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일류'는 언제…수렁에 빠진 한화자산운용 해외법인
싱가폴·중국법인 적자 시현…해외투자자산 편입비중도 감소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로 등극…"글로벌 시너지 강화 추진"
공개 2021-08-31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화자산운용이 ‘아시아 일류(Top-tier) 자산운용사’를 목표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비한 모양새다. 코로나19와 사업 초기비용 투입으로 해외법인 순익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화자산운용은 수장 교체와 증권사 지분 인수 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지만, 선두 운용사 간 격차는 좁히지 못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와 금융투자업자 영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화자산운용 해외법인은 총 9억5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화자산운용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해외법인의 작년 상반기 순익(2300만원)에 견줘 적자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법인(연결재무제표 포함대상 기준)에서 2325억원을 벌어들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시현했으며 홍콩·뉴욕·런던에 법인을 보유한 삼성자산운용은 전년대비 39% 증가한 17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자기자본(8317억원)은 국내 운용업계 2위로 자리매김했지만, ‘아시아 일류 자산운용사’가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2014년 싱가포르에 첫 해외법인(HANWHA ASSET MANAGEMENT PTE.LTD)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에 깃발을 꽂은 이후 7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뚜렷한 성과가 없는 까닭이다. 앞서 한화자산운용은 싱가포르법인을 비롯해 2016년 말 중국 천진에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를 취득하며 100% 외자기업인 한화투자관리유한공사를 세웠다.
 
이어 2017년 미국 뉴욕 소재에 한화생명 미주법인을 인수했으며 2019년에는 베트남 호치민 주재사무소를 설립하고, 싱가포르 금융통화청으로부터 현지 운용업의 최상위 자격인 리테일자산운용업(Retail LFMC·Retail Licensed Fund Management Company)과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획득,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 주력해왔다.
 
국내주식형 펀드 위주의 운용업에서 벗어나 현지 직접운용 역량을 강화하고 리서치기능을 확대, 대체투자 등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진/한화자산운용
 
그러나 성장세는 정체된 상태다. 싱가포르 법인의 경우 올해 상반기 7억99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1년 전(-8억3200만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으며, 중국 법인인 한화투자관리유한공사의 순익은 321만원에서 마이너스(-)5억46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법인의 경우 8억5200만원에서 3억원으로 1년 새 순익이 65% 감소했다.
 
모회사인 한화생명 또한 지난해 한화자산운용에 5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잠재력 있는 해외운용사를 인수·합병(M&A)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의 혐의로 '기관경고'를 받은 데다 코로나19 등으로 시장 조사가 여의치 않은 탓이다.
 
해외 투자자산 편입 규모도 줄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주식·채권·수익증권·현금성자산 등을 포함한 투자자산 10조7244억원 가운데 해외투자 관련 자산편입 비중(공모펀드 기준)은 12.15%(1조3033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투자 자산 편입비중은 작년 말 14.48%에서 2.3% 감소했다. 전체 해외투자 설정규모(순자산가치)는 16조5370억원으로 전년말(14조4453억원)보다 14.5% 늘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23.9%)·KB자산운용(21.5%)·삼성자산운용(15.3%)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수장 교체와 지분 투자 확대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한화운용은 미국 반에크(VanEck) 자산운용의 자회사인 'MV 인덱스 솔루션'(MVIS)과 미국의 다양한 테마형 지수를 5년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한두희 대표이사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아 공격적인 경영에 드라이브도 걸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한화그룹 비금융계열사가 보유한 한화투자증권 지분 26.46%(5676만1908주)를 약 3201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등 시너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화운용은 테크핀 선도를 위해 AI얼라이언스펀드를 설립하고 동남아시아의 차량 호출·배달 서비스 '그랩'과 베트남 '빈그룹'에 투자하고 있으며, 한화투자증권은 싱가포르 캡브릿지 그룹(CapBridge Holdings PTE, LTD.) 지분투자를 비롯해 베트남 법인인 Pinetree(파인트리) 증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글로벌 비즈니스의 경우 초기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고 빌드업 과정에서 이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운용사 인수의 경우) 계속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단계로,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검토·추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