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호 하나은행 100일…외연 넓히고 소비자 보호 '절치부심'
소비자리스크관리 강화…라인·대만은행 설립 추진
코로나19발 건전성 하방압력·사모펀드 사태 '과제'
공개 2021-07-02 10: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는 가치는 바로 '사람'이다. 변화와 혁신의 시작점이자 지향점은 모두'사람'이 돼야 한다." 지난 3월 취임식에서 나온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첫 일성이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쳤던 만큼, 사람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통한 체질개선을 강조한 것이다. 오는 2일 취임 100일을 맞는 박 행장은 취임 목표로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은행’을 내걸며, 외형과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했다.
 
첫 번째 성적표 공개를 앞두고 있는 박성호호(號)는 금융당국 제재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지만 노사 갈등 봉합 등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며 조직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옵티머스 사태를 놓고 판매사와 갈등이 예고된 상황에서 코로나19발 한계차주 급증에 따른 여신건전성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취임식에서 하나은행 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박 행장이 취임 이후 100일간 가장 공을 들인 부문은 '신뢰회복'이다. 독일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이탈리아헬스케어·디스커버리·라임펀드 등 주요 환매중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신뢰도에 타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박 행장은 취임 당시 "금융의 변곡점을 돌파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위기를 새로운 기회를 바꿔야 하며, 그 해답을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박 행장의 경우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6세에 지점장을 맡는 등 '영업통'으로 꼽혔던 만큼 디지털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체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반이 결국 '사람'이라는 철학으로 귀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 일환으로 하나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가운데 처음으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한데 이어 지난 2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소비자보호 전문가로 꼽히는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소비자 보호 노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도 신설할 예정이다.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는 소비자 중심의 리스크관리체계로의 인식 전환 필요성을 인지하고 선제적인 소비자리스크관리 정책과 체계를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함께 박 행장은 취임 한 달 만에 '2020년 임금·단체협약'에도 합의했으며, 취임 첫 일정으로 영업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통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해외진출 등 외형확대도 박 행장이 힘을 주고 있는 부문이다. 지난 6월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권 처음으로 대만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타이베이(Taipei) 지점' 개설 인가를 획득했으며, 지난달 11일에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인 라인과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킹 서비스인 'LINE Bank(라인뱅크)'도 출시했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2540 전략'에 발맞춘 행보로, 하나은행은 아시아 시장에서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현지 시장 상황에 맞춰 디지털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박 행장 역시 2019년 6월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의 은행장에 취임해 인도네시아의 성공적인 현지 영업성과를 달성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박 행장이 풀어가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당장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남아 있는 데다 옵티머스펀드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구상권 청구 카드를 꺼내들면서 소송 리스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일반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반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환매 중단 사태의 공동 책임을 물어 수탁사인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코로나19발 금융지원 정책에 억눌려 있던 대출 부실도 뇌관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대출 이자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된 한계기업과 가계가 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하나은행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무수익여신잔액은 전년동기대비 9.7% 증가한 9074억원으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이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돈을 빌려 주고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대출로, 무수익여신이 증가할 경우 은행입장에서는 충당금 부담과 여신 건전성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표/한국기업평가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작년 4월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시행 중이고, 올해 3월 말 바젤III 최종안 조기도입에 따라 자본비율이 상당 폭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재무건전성 추이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와 관련한 재무건전성 하방 압력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의 총여신은 전년말 대비 2.2%(5조9600억원) 증가했으며 중소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은 각각 2.5%, 1.8% 늘었다. 총여신 비중을 보면 가계대출이 46.2%를 차지했으며 중소기업대출과 대기업대출은 37.2%, 15.5%로 조사됐다.
 
박 연구원은 "비이자부문, 해외사업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면서 "비이자부문에서 수수료수익 확대를 위해 금융투자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했으나, 불완전판매 리스크가 증가했고 해외금리연계 DLF, 라임펀드 등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손해배상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라고 평가했다.
 
해외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산업의 저성장 기조를 감안할 때 지역 다변화를 통한 성장기반 확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주요 진출지역인 신흥국 경제의 높은 변동성과 미성숙한 금융시스템을 고려할 때 해외사업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이예리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5개년 하나은행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0.6%로 수익성이 우수하나, 지난해 저금리 기조 하에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됐고,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하는 등 은행의 수익성 하방압력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올해 경기회복 기대감에 따른 금리상승과 함께 이자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나, 비교적 높은 취약업종 여신 익스포저를 고려할 때 경기 침체 국면에서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다소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대비해 3174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라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