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배터리 빼면 시체?…정유·화학 수익성 '와르르'
정유·화학 매출 비중, 86% 이상···주력 사업 회복 중요
신용도 하락에 자금 모집·투자 여력 약화···재무건전성 우려도
공개 2021-07-09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최근 배터리 부문 분사를 공식화하면서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배터리를 뗀 SK이노베이션의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에서도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단의 신용등급을 부여해 신중론을 택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배터리 사업 부문과 E&P(석유개발) 사업 부문을 분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날 개최한 ‘스토리 데이’를 통해 “배터리는 성장사업으로서, 발전을 위한 자원이 많이 들어가고 이를 조달하는 방안으로 (분할·상장 등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배터리 부문 분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에 따른 지주사 할인 영향이 동종 기업보다 적을 수 있다’라며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도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주가가 55%의 지주사 할인이 반영돼 있다고 판단, 앞으로 배터리 부문 실적 목표가 현실화하면 약 104%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주사 할인이란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기업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반영되는 현상으로, 앞서 LG에너지솔루션 분할 결정 때에도 주요 쟁점이 됐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은 이르면 내년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에는 1조원, 2025년에는 2조5000억원의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배터리를 뺀 나머지 사업 부문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이 업계 선두로 발돋움하려면 앞으로 5년간 약 18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사업이 탄탄하지 않으면 투자와 지원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업분석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사업 부문별 비중은 지난해 기준 석유 사업이 약 66.3%로 가장 크고, 화학 사업이 20.6%로 뒤를 잇는다. 윤활유 사업이 6.94%로 세 번째로 비중이 크며, 배터리 사업은 4.71%로 규모가 작다. 분할 예정인 E&P 부문 등은 1.44% 수준이다. 즉 석유·화학·윤활유 사업 등 SK이노베이션의 본업이 잘 돼야 주주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고 자회사 지원 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배터리 부문을 제외한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고, 영업이익은 약 2조1430억원 적자다. 특히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9년 4500억원에서 지난해 적자 전환해 2조223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화학 사업 역시 같은 기간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 121억원 손실을 냈다. 
 
증권업계의 실적 추정치를 보면 전망도 그리 좋지 않다. 하이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에 대해 올해 유가 급등 등으로 1조2300억원까지 영업이익을 회복하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6470억원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화학 부문 역시 코로나19 여파 감소로 올해에는 영업이익이 5640억원으로 개선될 수 있어도 내년에는 451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2분기 이후 정유 사업 전망에 대해 “유가 상승효과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1분기 대비 이익 창출 규모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실장은 이어서 “정유 부문의 본원적인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 마진의 본격적인 개선 시점이 수익구조 정상화의 주요 변수”라며 “향후 수급여건과 정제마진의 본격적인 회복 시점과 개선 수준에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라고 판단했다. 
 
정유사들의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영업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확대,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지출, 기존 재무부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유 등 SK이노베이션 주력 사업의 수익성 악화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강등한 이유에 대해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투자 및 배당 부담 지속 등으로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저하된 가운데, 본격적인 실적 개선 시기에는 중기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와 무디스 등도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 현재 SK이노베이션의 국제 투자 등급은 사실상 최하단인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의 기업공개를 서두르는 이유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자금 조달 실패로 시장 성장에서 소외되거나 과도한 차입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분할보다 더 주가에 부정적인 이슈”라며 “특히 대규모 차입의 경우 흑자 전환 이후 미래 성장에 대한 재투자가 아닌 차입금 상환에 자금이 소요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업평가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와는 별개로, 매출 비중이 훨씬 큰 정유·화학 사업에서의 변동성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재무구조 안정과 분할 후 주주가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석유·화학 부문을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생산 체계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등을 통해 수익성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이를 위해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처리 설비 90만t △친환경 소재 생산설비 140만t △생분해성수지 생산설비 6만t을 각각 확대할 방침이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