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이기 나선 금융당국…카카오뱅크 집중포화 맞나
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 13.9%…은행권서 가장 높아
풍선효과로 주로 영위하는 전세자금대출 축소 압박받을 수도
공개 2021-08-30 09:30:00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카카오뱅크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카카오뱅크(323410)가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타 시중은행이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자금대출(전세대출)까지 중단하면서 풍선효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23조126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20조3133억원 대비 13.9% 증가한 수치다. 반면 내달까지 전세대출을 제한적으로 취급한다고 밝힌 우리은행은 2.1%, 일부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내주지 않기로 한 SC제일은행은 4%로 집계됐다. 신규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오는 11월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한 NH농협은행도 증가율이 5.8%에 그쳤다.
 
아직 가계대출을 죄지 않은 은행들도 카카오뱅크보다 증가율이 낮았다. 올해 들어 하나은행은 3.4%, KB국민은행은 5.2%, 신한은행은 7.2% 늘어난 수준이었다. 가계대출 증가액도 카카오뱅크는 올해 들어 2조8183억원이 불어났다. 업력이 오래된 ▲우리은행(2조7735억원) ▲국민은행(2조3887억원) ▲제일은행(1조2835억원) 보다 크게 늘었다. 즉 카카오뱅크는 여타 시중은행보다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출을 막은 은행에서 다른 곳으로 수요가 이전하는 풍선효과까지 시작되면서 카카오뱅크는 여타 시중은행보다 보수적인 여신정책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또 올 상반기 증가율이 연 환산 기준 8~9%인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3~4%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도 지난 17일 가계부채 문제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특히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카카오뱅크 입장에선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하로 낮추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려면 그 이상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급증 원인이 부동산 관련 대출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주택자금대출은 6조725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말 4조4868억원 대비 49.9% 치솟았다. 동기간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9.1%, 22.1%로 약 7%p 높아졌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 상반기 증가분 중 절반이 정책자금에 해당하는 청년전월세대출”이라며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도 연말까지 중신용대출 비중을 21%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여타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면서 카카오뱅크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장대로 올 상반기 전세대출 증가율을 24.9%로 가정해도 여타 은행보다 빠르게 치솟아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올 상반기 은행권 기타대출 잔액은 277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 226조원과 비교해 4.3% 늘어났다. 이는 카카오뱅크 전세대출을 원하는 차주가 많았다는 의미이며 풍선효과로 유입되는 차주가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타대출에는 전세대출 등 주담대에 포함되지 않는 주택 관련 대출이 들어갔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가 대출 증가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며 하반기 실적 관전 포인트도 대출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039490)은 올 2분기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693억원으로 전분기 467억원 대비 48.5% 확대됐다며 같은 기간 이자이익이 1415억원, 1296억원으로 9.2%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자이익은 대출금이 전분기와 견줘볼 때 7% 성장하고 순이자마진(NIM)이 2bp(1bp=0.01%p) 개선된 영향이 컸다고 보탰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카카오뱅크의 하반기 실적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로 대출 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는지와 신규로 영위하는 광고 수익의 추이라고 판단했다. 또 신용대출 외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며 기대할 수 있는 확장은 영위 중인 전세대출 확대와 신규 주담대·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