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석탄발전 1700억 출자…무색해진 SK그룹의 'ESG 경영'
"고성그린파워 지분 19% 확보에 대한 추후 납입"…지분 처리 계획 없어
정부 탈석탄 기조·연료비 단가 상승에 수익성 우려도 확대
공개 2021-07-19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그룹 수소사업의 미래로 꼽히는 SK가스(018670)의 행보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SK가스가 최근 밝힌 신사업은 대부분 기존 주력 사업인 LNG와 연관된 사업이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투자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석탄화력발전소 ‘고성그린파워’에 대한 대규모 출자다. 업계와 환경단체에서는 친환경 에너지기업을 자처하는 SK가스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ESG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스는 지난달 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의 변화에 대한 포부와 계획을 밝혔다. 윤병석 SK가스 대표는“LNG와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 친환경에너지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비상하겠다”라며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ESG 경영 고도화를 필두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환경경영에 대한 세계 표준을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SK가스의 최근 신사업 투자 행보 중에는 윤 대표의 선언을 무색하게 하는 결정이 있었다. 바로 석탄화력발전소 고성그린파워에 대한 투자다. 공시 등에 따르면 SK가스는 올해 1702억원을 고성그린파워에 출자할 계획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이번 출자는 지난 2014년 설립 당시 확보한 19% 지분에 대한 추후 납입 건으로,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성그린파워는 SK가스와 SK건설·한국남동발전·KDB인프라 자산운용 등이 투자해 만든 국내 최대 규모 민자발전회사다. 현재 경남 고성군 하이면에 2080㎿(1040㎿ 2기)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1호기는 지난 5월 일부 가동에 들어갔으며, 2호기는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환경단체 경남환경운동연합·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석탄을넘어서 등은 성명을 통해 “고성하이화력발전소 2기는 연간 1400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경남 전체의 자동차 180만대가 4년 동안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고 30년생 소나무 21억그루가 흡수하는 온실가스양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SK가스는 SK E&S와 함께 SK(034730)그룹이 18조원을 들여 추진하는 '수소 생태계 사업'을 선도할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실제로 SK가스는 지난해 전사 전략인 스완(SWAN)2.0을 발표한 이래 수소 사업에 박차를 가해 왔고, 최근 2025년까지 울산에 대규모 수소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환경 부문의 ESG 평가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고성그린파워에 대한 출자로 자체 ESG 등급뿐만 아니라 기업의 ESG 평판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윤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가스의 경우 올해 출자가 이루어지고, ESG 모범규준 개정안도 올해 시행되는 만큼 내년도에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ESG등급 하락 여부는 현재로서 단정지을 수 없지만, 평가 방향성은 석탄화력을 지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또 "SK가스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평가에 포함될 경우 지주사의 ESG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SK가스의 환경 부문 ESG 등급은 B+다.
 
SK가스 측은 미리 약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번복이 어렵고, 최근 이어지는 ESG 기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가스 측이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SK가스는 지난 2017년에도 석탄화력발전소 ‘당진에코파워’ 사업 승인을 받았지만, 정부의 권고로 복합화력발전소로 전환했다.
 
학계 관계자는 “한차례 석탄발전 관련 정부의 반대를 받았고, 최근의 ESG 기조를 고려하면 지분을 축소나 처리 관련 계획을 낼 만도 한데 예정된 지분출자를 진행한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목표가 있는 것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원가경쟁력과 가동률이 높은데, 특히 민간발전사의 경우 정부가 사업 지원 차원에서 총괄원가를 보상해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SK가스와 고성그린파워가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사인 ‘테라초이스(TerraChoice)’가 제시한 그린워싱 판단 기준인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에서는 △상충효과 감추기(작은 속성에 기초하여 환경친화적이라고 라벨링) △두 가지 악 중 덜한 것(범주가 전체적으로 환경적이지 않을 때 그 범주에 있는 다른 제품보다 더 환경적이라고 주장) 등을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로 꼽는다. 
 
고성그린파워가 홈페이지에서 석탄발전소를 '친환경 민자 발전소'로 소개하고 있다./고성그린파워 홈페이지
 
SK가스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에서 고성그린파워의 석탄발전사업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고성그린파워도 홈페이지에서 ‘석탄발전’이라는 말 대신 ‘친환경 민간 발전’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들이 그린워싱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ESG 강화 기조로 고성그린파워의 수익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충남대 미래전력망디자인연구실·기후솔루션·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CTI)가 함께 발표한 보고서 ‘탈석탄, 이제는 결정의 시간’에서는 ‘고성하이석탄발전을 비롯한 신규 7기 석탄발전소가 2035년 이후 모두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초자산이란 ‘기존에는 경제성이 있어 투자가 이뤄졌으나 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가 되어 버리는 자산’을 말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올해 초 ESG 모범규준을 정비하면서 △환경 관련 좌초자산 위험 인지 △위험 노출 자산 재평가 등을 기준에 포함시켰다. 고성석탄발전소의 운영 예정 기간은 25년이고, SK가스도 2051년 4월30일까지 고성그린파워에 석탄을 공급하기로 약정한 상태여서 발전소가 좌초자산이 되면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2022년 발전 부문의 배출량을 할당·제한하는 석탄총량제를 시행할 예정인데, 이로 인해 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석탄발전 총량제(2022년 도입 예상)는 전체 석탄발전기를 규제 대상으로 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석탄발전량을 제한하는 방침의 결정에 따라 최근 가동 또는 가동을 앞두고 있는 민자석탄발전사의 가동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고성그린파워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민자석탄발전사들의 경우 적정보수를 고려한 사업비를 보상받게 돼 있기는 하나, 가동실적에 따라 수익을 보전 받는 구조여서 가동률이 저하될 경우 재무안정성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석탄의 연료비 단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는 점도 수익성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14년 초 LNG 대비 25%에 불과했던 유연탄(석탄의 발전용 원료) 연료비 단가는 지난해 10월 96%까지 올랐다. 올해는 유가 회복으로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연료비가 더는 석탄발전의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향후 추가 자금 확보와 리파이낸싱(Refinancing)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대규모 PF(프로젝트파이낸싱)조달 이후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해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는데, 정부의 탈석탄 기조로 석탄화력발전소 리파이낸싱을 담당하려는 기관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포스코(005490)에너지 자회사 삼척블루파워의 경우 전량 미매각이라는 고초를 겪었다.
 
SK가스 관계자는 “고성화력발전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목적”이라며 “LNG·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ESG 경영에 집중하고 수익성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