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기룡 기자] 올해 말 출범하는 HDC랩스가 시너지 기대감에도 리스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HDC랩스는 B2B에 특화된
HDC아이콘트롤스(039570)와 B2C에 집중된 HDC아이서비스의 합병인 만큼 사업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린다. 다만 한켠에서는 내부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보다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초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아이콘트롤스는 오는 10월26일 HDC아이서비스를 흡수합병하는 것을 안건으로 한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새 회사의 가칭은 HDC랩스이며, 합병비율은 HDC아이콘트롤스 1대 HDC아이서비스 0.6716833이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1일로 예정돼 있다.
HDC(012630)그룹이 HDC아이서비스의 상장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HDC그룹은 지난 2018년 HDC아이서비스에 대한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공모 희망가 밴드(8300~1만700원) 하단 이하를 제시해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번 흡수합병이 완료된다면 HDC아이서비스는 3년여 만에 우회상장을 통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셈이다.
HDC그룹이 HDC랩스 출범을 통해 HDC아이서비스의 우회상장을 재시도하게 된 까닭은 HDC아이콘트롤스와의 사업 연계성 때문이다. 아울러 HDC아이콘트롤스가 보유한 공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기술 역량과 HDC아이서비스의 부동산 운영관리 노하우를 결합해 공간 AIoT 플랫폼 기업을 출범시키겠다는 복안도 깔려있다.
현재 HDC그룹의 정보기술산업(IT) 솔루션 전문기업인 HDC아이콘트롤스의 사업부문은 △스마트홈 △스마트빌딩(IBS) △민간투자사업(SOC) △기계설비공사(M&E) 등 B2B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달리 HDC아이서비스는 △건물관리서비스(리얼티) △조경·인테리어 △고객관리 등 B2C부문이 주력 사업이다.
성공적인 선례도 존재한다.
대우건설(047040)은 지난해 자회사인 대우에스티와 푸르지오서비스를 합병해 새로운 통합법인을 출범한 바 있다. 당시 합병은 대우에스티가 푸르지오서비스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대우에스티는 사업관리시스템에서, 푸르지오서비스는 시공·임대운영관리에서 역량을 지녔던 자회사다.
이후 신규 통합법인인 대우에스티는 ‘부동산 토탈 케어 서비스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기존 2개 자회사가 영위하던 사업범주에서 부동산개발,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스마트홈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 결과 대우에스티는 지난해 매출(1486억원)과 영업이익(8억원)이 전년 대비 각각 70.21%, 54.90%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푸르지오 발라드’를 앞세워 소형 주택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DC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HDC랩스는 합병 추진과정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양사의 핵심 사업 역량을 융합함으로써 지속 성장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중첩된 사업 영역에서 신규 상품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공간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HDC랩스가 본래의 취지대로 지속 성장 가능한 경영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보다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일례로 HDC아이콘트롤스의 주력사업인 스마트홈은 세계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연평균 17.6% 성장할 전망이지만 계속해서 HDC현대산업개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대형 건설사들이 자사의 IT전문 계열사를 통해 스마트 네트워크 시스템 등을 수급하고 있어서다.
실제 HDC아이콘트롤스는 전체 매출 중 △2018년 67.65% △2019년 59.30% △2020년 64.90% 등을 내부거래로 쌓아왔다. 스마트홈·IBS 부문에서 수출을 진행 중이지만 최근 3년간 매출 비중은 평균 0.05%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44.61%수준의 내부거래비중을 유지했는데 해당 기간 HDC현대산업개발의 매출(1조5070억원)과 영업이익(3324억원)이 각각 23.25%, 13.43% 감소하자 HDC아이콘트롤스의 매출(1082억원)과 영업이익(65억원)도 각각 30.05%, 25.25% 줄어들었다.
B2C에 집중된 HDC아이서비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HDC아이서비스의 최근 3년간 내부거래비중은 △2018년 39.56% △2019년 37.76% △2020년 44.41%이다. HDC아이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1644억원)과 영업이익(38억원)이 각각 3.92%, 51.90% 축소되면서 2016년(-84억원) 이래 5년만에 영업활동현금흐름(-83억원)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HDC랩스도 아직까지 의존적인 수익구조를 지녔다 보니 오는 2025년까지 목표 매출 2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출범을 6개월여 앞둔 이번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합병 이후 보유하게 되는 현금성자산 2000억원과 개선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자금조달 여력에 기대어 초기 투자 및 실적변동성 등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당분간 리스크를 감내할 체력이 상당하다는 데 있다. 출범 이후 HDC랩스의 부채비율은 37.02%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일 때, 선진국에서는 200% 이하일 때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차입금의존도도 단순합계상 6.08%에 불과해 위험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치(30%)를 밑돈다.
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상반기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의 실적도 함께 하락했다”면서 “B2C부문을 확대해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데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영역과 고객망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출범 이후 발현될 합병효과 등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