다.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사진/뉴시스
 
이번 제네시스 GV60의 성공 여부는 향후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사업 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SUV, 제네시스 등 고가차량 판매비중 확대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3세대 플랫폼 적용확대에 따른 원가율 개선으로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고 있던 만큼 제네시스의 브랜드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코나EV와 아이오닉EV 배터리 화재로 8만2000대의 리콜 결정에 따른 충당금으로 약 4000억원의 비용을 지출하면서 재무부담이 증가했고, 이에 따른 품질 이슈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기존 아이오닉과 코나는 E-GMP를 적용한 GV60와는 다른 플랫폼이지만, 안전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GV60은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하는 만큼 완성도를 더욱 높여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속적인 전기차 출시로 라인업을 강화하고 유럽 등 전기차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GV60은 기존 전기차 모델들과 전혀 다른 플랫폼으로, 구체적인 사양 등은 출시 일정에 맞춰 공개할 것으로 정확한 공개일정은 정해진바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친환경 모델 확충과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기술확보를 위한 자본적 지출(CAPEX)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확대는 더욱 중요하다.
 
현대차그룹 현금흐름. 사진/한국신용평가
 
현대차그룹의 실적을 좌우하는 완성차부문은 신규라인업 확충과 차세대 자동차기술 확보 등 연구개발(R&D)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CAPEX 규모가 2013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8조3000원가량으로 증가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 총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서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고 수소연료전지차,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투자 증가와 충당금 설정 등으로 현대차의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은 –6조6615억원을 기록해 전년(-4조7951억원)보다 38.9%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또한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54.7%에서 지난해 174.2%로 불어났다. 기아(000270)자동차는 현대차와 달리 FCF가 전년 대비 147% 늘어난 3조16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현대·기아차는 실적에 타격을 입으며 투자 부담 증가에 따른 우려가 나왔지만, 올해 1분기 각각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품질비용 제외시)하는 등 실적개선에 나서며 1조4000억원의 잉여현금을 창출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66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는 만큼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시장 점유율이 확보되면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제네시스 GV60는 프리미엄 라인이지만 소형 전기차로 벤츠 EQA나 테슬라 모델3 등이 경쟁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