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행진' 이원다이애그노믹스, 적극적 투자에 유동성 위기 오나
매출 성장 넘는 비용 발생으로 적자 지속
지분 투자 등 자금 소요…보유 현금 축소
당분간 차입부담 늘어날 가능성 있어
공개 2021-08-05 09:4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최근 지분투자를 단행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245620))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유전체 분석서비스의 부진한 수익성으로 상장 후 줄곧 영업적자와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으로 투자비용과 차입금 관리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투자를 통해 호실적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회사가 연결기준에 편입되는 만큼 3분기 어느 정도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EDGC는 250억원을 들여 ‘메이플홀딩스’의 지분 50%를 취득했다. 메이플홀딩스는 캐나다의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 인수를 위한 투자목적법인이다.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자개발생산(ODM)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우수건강기능식품(GMP) 인증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소비자가 기준 1000억원 규모의 건기식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EDGC가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을 캐시카우로 삼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동안의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로 인해 이번 투자로 발생하는 현금유출이 유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 있다.
 
EDGC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018년부터 수익성(연결기준)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2018년 -68억원, 2019년 -86억원, 2020년 -51억원으로 적자였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2018년 -73억원, 2019년 -86억원, 2020년 -94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올해 역시 이 같은 기조는 유지됐으며 1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8억원, 34억원이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각종 비용이다. 유전체 분석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 등 부담과 액체생검(체액 분석을 통해 질환을 진단·모니터링하는 기술) 등 신규서비스를 위한 개발비·인건비 증가가 매출 성장세를 넘어서고 있다.
 
2018년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를 합한 비용은 283억원이었으나 2019년에는 653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977억원으로 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에 같은 기간 EDGC의 매출은 국내 임상진단검사기관에 체외진단시약·기기를 유통하는 ‘이디지씨헬스케어’를 종속회사로 편입(2018년)했다가 흡수합병(2020년)한 효과로 2018년 215억원, 2019년 567억원, 2020년 925억원까지 성장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8% 증가한 207억원을 냈음에도 비용이 235억원으로 30.5% 늘어나면서 적자를 지속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적자는 현금창출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 -86억원, 2019년 -180억원, 2020년 -112억원, 2021년 3월 말 -49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키운다. 실제 EDGC 역시 2019년과 2020년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으며 2018년 부채비율 45.8%, 차입금의존도 4.1%을 기록한 재무안정성 지표가 올해 3월 말에는 부채비율 152.8%, 차입금의존도 36%까지 올랐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적정기준(30% 미만)을 넘어선 상태다.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은 1분기말 기준 505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에 82.9%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509억원 현금·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무지표상 상환은 가능하지만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 인수를 위해 지분을 취득한 메이플홀딩스 투자자금 25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공시한 만큼 현금·현금성자산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다. 지분 취득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단기성차입금보다 적어짐에 따라 상환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특히 유전체 검사서비스와 신규사업(액체생검 등)의 아직 투자가 필요한 단계로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의약품 유통 사업의 매출이 크게 성장하거나 건기식 사업의 매출이 긍정적으로 반영되지 못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차입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기발행한 전환사채 중 일부에 대한 조기상환청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행한 600억원 규모의 3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 전환사채의 경우 전환가액이 5469원으로 현재 주가(4775원, 3일 종가)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7월 중 캐나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인수 과정에서 보유 현금성자산의 상당부분이 투입된 점을 감안할 때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권과 운영자금 소요에 대한 EDGC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26일 한신평은 무보증 전환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하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EDGC 측은 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이 종속기업으로서 연결기준에 편입되는 3분기부터 빠르게 영업실적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회복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3회차 전환사채는 공모사채로 3년 만기이고 전환 없이도 HTS로 거래가 가능해 조기상환청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EDGC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은 OEM·ODM 업체로서 안정적인 성장률과 수익률을 거두고 있기에 연결기준으로 편입되는 3분기부터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