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 M&A 속 짙은 그늘…F&F가 휠라와 다른 이유
F&F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 참여…5천억원 투입
차입금 급증에 향후 지분 추가 인수 가능성도 커…현금지출 지속
국내 판권 제외, 주 수익원 빠져 '타격'
공개 2021-08-17 09:3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디스커버리와 엠엘비 흥행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패션기업 F&F(383220)가 골프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나섰다. 미래먹거리가 절실한 상황 속 업계 형님 휠라가 골프용품업체 인수로 수조원대 기업에 안착한 선례를 벤치마킹한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F&F의 통큰 투자에는 재무적 부담이 상존하는 데다, 사업구조가 휠라와는 다르고 한국시장 영업권까지 빠져있는 만큼 장밋빛 전망 뒤에 그늘도 짙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F&F홀딩스(007700)는 미국의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 딜을 마쳤다. 테일러메이드는 글로벌 3대 골프용품 업체로 몸값이 약 2조원에 달했다. F&F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PE와 손잡고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중순위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주권부사채 등)에 2000억원, 후순위 지분 투자에 3000억원을 투입했다. 부족한 1조원의 금액은 금융권 대출로 충당하며 거대한 딜을 완주했다. F&F는 테일러메이드 지분 49.5%를 발판삼아 골프시장을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는 앞서 전개된 휠라의 아쿠쉬네트 인수 사례와 흡사한 형태를 띤다. 지난 2011년 휠라는 KDB산업은행에서 인수금융 5억 달러를 융통하고 6억2500만 달러(7180억원)를 투입해 아쿠쉬네트를 12억2500만 달러(1조4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휠라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아쿠쉬네트 지분을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추가로 거둬들이는 등의 작업을 거쳐 총 지분율 53%를 갖게 됐다.
 
이날 기준 아쿠쉬네트는 시총 4조6167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아쿠쉬네트 홀딩스 매출은 약 1조9000억원으로 휠라홀딩스 매출의 60% 이상을 담당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휠라홀딩스 매출 포션을 살펴보면 아쿠쉬네트를 제외한 한국과 미국의 휠라 매출이 각각 16%, 로열티 매출은 약 2% 선을 차지한다. 휠라는 아쿠쉬네트 인수와 함께 기존 8000억원대 수준에서 토탈 2조~3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패션기업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다만 F&F의 경우, 휠라처럼 마냥 핑크빛 미래를 그리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본적으로 F&F는 휠라와 매출 및 사업 구조가 상이하다. F&F의 패션사업은 라이선스(판권) 운영과 자체브랜드 및 수수료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F&F 매출은 8376억원인데 그 비율을 살펴보면 디스커버리(DISCOVERY, 대한민국) 46%, 엠엘비(MLB, 대한민국 아시아) 45%, MLB키즈가 8%로 라이선스 사업이 매출에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테일러메이드
 
반면 휠라는 자체 브랜드 사업이라는 점에서 F&F와 큰 차이를 보인다. 휠라는 라이선스 수수료 수익과 같은 로열티로 얻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 지난해 휠라를 활용한 브랜드 로열티로 올린 수익은 665억원에 달한다. 라이선스 사업자는 간접생산 방식이 주를 이뤄 제품개발에 한계가 있고 그룹 차원의 통합적 마케팅도 어렵다. 이는 골프사업과의 시너지 부문에서도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라이선스 사업자는 주기적으로 본사와 계약연장을 해야 하는 다소 번거로운 절차가 남는다. 이 과정에서 본사가 라이선스 종료 이후 한국시장에 직진출하는 경우도 있어 브랜드 유지 어려움이 상존한다. 쉽게 말해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재무부담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F&F는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해 메자닌을 포함해 총 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사모투자합자회사 출자를 위해 4000억원을 단기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등 막대한 차입부담을 안게 됐다. 올해 1분기 기준 F&F홀딩스 현금성자산은 805억원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F&F의 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 EBITDA)는 1580억원 수준이다. 기존 현금성자산에 연간 에비타를 고려하면 자본력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라지만, 이자비용 등으로 단기간 재무레버리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올해 1분기 F&F홀딩스 총차입금은 120억원 수준인데(단기차입금 106억원 포함), 이번 인수로 그 규모가 42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1.3% 수준에서 단숨에 46%가량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출처/F&F홀딩스
 
이자비용과 같은 금융부담도 커진다. F&F홀딩스 투자설명서를 살펴보면 이들은 일시적인 증권사 조달(브릿지론)을 통해 4000억원을 확보하고, 이후 영업 수입과 금융기관 1년 이하 차입을 활용해 차입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F&F홀딩스는 차입금 조달로 파생되는 이자비용만 연간 7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연결) F&F홀딩스 영업외이자비용이 약 5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1540%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아울러 휠라의 사례처럼 F&F가 테일러메이드 기업공개 이후 사모펀드(FI) 지분 추가 흡수를 고려하면, 향후 수년간 막대한 지출이 이어짐에 따라 현금흐름에 제한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F&F홀딩스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구체적인 단기차입금의 실행 방법 등은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라고 밝혔다.
 
골프브랜드 국내 판권이 없다는 점도 휠라의 사례와 다르다. 테일러메이드 국내 판권은 한성에프아이가 보유해 F&F는 국내 사업을 할 수 없다. 골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골프시장은 12조원 규모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실제 휠라 아쿠쉬네트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글로벌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3%로, 지난해 한국에서만 약 25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F&F 입장에서는 알짜배기 수입원이 사라진 셈이다.
 
F&F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투자는 테일러메이드의 국내 의류 판권 확보가 아닌 본사 경영권 인수가 목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수 후 F&F의 패션사업 노하우를 더해 테일러메이드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향후 지배회사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