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몰린 한국투자저축은행…부실 뇌관 터지나
기업자금대출금 38.4%증가… 중소기업·부동산·숙박·요식업 쏠려
기업대출 중 중기대출비중 98.76%…중소기업 절반이상 이자도 못는 좀비기업
내달 대출만기연장·원리금상환유예 만료…건전성 우려 확대
공개 2021-08-17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금융권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자본적정성 저하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특히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중소기업과 부동산·숙박·요식업 등에 대한 여신 비중이 상당한 만큼 기업금융이 은행 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기업자금 대출 잔액은 2조6423억원으로 1년 전의 1조9097억원에 견줘 38.4%(7326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증가 잔액은 SBI·OK·웰컴·유진저축은행 등 당기순이익 상위 5개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저축은행을 통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대출금 용도별 운용을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기업자금 대출이 전체 대출금(4조1598억)의 63%인 2조609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자금 대출금만 놓고 보면 98.76%가 중소기업대출로 이뤄졌다.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 대출금은 9633억원으로 1년 새 34.6% 증가했으며, 가계자금 대출은 24.4% 늘어난 1조5121억원으로 나왔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대출 증가는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2520개 기업 가운데 이자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39.7%(1001개)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2.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말(33.2%)보다도 높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중소기업(1244개)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전년도 47%에서 50.9%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10곳 중 5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인 셈이다.
 
저축은행 특성상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한 차주 신용도를 감안하면 대출자산에 내재된 신용위험이 큰 것이다. 더욱이 내달 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 종료 이후 부실징후여신의 건전성 저하가 본격화될 것을 감안한다면 부실징후여신에 대한 선제적인 충당금적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상반기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 잠정 실적 현황. 표/한국금융지주
 
현재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작년 1분기 2.41%에서 올해 1분기 2.1%로 0.31%포인트 줄어든 반면, 소액신용대출연체비율은 7.29%로 1.26%포인트 증가했다.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은 12.99%로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최저 BIS비율(7%이상)을 넘었지만 1년 전(15.74%)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익성을 보여주는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각각 1.29%, 13.04%로 전년대비 1%포인트, 5.24%포인트 하락했다. 별도기준 ROE(연환산)는 작년 상반기 19.6%에서 올해 상반기 16.50%로 떨어졌으며 당기순이익은 435억원에서 413억원으로 5.1% 쪼그라들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올해 상반기 순이익(회계감사인 검토전 기준)이 전기대비 감소한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한국투자캐피탈 두 곳에 불과하다.
 
고객 민원도 주요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저축은행에 제기된 고객 만명당 단순환산 민원건수는 0.42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50% 뛰었다. 유형별로는 신용대출 등 여신 부분에서 고객 불만이 가장 많았으며 채권추심, 고객 상담 등 기타 부문이 뒤를 이었다.
 
사진/뉴시스
 
한편 숙박업을 포함한 서비스업 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하반기 시행된 법정 최고금리(20%) 인하로 인한 운용수익률 하방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다중채무자 등 한계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자산건전성도 저하할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업종별 기업대출금을 살펴보면 부동산업이 1조3735억원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으며, 코로나19에 타격을 많이 받았던 숙박·음식점업(15.76%)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건설업(5.85%), 제조업(5.04%), 도·소매업(3.8%) 순으로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의 조치로 부실이 잠시 미뤄졌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코로나19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면 대손비용 증가와 수익성 하락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하락 배경에 대한 <IB토마토>의 물음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