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물류대란 현실화 ‘코앞’…해상노조 파업 가결
해상노조 조합원 92.2% 파업 찬성
공개 2021-08-23 17:17:33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 기업들이 선복(적재용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011200)의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이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면서 물류대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해상노조는 전날 낮 12시부터 이날 12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관련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재적인원 453명 가운데 434명(95.8%)이 참여한 조합원 투표에서 400명(92.2%)이 찬성하면서 파업이 가결됐다.
 
HMM. 사진/뉴시스
 
해상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가결에 따라 오는 25일 사측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HMM 선원들을 대상으로 채용작업을 했던 스위스 해운업체 MSC에 단체 지원서를 낼 계획이다.
 
앞서 해상노조는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 조정 중지 결정을 통보받으며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쟁의권)을 확보했다. 이날까지 사측과 노조 측은 조정을 이어갔지만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면서 결국 파업 수순에 이르렀다.
 
또한 해상노조 외에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도 지난 19일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마지막 협상에서 HMM 측은 두 노조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800%를 제시하며 거부했고 사 측 역시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양측의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 측은 “임금을 무조건 25% 인상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상반기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8년간 임금 동결을 감내한 만큼 제대로 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HMM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3435만원으로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6870만원이다. 이 가운데 해상직 남자 직원의 급여는 396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육상직 여직원은 2343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는 중소 선사와 비교해도 연간 급여가 2000만원 이상 적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경쟁사인 팬오션(028670)은 8700만원, 대한해운(005880)은 7100만원 등의 임금을 받았다.
 
해상노조와 육상노조가 함께 파업을 진행할 경우 지난 1976년 현대상선으로 출발한 HMM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하게 된다.
 
문제는 HMM의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 국내 수출업체들의 선복 확보가 어려워져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HMM의 올 상반기 컨테이너 수송량은 192만9031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같은 기간 국내 컨테이너 수출입 물동량(847만TEU)의 4분의 1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대외거래 비중이 29.3%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어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날 해양수산부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수출입물류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유사시 수송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파업이 진행되면 양측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되고 이에 따른 물류 차질 우려가 큰 만큼 마지막까지 노조와 협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