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승부 시작하는 카카오뱅크…금융 대장주 '자격' 있나
시총 9위 등극…파죽지세 지속 여부에 물음표
가계·중소기업 대출로 한계…기업가치 전망 분분
공개 2021-08-11 09:2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323410)가 고평가 논란이 머쓱하게 유가증권시장에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지만 앞날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여전히 차이가 존재한다. 상장 직후 금융 대장주로 올라선 카카오뱅크는 이틀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며, 단숨에 시가총액 9위로 등극해 플랫폼 가치에 대한 기대를 내뿜고 있다. 하지만 여·수신 규모가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황에서 전세대출 지연 사태와 재무제표를 고려하면 밸류에이션(기업가치·Valuation) 고평가 우려가 기정사실인 만큼 향후 금융플랫폼의 성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8700원(12.46%) 상승한 7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6일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증시 입성 첫날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실패했지만 장 후반 수급이 몰리며 상한가를 기록, 단숨에 금융 대장주로 떠올랐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제기된 고평가 우려를 뒤엎고 금융주 선두를 달리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출처/한국거래소
 
상장 둘째 날 주가는 장중 8만9100원까지 치솟았으며, 시가총액은 37조2954억원으로 코스피 9위(보통주 기준)에 올라섰다. 종전 금융 대장주였던 KB금융(105560)은 물론이거니와 셀트리온(068270)POSCO(005490)(포스코), 삼성물산(028260), LG전자(066570) 등 내로라하는 대형주도 제쳤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파죽지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중소기업을 제외한 법인에 대해서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는 데다, 여·수신 점유율 역시 시중은행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예수금 점유율은 작년 말 현재 23조5000억원으로 2.2%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27.6%), 신한은행(23.9%), 우리은행(23.4%), 하나은행(22.5%)의 점유율은 20%를 웃돌았다. 원화대출(가계자금 신용대출) 점유율은 9.2%로 국민은행(26.2%)에 견줘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시중은행과 진검승부를 겨루기에는 아직 덩치가 작은 것이다.
 
  
 
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와 중소기업자금 대출만으로 금융시장 ‘게임 체인저’가 되기엔 한계도 있다. 결국 모바일 기반의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지만, ‘3일 내 이용 가능’하다고 내세운 전세대출의 경우 최근 심사 지연이 발생하면서 시스템 상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금리 경쟁력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3.67%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기업 가치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카카오뱅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29배로, 0.4배 안팎의 주요 금융주 PBR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금융플랫폼’ 확장성 측면에서 카카오뱅크의 모멘텀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적정기업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백아란기자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금융플랫폼 등 카카오뱅크를 칭찬할만한 포인트는 다양하다”면서도 “문제는 밸류에이션으로, 기존 금융주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예상순이익 2000억원 내외를 감안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150배를 넘는 수준으로 상장 초기 예상가치(20조원 수준)를 크게 상회한다”라며 “기존 금융주와는 비교될 수 없는 밸류에이션 영역에 진입했다”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주가는) 현재의 외형이나 수익성보다는 차별적인 성장 잠재력과 금융산업 내 높은 지배력 확보 가능성을 선반영 하고 있다”면서 “고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약 1300만명 수준인 카카오뱅크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지속 증가하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장과 카카오 생태계 내 시너지 창출 등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사업구조 구축이 실제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출시된 중금리대출에 대한 대손관리 역량검증과 주담대의 성공 여부가 향후 수익성과 성장성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가 수준이나 고평가 논란은) 시장에서 평가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출심사 인력을 충원하는 등 ‘넘버 원 리테일 뱅크·플랫폼 뱅크’으로 나아가기 위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정비하고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