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수소발전의무화…두산퓨얼셀, 수익성 우려 시름
2분기 실적, 매출 49.5%·영업익 91.7% 급감
수소발전의무화법 지연에 주민 반대까지 '첩첩산중'
공개 2021-07-30 09:4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두산퓨얼셀(336260)이 올해 연 매출 5000억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분기 실적이 부진한데다 정부의 정책확정이 늦어지며 경쟁업체들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고 수주를 따낸다 하더라고 설상가상으로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수소발전의무화제도’도 자칫 의무화 비율이 높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른다. 
 
28일 두산퓨얼셀은 지난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매출 555억7700만원, 영업이익 10억48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5%, 영업이익은 무려 91.7%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4억2100만원으로 95.4% 줄었다. 영업이익은 증권가의 추정치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매출액은 26%가량 낮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의 2분기 매출액에 대한 증권가 추정치 평균은 699억원이었다.
 
 
두산퓨얼셀 측은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수주 공백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 준비 등에 연료전지 관련 사업의 인허가가 중단되면서, 고객사의 발주가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란 발전 사업자가 생산하는 전력의 일부를 수소 발전으로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9년 1월 정부가 마련한 수소경제 로드맵과 이어지는 것으로, 수소경제 구축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연료전지의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수소 발전 규모를 키우기 위한 제도다. 
 
 
두산퓨얼셀 역시 올해 하반기 정부의 수소경제로드맵 2.0과 HPS 관련 내용이 구체화되면, 발주가 크게 늘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 수주실적보다 31% 증가한 142㎿(메가와트)로 설정했다. 업계에선 국내 연료전지 사업 발주 규모가 지난해 총 148㎿에서 올해 최대 300㎿, 2023년엔 400㎿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정부의 로드맵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차 로드맵 발표 이후 2년 이상 지났지만, 아직 발전 의무화 대상을 청정수소로 제한할지, 모든 종류의 수소를 포함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이원욱·송갑석·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관련 개정안들을 발의했지만, 일각에서는 청정수소만을 대상으로 발전량을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는 제조 과정 등에 따라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와 그레이수소(부생수소·추출수소 등), 브라운수소(석탄 개질 수소 등) 등으로 나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채수근 수석전문위원실은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청정수소의 활용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할 때 ‘청정수소’만을 대상으로 발전량을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청정수소 공급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의무 구매 대상을 청정수소발전에 한정하면, 청정수소가 아닌 그레이수소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위원실은 이에 더해 “청정수소 인증기관의 업무 범위·의무대상자의 범위 등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부사항을 담은 법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산퓨얼셀 익산공장/두산퓨얼셀
 
두산퓨얼셀 측도 이 점을 인지하고 지난 8일 송영길 대표를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익산공장에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진 않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제도가 통과돼도 하위법을 만들고 시행령도 거쳐야 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두산퓨얼셀의 수익성 개선 시기도 법안 마련이 늦어지는 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선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의 연내 시행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장기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무발전비율도 관건이다. 허 연구원은 의무발전 비율에 대해 “많은 조사가 필요한 예민한 문제”라고 전했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비율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추출하거나, 석유화학·철강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그레이수소’가 수소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그레이수소가 청정수소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천연가스 가격이 높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발전 효율이 높지 않으면 비율도 높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연료전지 사업자의 수익 개선도 제한될 수 있다. 
 
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경쟁자들이 속속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도 우려할만한 대목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쟁자는 SK(034730)그룹이다. SK그룹이 1조6000억원을 투자한 미국 수소전문기업 플러그파워(Plug Power)는 지난 5월 “SK와 함께 모빌리티와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라고 선언했다. 플러그파워는 기본모델인 프로젠(ProGen) 연료전지 모듈을 대량 생산해 모빌리티와 발전용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차(005380)그룹도 건물·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넥쏘의 차량용 연료전지 모듈을 발전용으로 활용해 울산에 시범운영 중인 1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통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의 폭발 위험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반대 역시 두산퓨얼셀의 실적 회복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004690)·두산건설이 함께 추진한 인천연료전지 발전소는 지난 2018년 12월 인천 동구청의 건축허가를 취득했지만, 인근 주민의 반대로 2019년 1월부터 약 10개월간 건설이 중단됐었다. 이후 겨우 합의에 성공, 지난 2일 준공을 알렸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추진하고 있는 송도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역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도 주민들은 폭발 가능성 등 주변 지역의 안전이 침해되는 것을 걱정해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계획을 반대하고 있다”라며 “인천시가 나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따내더라도 발전소 건립 등이 늦어지면 매출 반영도 늦어져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두산퓨얼셀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수소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수소발전의무화 제도만 보며 단기 실적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