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실적은 우등생인데…ESG경영은 '열등생' 전락
2017년부터 매출 영업이익 증가세…제약바이오 시장 도전장
ESG 종합등급 동종업계 대비 낮아…환경 부문 '발목'
지배구조 우수하지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과제
공개 2021-07-28 09:3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국내와 해외 모두 호황기를 맞고 있는 오리온(271560)이 시대적 흐름인 ESG 경영에서만큼은 그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동종 업계와 비교해 환경경영이 떨어지는 데다 기부 등 사회적 지표에서도 다소 아쉬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SG경영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업계 대장 격인 오리온은 2016년 분할 후 2017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은 매출이 전년 대비 10.2% 성장한 2조2298억원, 영업이익은 14.8% 증가한 3761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7%로 국내 식품업계가 평균 한 자릿수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다.
 
오리온은 올해 글로벌식품 헬스케어 기업으로 제2도약을 펼치겠다고 선포했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3월 중국 국영 바이오기업 루캉과 각각 지분 65%, 35%로 ’산둥루캉하오리요우생물기술개발유한공사‘ 합자법인을 출범했다. 지난해 오리온 중국 매출은 1조909억원, 영업이익 1832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오리온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160조 규모의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다.
 
그런데 오리온이 사업적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ESG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 따르면 지주사 홀딩스와 오리온의 종합등급은 'B+'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배구조(G) 부문에서 A+, 사회(S) B+, 환경(E)은 C등급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지배구조(G) A+, 사회(S) B+, 환경(E)은 B등급을 보였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단연 환경(E) 파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 수년째 오리온홀딩스는 환경(E) 지표가 C+ 오리온은 B등급에 머물러 있다. 'S', 'A+', 'A', 'B+', 'B', 'C', 'D'까지 총 7등급에서 하위권 수준이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등급 평가 시 B는 리스크 측면에서 위험한 등급으로 인식한다”라면서 “보통 B나 B+를 가르는 요인은 정보공개를 얼마나 충실하게 하느냐로 갈릴 가능성이 높은데, (등급에 미루어 봤을 때) 오리온의 정보공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게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이는 식품업계 ESG 현황을 살펴보면 비교가 더욱 두드러진다. 오리온과 함께 대표적인 식품 대기업으로 꼽히는 롯데제과와 CJ제일제당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서 모두 종합 A등급을 받았다. 특히 환경 부문에서 오리온과는 대조적으로 각각 A등급에 안착하며 친환경 경영을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처/오리온
 
일례로 ESG평가기관 지속가능발전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오리온의 폐기물재활용률은 24.2%로 업종 평균인 70%와 비교해도 한참 떨어진다. 반면 롯데제과(280360)는 73%, CJ제일제당(097950)은 83.7%로 높은 리사이클링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보의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포인트로 꼽힌다. 이미 ESG 중요성을 인식한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거나 공식 홈페이지에 ESG(지속가능경영) 탭을 만들어 자사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만, 오리온은 다소 미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IB토마토>에 “기업이 ESG 정보를 공시하는 건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 꼽힌다. 공시의 중요성 측면에서 해외에서는 노데이터(No data) 노스코어(No Score)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SG활동이 개선되는 걸 ESG모멘텀이라고 하는데, 실제 이를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오리온은 최근 환경강화를 위해 생산, 설비, 관리 등 6개 부서의 실무 담당자들로 구성된 ‘그린 TFT’를 신설했다는 입장이다. 그린 TFT는 전사적 협업을 통해 탄소배출 목표 설정, 데이터 통합 및 관리, 에너지 절감 방안 등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윤리경영을 실행하며 친환경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라며 "지난 3월 ‘글로벌 탄소배출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그룹 차원의 친환경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경영을 뜻하는 ’S’ 부문에서도 부족함이 발견됐다. ‘S’ 부문 지표를 구성하는 지표 중 하나인 기부금 내역을 살펴보면 오리온은 2019년 16억원, 지난해 11억원을 기부금으로 처리했다. 영업이익 대비 각각 0.5%, 0.3%에 그치는 수준이다. 반면 롯데제과가 기타비용 기부금 항목으로 처리한 금액은 2019년 96억원, 지난해 62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9.8%, 5.5%에 달했다. 
 
지배구조(G) 부문을 살펴보면 ’A+’ 등급으로 우수한 구조를 보유한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3가지 파트에 총 15개 항목이 있는데 오리온은 이 중에서 12가지 항목을 만족했다. 다만 주주(4), 감사기구(5) 항목을 모두 준수한 반면 이사회 부문에서 상호 견제를 위한 이사회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항목을 따르지 않았다. 오리온의 정관 제24조에는 주주총회 의장은 대표이사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가 대주주 영향으로 독점선임되는 것을 견제하는 방법이지만 이 역시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은 감사기구를 통해 상호 견제를 이루고 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면서 “현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았지만, 분리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이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