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진흥기업 제값 받을 적기 아냐…매각 미뤄지나
부채비율 270%로 재무건전성 회복 위한 전략적 선택
건설부문 겹치는 만큼 매각 의향은 있다는 분석
프리미엄 브랜드 없어…원매자 찾기 만만찮아
공개 2021-07-13 09:2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효성중공업(298040)이 계열 건설사 진흥기업(002780)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채권단과 최대주주 지분을 합친 경영권이 걸린 통매각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자체 보유한 건설부문과 사업이 겹치는 만큼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지만 회복세에 나서고 있는 건설업 부문을 당장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어서 몸값을 더 키워 매각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9일 IB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이 진흥기업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매각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일 효성중공업은 보도 해명 공시를 통해 “진흥기업 지분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하거나 확정한 사실이 없다”라고 전했다. 효성중공업은 앞서 지난달 3일에도 이와 같은 내용으로 공시를 하는 등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전략적 검토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 공장. 출처/효성중공업
 
제값 받을 수 있을 때 매각 나설 전망

효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70%으로 재무건전성을 위해 부채비율을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단기 차입금이 3338억원인데 반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18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44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재무부담을 덜어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진흥기업 매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효성중공업은 부채비율이 높긴 하나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 장부가액 각 1조1349억원, 5473억원, 담보설정액 9172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급하게 진흥기업을 팔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시간을 갖더라도 시장에서 진흥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이뤄지면 팔겠다는 심산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진흥기업은 효성중공업이 보유한 건설부문과 사업이 겹치는 만큼 결국 파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당장 헐값에 팔 이유도 없는 만큼 시기를 두고 원매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력 분야인 중공업분야의 수익이 감소한 상황에 안정적인 이익이 나오는 건설업분야를 당장 처분하기에는 부담이 따르고, 향후 건설업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에 따라 기업가치를 더 높여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효성중공업의 중공업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3259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건설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2533억원, 영업이익 247억원을 올려 실제 수익성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중공업부문은 매출 2828억원, 영업손실 789억원을 기록했지만 건설부문은 매출 3517억원, 영업이익 297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한 중공업부문의 실적을 어느정도 방어했다.
 
특히 건설부문의 수준잔액도 1분기 기준으로 3조7299억원으로 중단기적으로 양호한 수익창출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진흥기업의 수주잔고만 2조8626억원으로 전체의 76.7%에 달해 진흥기업이 건설부문에서 올릴 수 있는 수익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차입금은 중공업과 건설부문 모두에서 안정적 수익이 나오는 만큼 유동성 문제는 크게 없는 것으로 안다”라며 “진흥기업 매각과 관련해서는 앞서 공시처럼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매자' 찾아 삼만리…쉽지 않은 매각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진흥기업의 최대주주로 48.21%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59년 설립된 진흥기업은 2008년 효성그룹이 931억원에 인수한 뒤 2018년 인적 분할을 통해 효성중공업 자회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2011년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보유한 무담보채권이 출자 전환돼 44%가량의 지분을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다. 당시 채권단 내 지분을 보면 우리은행 지분이 25.29%, 산업은행 7.59%, 하나은행 4.19%, 신한은행 3.04%, 국민은행 2.78% 순으로 지분률이 많다.
 
채권단은 2019년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함에 따라 지난해까지 진흥기업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지분율이 40%가 넘지만 경영권이 없는 탓에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채권단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20년까지 진흥기업 지분을 처분해야 했지만, 끝내 매각에 실패하자 금융위원회는 관련 여건을 감안해 처분 목표시점을 2022년까지 연장해 줬다.
 
상황이 이렇자 채권단은 올해 3월 말부터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장내 매도를 하고 있다. 이달 2일까지 채권단의 지분은 22.57%로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은행 13.31%, 산업은행 3.99%, 하나은행 2.21%, 신한은행 1.6%, 국민은행 1.46% 순으로 낮아졌다.
 
이에 진흥기업의 매각이 추진되면 효성중공업 지분 48.21%와 채권단의 남은 지분 22.57%을 더한 70.78%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흥기업에 대한 시가총액이 3586억원인 만큼 앞선 시장 매각가로 유추해 볼 때 예상되는 현재 매각가는 2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진흥기업 매각은 장기적으로 추진되겠지만,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최근 중흥그룹에 인수될 것으로 보이는 대우건설(047040)과 같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진흥기업은 대우건설처럼 푸르지오 같은 랜드마크가 없다는 점 때문에 가치가 높지 않다”라며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매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입찰하는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