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로 버틴 대한항공, 정부 지원 부메랑에 '하반기 적자' 예고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9월 종료…적자전환 우려
범죄 혐의 입증 시, 부정수급액 반환해야 할 수도
공개 2021-08-10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2분기에도 흑자 행진이 예상되는 대한항공(003490)에 하반기 실적 비관론이 찾아들고 있다. 실적 호조는 항공사의 주된 업무인 여객 수송이 아닌 화물 수송 증가와 운영비용 감소 덕분으로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대한항공의 실질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선 여객기 운항이 재개돼야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연내 수요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더해 오는 9월 끝나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적자를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연결기준 매출액 1조9097원, 영업이익 112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1.8% 늘어난 것으로 실적은 소폭 개선된 수준에 그친다.
  
화물 수송을 위해 좌석 장탈 작업을 진행중인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여객기. 출처/대한항공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은 1분기와 마찬가지로 여객기를 화물로 전환하는 등 화물사업에 집중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 세계 항공기 운항률이 급감하면서 항공 화물운임 인상과 물동량이 증가한 것도 주효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화물전용기, 개조화물기(CFL), 카고시트백 등 세 가지 방식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있다. 화물 운송물량을 늘리기 위해 좌석을 떼어내거나 좌석 위에 특수장비를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여객기 총 16대(B777 10대, A330 6대)를 화물기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여객기 운항 축소로 여객기 수송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면서 화물 수송 공급을 늘렸다.
 
이에 작년 3월부터 이달까지 대한항공이 화물전용 여객기를 운항한 횟수도 1만회가 넘었다. 작년 3월 기준 38회 운항했던 화물전용 여객기가 월 800회 이상 운항하면서 23대의 화물기 가동률은 전년 대비 25% 이상 높아졌다.
 
항공 운임은 올해도 강세가 이어지며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지난달 1㎏당 7.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1㎏당 5.49달러보다 43.8% 늘어났으며, 지난해 최고가(7.73달러)도 넘어섰다.
 
대한항공은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 수입 과일, 반도체 장비 등 다양한 특수화물의 수송 비중도 10%가량 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주노선 화물 수송 중 의약품, 신선식품은 다른 화물 대비 20%가량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여객 수요가 불확실해지면서 언제까지 화물로 버틸 수 있냐는 점이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인 2019년 매출 현황을 보면 국제선 여객에서만 7조2813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화물은 2조5574억원으로 매출 차이가 크다.
 
항공운송사업의 매출 비중에서도 여객 운송이 2019년에는 64%에 달했지만, 2020년 27%, 올해 1분기 9%대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화물은 같은 기간 21%, 57%, 77%로 증가했다.
 
또한 화물 운송이 늘어난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매출 비중이 적고, 항공운송사업 외에는 다른 사업에서 실적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송사업 외에 호텔사업과 항공우주사업 등을 추가로 전개하고 있다.
 
항공우주사업의 경우 2019년 384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에는 128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에도 87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호텔사업은 적자 행진을 지속하며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19년 56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803억원, 올해 1분기 203억원의 적자를 이어가며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한항공이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선 여객 수요 증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2월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 여객 수송은 전년 대비 57% 감소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로는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트래블 버블 효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여객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국내에서 4차 대유행이 번지면서 이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올해 9월이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끝나는 만큼 하반기에는 직원들의 임금 지불만으로도 적자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등을 위해 정부가 순환휴직 중인 직원에게 임금의 90%를 지원하는 제도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며 여객 매출이 크게 줄자 비상 경영에 돌입하면서 직원들의 급여를 20%가량 깎고, 일부 직원들은 순환휴직시켰다.
 
이에 대한항공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방침에 따라 순환휴직 중인 직원에게 임금의 90%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급했다. 여기에 델타변이로 인한 코로나 사태가 나아지지 않자 정부는 지난달 3일 저비용항공사(LCC)와 항공정비업 등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9월까지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9월까지는 그나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실적을 방어할 수 있겠지만, 10월부터는 임금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만큼 실적이 다시 고꾸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인 2019년 1분기 연간급여 총액을 살펴보면 4223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347억원으로 줄어들어 20%(870억원)나 감소했다. 직원 수는 2019년 1만7701명에서 올해 1만7934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급여에 의한 지출이 크게 줄었다. 다만 1분기 영업이익이 1015억원에 불과해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대한항공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직원의 임금을 충당해 놓고 휴직 중인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로 인해 향후 범죄 혐의가 입증되면 벌금과 함께 부정수급액을 반환해야 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하반기 전략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렵다”라고 전하며 부정수급 조사와 관련해서는 “고용노동청의 사실확인 요청이 있어서 3차례에 걸쳐 소명했고, 추가 요청이 있다면 성실히 조사에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