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도 소용없나…삼성전자, 약발 안 받는 이유
이재용 부회장 출소 후 보름만에 과감한 투자 배팅
해외 반도체 기업 도전에 모바일·디스플레이 등도 제자리 걸음
실적개선 위해선 경쟁력 확보 필요
공개 2021-09-01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한 지 보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삼성전자(005930)가 대규모 깜짝 투자를 발표하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5000원 선도 지키지 못하고 밀려나며 일명 ‘8만 전자’ 회복도 힘겨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투자를 확대해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바이오나 인공지능(AI) 등에서도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경쟁사들 역시 투자를 확대하며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고 모바일(IM)과 디스플레이(DP) 부문의 성장도 정체되며 우려감이 형성되고 있어 삼성전자가 경쟁 우위에 나서기 위해선 발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총 24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첨단 혁신 사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산업 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2018년 당시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번 발표는 그전보다 60조원이 더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인 111조원 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육성에만 150조원가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는 14나노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개발에 나서며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 격차를 다시 확대해 초격차를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 강화 전략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삼성도 자료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은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980년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 진입했을 때는 일본을 중심으로 20여개의 D램 업체들이 존재했다. 이후 가격 경쟁을 벌이던 반도체 업체는 2000년대 초반 들어서 10여개로 줄었고, 2007년과 2010년 D램 메모리 반도체 값이 10분의 1로 떨어지는 극단적인 치킨게임이 벌어지면서 현재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강 체제로 재편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남보다 한발 앞선 투자로 저가 공세를 버티며 미국과 일본 유수 기업들의 출혈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메모리반도체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에 반도체 경쟁사들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일수록 삼성전자 역시 역대 최대 투자규모를 발표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발표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며 "올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 단가는 25% 하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사업 부문도 우려감이 나타나긴 마찬가지다. 가전 분야는 LG전자(066570)를 비롯해 월풀 등과 경쟁하고 있고, 스마트폰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는 샤오미를 비롯해 애플 등과의 경쟁에서 아슬아슬한 1위를 지켜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 2016년 15억만대를 넘어선 이후 점차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매년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3250만대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출하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폴더블폰이란 신규 폼팩터를 통해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적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매출이 239조6000억원에서 236조8000억원으로 3조원가량 줄었다. 사업부별로는 반도체(DS) 부문이 같은 기간 74조3000억원에서 72조9000억원으로 감소했고 디스플레이(DP) 부문은 34조5000억원에서 30조6000억원, 모바일(IM) 부문도 106조7000억원에서 99조6000억원으로 역성장했다. 특히 모바일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100조원 아래로 떨어지자 전사 차원에서의 경영 진단을 진행하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은 주가로 반영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10만전자를 돌파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27일 종가는 7만4300원으로 지난해 종가(8만1000원) 대비 18% 밀린 상태다. 지난 1월11일 사상 최고가(장중 9만6800원)에서는 23%나 내려앉았다.
 
이에 반해 해외 기업들의 주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IDM 2.0’이란 이름으로 파운드리 산업 진출을 선언한 인텔 주가는 지난 연말 종가 대비 8.16% 올랐고, 미국과 일본에 공장을 짓고 생산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밝힌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도 같은 기간 8.66% 상승했다.
 
삼성전자 부진은 해외테크기업들의 주가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종가 대비 11.99% 상승했고, 페이스북은 같은 기간 36.41%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4.75%, 구글은 무려 64.38% 급등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포지션이 단순히 메모리반도체만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를 하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도 많은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 경쟁력이 필수”라며 “결국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분야의 실적개선을 위해선 선제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