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현대커머셜의 자본적정성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트럭 등 상용차금융 부문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갖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자본적정성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현대커머셜의 제416회 외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산업재금융과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있는데다 현대캐피탈·현대카드와 밀접한 경영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사시 현대자동차의 재무적 지원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표/한국기업평가
그러나 건설 경기 악화, 코로나19사태 등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은 상용차(버스·트럭)금융 자산건전성에 부담 요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실물경기 전반에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김경률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어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증가할 수 있다”라며 “작년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지원으로 상환유예가 적용중인 차주의 상환가능성 등을 검토해 일부 여신을 요주의이하로 분류하면서 요주의이하여신이 2019년 말 대비 크게 증가했다”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차주들의 상환능력 저하, 추가적인 요주의이하 분류 규모 등과 연계해 건전성 추이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자본 대비 관계회사 투자자산 비중도 높은 수준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커머셜이 보유하고 있는 관계회사 투자자산 규모는 1조1223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84.8%에 달한다. 이와 함께 현대커머셜은 최근 869억원을 출자해 현대카드 보통주 641만8613주를 컨슈머 프리퍼드 초이스 리미티드(Consumer Preferred Choice Limited) 등 5개사로부터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도 체결했다. 거래 상대방 5개사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지배를 받는 특수목적회사(SPC)다.
지분인수는 2022년 6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으로, 지분 인수가 완료 될 경우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에 대한 지분율은 28.5%로 상승할 전망이다.
표/한국기업평가
김 연구원은 “2017년 이후 관계회사 투자자산 규모가 자기자본의 80%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는 점은 자본적정성 측면의 부담요인”이라며 “향후 (현대카드 지분 인수 관련) 주식매매계약 진행과 계약이 자본적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레버리지배율과 신종자본증권 비중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레버리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올해 6월 말 총자산·자기자본과 레버리지배율(신종자본증권 자본인정비율 감안)이 각각 7.2배, 9.1배를, 조정자기자본비율이 14.3%를 기록하는 등 자본적정성이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레버리지배율은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자기자본에서 자기자본 내 신종자본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도 자본적정성 측면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올해 6월 말 기준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4.0%로 코로나19 발생 이전 시점인 2019년 말 대비 0.5%포인트 하락했으나, 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이 하락한 주 요인은 푸본현대생명보험 신종자본증권 등(약 1150억원)이 정상으로 재분류된 효과가 크다”라며 “이를 제외하면 요주의이하자산은 약 1000억원 증가했는데, 주로 관광버스 등 수송부문 상용차금융에서 건전성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사진/현대카드
김 연구원은 “코로나19는 관광버스 등 수송부문 상용차금융 차주의 영업활동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차주의 원리금 상환 유예 신청 규모가 동종업계(Peer) 대비 비교적 큰 편”이라며 “상환 유예와 유동성 공급 효과 등으로 차주 부실화 규모는 아직은 크지 않으나, 경기 전반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리스크관리를 위해 영업자산 취급액을 줄이는 등 자산성장 속도의 조절이 병행돼야 자본적정성의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금융 지원 정책 변화, 금리 변동 등에 따라 대손비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꾸준한 자산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