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채우는 제주항공…버티기 가능할까
올해 41대인 항공기도 연말까지 38대로 감축 예정
유증으로 자금 확보해도 단기차입금만 1761억원 달해
공개 2021-08-23 09:4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08959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진행하기로 하고, 차후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로 올 하반기에도 국제여객 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장기간 지속되는 적자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자금확충뿐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해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는 등 버티기 전략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매 분기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다.
 
제주항공 로비. 출처/뉴시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169억원, 영업손실은 15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5.9%(2652억원)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4.9%(1511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사업 운영자금으로 쓰여야 할 이익잉여금은 지난 2019년 기준 105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누적손실이 지속되면서 마이너스(-)3330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했다. 이에 자산도 크게 줄어들면서 같은 기간 1조4675억원이던 자산 규모가 2분기 기준 1조66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9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784억원에서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총자본(808억원) 대비 부채가 높아 부채비율은 1219%에 차입금의존도는 57%에 달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잠식률은 57.97%로 부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재무구조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7일 이사회결의를 통해 결손금 보전과 재무구조개선을 목적으로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결정을 내렸다.
 
무상감자를 통해 제주항공의 자본금은 1924억원에서 384억원으로 줄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여기에 지난 13일에는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계획도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약 2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기존 주식의 29.25%에 달하는 1126만53주를 발행한다. 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고 방식으로 이뤄지며, 할인율 15%를 적용한 1차 발행가액은 1만8650원이다.
 
이번 공모에는 최대주주인 애경그룹과 2대 주주인 제주특별자치도가 참여 의사를 밝혀 유증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006840)는 제주항공의 지분 53.39%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유증에서 481만주를 취득해 50.99%의 점유율로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앞서 진행한 유증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발행을 마친 만큼 이번에도 최대주주의 참여로 잘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증을 통한 모집금액으로 채무상환자금에만 80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1300억원가량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지만, 결손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제주항공이 1년 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1761억원에 달한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 항공기 리스에 따른 부담이 큰데 제주항공의 경우 총 4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자체적으로 구매한 3대를 제외하면 38대의 리스료를 매년 지불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항공기 관련 리스 부채는 3266억원으로, 이 가운데 유동성리스부채만 1076억원에 달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정상적인 항공기 운항을 위한 정비 비용 등을 포함한 충당부채만 해도 2299억원에 달한다.
 
이에 제주항공은 항공기 리스에 따른 비용 감소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총 항공기 대수를 38대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이미 지난 1월에 1대, 지난 3월에 2대를 반납하며 3대를 감축했는데 하반기에도 3대를 추가로 반납한다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항공기 대수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여객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공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지난 2018년 11월20일 보잉사와 B737 MAX 항공기 50대 구매계약(확정구매 40대, Option 구매 10대)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협상이 타결돼 항공기가 도입될 경우, 파이낸싱 비용과 유지관리비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적 개선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에 나서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수송량(RPK)은 2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104.9% 증가했고 국내 여객 단가도 같은 기간 18.2%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항공기 가동이 중단됐던 지난해의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이에 실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선 업황 회복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델타바이러스 전파 등으로 인해 이마저도 불확실한 처지다.
 
그렇다고 대한항공(003490)이나 아시아나항공(020560)과 같은 대형항공사(FSC)들처럼 화물운송기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주항공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여객기 내 화물 운송 사업허가를 얻어 운행하고 있는 항공기는 총 2대다.
 
업계 전문가들은 2대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렵고, 애초에 화물을 운송하던 기업이 아니었던 만큼 단기간에 노하우를 쌓기 어려워 화주를 찾는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자체가 크지 않아 싣는 물량도 적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 운송이 돈이 된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국토부의 인가도 거쳐야 하고 가장 큰 문제는 비용적인 부분이다”라며 “예를 들어 A380 같은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한다고 가정하면 안전 관리 등의 비용을 포함해 대략 30억원이 들어가는데, 자본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막상 항공기 개조를 거쳐 화물 운송을 시작해도 단가가 비싼 만큼 화주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LCC들이 당장 수익성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객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