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반쪽짜리?…원가 상승 우려도
폐플라스틱 화학적 분해 못 해…재활용 원료 사용도 50%만
중국 업체서 재활용 원료 수입…폐플라스틱 값·기술 장벽 등에 원가↑
공개 2021-08-12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케미칼(285130)이 최근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통한 화장품 용기 사업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재활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폐플라스틱을 SK케미칼이 직접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분해된 원료를 중국 업체에서 매입해 새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 가격 인상과 기술 미성숙 등으로 원가가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SK케미칼은 지난 2일 글로벌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우성플라테크와 협력해 친환경 화장품 용기 상업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이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재생산한 플라스틱 소재를 공급하고, 우성플라테크가 이를 활용해 고투명 화장품 용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란 폐플라스틱을 순수한 원료 상태까지 분해한 후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활용 방법이다. 또 다른 재활용 방식인 ‘물리적 재활용’으로 생산한 제품은 분해 단계가 낮아 식음료 용기로 사용되지 못하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화학적 재활용으로 재생산한 플라스틱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화장품 용기/SK케미칼
 
특히 SK케미칼이 공급하는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인 ‘에코트리아 클라로(ECOTRIA® Claro)’ 제품은 익히 알려진 ‘페트(PET)’로 분류돼, 사용 후 재활용이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 SK케미칼이 이번 협력으로 만드는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원료 50%에 기존 원료 50%를 더해 생산되는데 SK케미칼 측은 “높은 기술력이 있어야 가능한 업계 최고 수준의 제조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 측은 “울산공장 신규 코폴리에스터(PETG) 생산 설비 증설을 완료하고 7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라며 “9월부터 ‘에코트리아(ECOTRIA) CR’을 본격 상업 생산하고, 리사이클 제품 판매 비중을 2025년 50%, 2030년 10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SK케미칼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수거-> 분해-> 생산’ 과정 중 수거와 분해는 빠진 반쪽 사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SK케미칼이 직접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분해된 원료를 매입해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00% 재활용 원료만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 원료 50%에 기존 원료 50%를 더해 제품을 만든다.
 
이는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울산에 직접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롯데케미칼(011170)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울산 페트(PET) 공장 전체를 재생 페트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같은 SK(034730)그룹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이 2024년까지 매년 폐플라스틱 1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열분해 생산 설비를, 2025년까지는 연간 8만4000톤의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해중합 설비를 구축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계열사 간 협력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SK케미칼 측은 이에 대해 “분해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지만, 비용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원료 매입을 선택한 것”이라며 “분해·생산할 플라스틱 원료가 다를 수 있어 아직 관계사와 협력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고 추후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내 폐플라스틱 감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케미칼이 원료를 매입하는 곳이 국내 업체가 아닌 중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지난 5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과 설비를 가진 중국 기업 ‘수예(Shuye)’에 23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취득, 화학적 재활용 원료 생산능력 2만t에 대한 '구매권한(Off-take)'을 확보했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한 화장품 용기용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도 해당 구매 권한으로 확보한 것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생산하면 궁극적으로는 국내 플라스틱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에서 플라스틱이 충분히 수거되지 못하고 있어 매입을 택한 것이며, 최근에는 삼다수와 폐플라스틱 수거 관련 업무협약도 체결했다”라고 해명했다. 
 
폐플라스틱 가격 인상과 기술 장벽 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의 원가는 원료 플레이크(Flake, 분해물) 가격과 폐플라스틱 분해 원가가 결정한다”라고 전했다.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에 폐플라스틱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폐플라스틱 원료 플레이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지난해 7월 kg당 473원이던 PE플레이크 가격은 올해 7월 543으로 14.8%가량 상승했다. PE란 폴리에틸렌의 약자로, 페트병·주방용품·장난감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다. 강도가 높고 투명해 화장품 용기 등에 쓰이는 PP의 플레이크 가격도 같은 기간 432원에서 489원으로 13.2% 올랐다. 압축PET 가격 역시 1kg당 207원에서 313원으로 무려 50.7%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가능한 정도의 A급 폐기물은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케미칼 측은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는 현재 시장에서 기존 제품보다 30% 정도 가격이 높다”라면서도 “원가 상승의 경우 현재 폐플라스틱 가격보다 재활용 공정 추가에 따른 비용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이 화학적 분해 기술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익성의 변동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계 전문가는 “화학적 분해를 직접 하지 않을 경우 폐플라스틱 수급 등 외부적 요소에 따라 원가율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재활용 용기를 공급받는 업체의 가격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이번에 협력하는 우성플라테크의 고객사 로레알·에스티로더 등이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용기 활용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는 모두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기술적 한계와 폐플라스틱 수급 등의 문제로 원가나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업계 공통의 과제”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