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주년 기획: 2021년, 왜 ESG인가)②ESG 성과 내는 재계…지배구조엔 채찍 필요
ESG 대표하는 탄소배출 저감·배당금 등이 평가요소
지배구조는 오너 리스크·이사회 분리 등이 중요
공개 2021-07-19 09:10:00
이제 사람들은 기업에게 ‘이윤추구’만을 바라지 않는다. 친환경, 불평등 완화, 투명한 의사결정 등 사회적 가치를 요구하며 ‘ESG’가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도 ESG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비용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대출 등 금융거래와 정부사업 입찰, 인수·합병(M&A)에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위원회 설립,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 ESG 경영이 강화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의 부대조건이 아닌 본류로 부상하며, 2021년은 ESG가 경영의 핵심이 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되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간 2주년을 맞아 기업이 왜 ESG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과 향후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산업군에 따른 ESG 경영 현황과 과제 등을 6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 도심. 출처/뉴시스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재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트렌드를 넘어 돈이 되는 경영전략의 한 축이 되고 있다. 아직은 삼성전자(005930), SK(0347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 등 국내 4대 그룹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에 한해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중·소기업도 ESG 경영체계로의 재편이 예상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ESG 경영에 따른 성과로 투자 방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다수의 기업들이 앞다퉈 ESG 관련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ESG 평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자율공시에 따르지만, 2025년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보고서 발간과 공개의무를 지게 된다.
 
다만 통합된 ESG 평가 기준이 없다 보니 각 회사마다 평가 측정이 다르다는 점에서 개별 평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ESG와 관련한 성과를 금액으로 보여주는 만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활동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삼성전자
 
ESG평가,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공개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 현대자동차가 매년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ESG와 관련해 ▲기후변화(환경) ▲노동·복지(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해 소개하고 이에 따른 가치를 경제적 금액으로 환산해 공개하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ESG 활동으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1년간 창출한 총 지속가능경영 가치는 약 47조원이다. 이 중 재무적 가치는 당기순이익 증가로 인해 2019년 대비 약 21% 상승한 26조4100억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수계·폐기물 등 환경적 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했고, 여기에 투자자 배당, 협력회사 지원, 지역사회 개발 등을 합산한 결과 삼성전자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경제·환경적 가치는 20조5900억원으로 평가됐다.
 
특히 투자자 배당 증가로 인한 사회적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특별 배당금 성격의 10조7000억원을 집행해 투자자 및 채권자에 지급된 배당금과 이자지급액이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주주 친화 정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배당 계획을 세우는 등 배당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기말배당에 추가로 일회성 특별배당금이 더해져 2019년보다 5.4배 늘어난 13조1243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올해를 포함해 향후 3년간 삼성전자는 29조4000억원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하기로 한 만큼 사회·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려 지속가능경영 가치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LG전자의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2019년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한 가치는 28조3294억원으로 집계됐다. 그해 재무성과로 매출 62조3061억원을 달성했던 만큼 매출 가운데 45.4%에 달하는 가치를 창출해 냈다.
 
LG전자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생산 공정에서 에너지 고효율 설비와 탄소 배출량 감축 장치 도입을 확대했다.
 
이 결과 탄소 배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150만톤으로 줄어들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2680억원의 탄소 배출 비용이 2170억원으로 줄어든 효과를 본 것이다.
 
SK 계열사 가운데 ESG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2019년 기준 사회적 가치에 따른 경제 간접기여 성과는 4조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재 확보와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로 고용에 의한 가치만 2조8996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환경 분야의 비즈니스 성과는 -8177억원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준비과정에 따라 향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 경제적 가치 배분에 따라 별도 기준 39조9550억원으로 평가했으며, 협력사에 제공하는 원재료비에 의한 가치만 32조8030억원에 달했다.
 
이에 현대차는 중대 이슈관리를 공급망 ESG로 정하고 관리 정책 및 프로세스를 수립해 리스크를 관리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1차 협력사 환경경영시스템 인증 100% 달성과 함께 협력사 ESG 파일럿 평가를 실시(275개사)하는 등 관리에 나선다.
 
가치평가 금액에 대한 기준은 각 회사마다 다른 만큼 단순비교를 할 수는 없었지만, 자체 평가에서 금액의 증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은 사회적 가치 평가가 어느 부분에 집중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요소로 적용될 전망이다.
 
출처/LG전자
 
지배구조 문제 발견돼 개선해야 할 곳도 나타나
 
ESG 평가 지표 가운데 하나인 지배구조는 회사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꼽히는 항목으로, 오너의 부정행위가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요성 평가로 준법·윤리경영을 꼽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존 법무실 산하의 컴플라이언스팀을 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준법통제기준을 개정해 준법지원인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한 바 있다.
 
이는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략1팀장 등 임원 11명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이 정식 재판에 회부됐고, 삼성전자 법인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의계약을 통해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게 몰아주는 등 부당지원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이 같은 문제로 삼성은 내부 컴플라이언스 해결을 위한 과제로 보고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시스 유상증자 과정에서 배임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SK네트웍스(001740)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형이 확정되면 관련 계열사의 ESG평가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과 조 의장은 2015년 자본잠식 상태였던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SKC(011790)로부터 700억원을 투자토록 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조 의장은 지주사격인 SK의 재무팀장을 지낸 2012년에는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SKC가 199억원 상당을 투자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공모해 유상증자에 필요한 보고서 등을 과장해서 써서 이사회 결의를 유도하는 등 조직적으로 배임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범죄 혐의가 확정되면 ESG 경영 가운데 지배구조 관련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들은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회사의 업무와 회계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감시하고 있다.
 
또한 지배구조 항목에서도 사외이사를 늘리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등 경영상에 리스크가 없도록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수행해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ESG와 관련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 이사회 중심의 운영이 더욱 주효해질 것”이라며 “여기에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어 환경이나 복지 등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