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맥, '상폐 위기' 바른전자 인수…왜?
유상증자 참여, 정상화 의지 드러내
시너지 낼 수 있는 사업 있다고 판단
적자지속·상장폐지 가능성은 부담으로
공개 2021-09-01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에스맥(097780)이 매매거래정지 상태인 바른전자(064520)를 인수한다. 매출비중이 높았던 휴대폰 터치스크린 모듈의 부진으로 올해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바른전자를 통한 사업 확장과 시너지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다만 바른전자가 실적부진과 상장폐지 심의·의결 대상회사라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인수 효과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엔플러스(074610)는 에스맥에게 바른전자 주식 2242만9906주(지분율 30.44%)를 12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시했다. 바른전자 역시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다며 최대주주가 이엔플러스에서 에스맥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후 에스맥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바른전자의 유상증자에 참여, 50억원을 출자하며 바른전자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자회사가 될 바른전자의 자금을 지원해 줬으며 이를 통해 확보된 신주를 고려하면 에스맥이 보유한 바른전자 지분율은 38.75%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번 투자는 올해 영업실적 부진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다. 에스맥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3% 줄어든 466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는 주력 사업이었던 휴대폰용 터치스크린 모듈 부분의 매출이 올해 상반기 기준 4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96.6% 급감한 영향 때문이다. ‘자동차용 전구류·전자기기 사업’의 상반기 매출이 114억원으로 작년에 거둔 성과(66억원)를 넘어섰고 자회사 엔에스(217820)엠을 통해 진출한 ‘대전방지·IT제품군 포장자재 사업’의 매출이 278억원을 기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신규사업인 ‘바이오(진단원료항체, 진단키트)’와 ‘신기술금융투자’ 매출은 각각 4억원, 20억원으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바른전자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SIP(System in a Package)’를 바탕으로 플래시메모리카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에스맥은 바른전자가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협업 등으로 사업확장과 이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바른전자의 정상화다. 거래정지 상태인 바른전자는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를 제출했으며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음달 15일까지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바른전자는 지난 2018년 김태섭 전 바른전자 회장의 주가조작과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부채비율 413%까지 상승하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자본잠식률이 54%에 달했다. 2019년에는 무상·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나 수익성 부진 지속으로 인해 결손금이 쌓이면서 올해 6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14% 기록하고 있다.
 
영업실적(연결기준)을 살펴보면 매출은 2017년 1684억원, 2018년 930억원, 2019년 395억원, 2020년 230억원으로 감소세였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7년 -196억원, 2018년 -229억원, 2019년 -148억원, 2020년 -53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개별기준 영업이익 역시 2017년 -194억원, 2018년 -225억원, 2019년 -144억원, 2020년 -53억원으로 손실을 내 관리종목 지정 요건이 장기영업손실 발생을 충족했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영업손실도 계속 발생한다는 점을 볼 때 플래시메모리 사업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이번에 상장폐지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올해 개별기준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상장폐지 지정 가능성이 발생한다.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개별기준)은 관리종목 요건 충족이며 그 다음해까지 영업손실을 거두게 되면 상장폐지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바른전자의 올해 상반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10억원이다.
 
에스맥은 이번 인수와 관련 바른전자 경영정상화가 목표임을 밝혔다. 플래시메모리 등 바른전자의 자체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면서 에스맥과 함께 사업을 추진,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매출(연결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179.3% 늘어난 203억원을 기록(개별기준 매출 202억원으로 179.2% 증가)한 것을 두고 일부에선 실적개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른전자에 대한 투자가 에스맥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해도 6월 말 기준 에스맥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44억원이며 순차입금은 -841억원으로 사실상 무차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등 재무상태가 비교적 탄탄하기 때문이다. 
 
에스맥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심사 중인 상황에서 바른전자 상장폐지와 관련돼 뭐라 할 말은 없다”면서도 “에스맥과 바른전자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