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략 차질 빚을라…현대차, 위기감 커지는 중국 사업
올해 1분기 마지노선인 2%대 점유율 내줘
재원 마련과 운영 효율화 위해 베이징 1공장 매각
공개 2021-07-02 09:3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으로 가득한 곳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4대 전략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점하고 재도약을 이뤄낼 것이다”
 
중국 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에서 현대차 중국 사업총괄 이광국 사장이 강조한 말이다.
 
현대차·기아 중국 사업 총괄 이광국 사장이 중국 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최근 현대자동차(현대차(005380))가 유독 맥을 못 추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향후 비전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갈 길이 먼 상황이다. 현대차 중국생산법인의 점유율은 마지노선인 2%도 내준 채 적자 수렁에 빠져 위기를 겪고 있다. 재무건전성 지표를 보더라도 현금성 자산으로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를 회복하지 못하면 미래 모빌리티 시대 선점을 위한 그룹 전략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위기감이 감지된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중국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한 9만3000대(도매 기준)를 판매해 1.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얼핏 보면 전년 대비 상승으로 판매율이 회복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한 꺼풀 걷어보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이 막히면서 6만3000대 판매에 그쳐 기저효과에 따른 상승으로 사실상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과도 동떨어진 행보다.
 
지난해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는 2014만대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5316만대)의 37.9%를 차지하며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9.1%가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중국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8년 79만대를 기록한 이후 2019년 65만대, 2020년 44만대로 각각 전년 대비 17.7%, 32.3%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과 관련해 “중국 시장(지분법 손익으로 실적 반영됨)은 2021년까지 점유율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평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 성공과 정부 부양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 완성차 시장 수요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대차는 볼륨차종 노후화, 선호도 높은 고급차종 라인업 부재, 품질이슈 등으로 판매량이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이 2% 미만으로 하락했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현대차는 2001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성장을 이어가며 2016년 중국 시장에서 약 114만대를 판매하며 한때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점유율이 고꾸라지며 올해 1분기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 2%대 점유율도 내줬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판매 부진에 대해 아반떼와 미스트라 신차효과에도 불구하고 라페스타, ix25 등 일부 모델의 부진으로 시장 평균 대비 낮은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차는 점차 커지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중국전략 발표회 ‘라이징 어게인, 포 차이나(Rising again, For China)’를 열고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한 4대 전략 ▲현지화 연구개발 강화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판매 강화를 위해 ‘2021 Restart’ 프로모션과 신차 런칭으로 판매 반등에 나선다. 선순환과 실거래가격 관리 강화를 통한 딜러 수익성 제고를 지속 추진함과 동시에 중국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BHMC)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추가 프로모션이나 딜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판매 및 관리비 증가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다.
 
올해 1분기 BHMC의 영업이익은 –1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2390억원 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매출은 1조5945억원으로 전년 대비(9739억원) 증가하면서 소폭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11%로 (-24%) 나아졌다.
 
하지만 2018년 매출 11조437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을 올리며 선전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의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적자는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상황을 그대로 나타낸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BHMC의 장부금액도 크게 감소했다. 2018년 1조4847억원이던 장부금액은 2019년 1조2569억원, 2020년 779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유동비율도 감소하면서 중국시장 확대를 위한 추가 전략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200%가 적정수준으로 본다. 올해 1분기 BHMC의 유동비율은 64.1%로,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당장 운영 효율화를 위해 BHMC는 2002년 세운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공장은 노후화와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2019년 4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현지 공장 가동률이 23.55%에 그치는 만큼 비용 부담을 줄이고 추가 재원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차의 경우 출자 등 지원에 있어서 다소 부담이 따른다. 현대차 자체적으로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부담으로 인해 현대차의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등 미래 기술 개발 경쟁 심화로 투자 관련 현금유출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적지출(CAPEX)은 2018년 4조7494억원에서 2019년 5조2149억원, 2020년 6조251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도 2018년 –9851억원에서, 2019년 –4조7951억원, 2020년 –6조6615억원으로 마이너스가 확대됐다.
 
여기에 아시아 합작법인이다 보니 상호 의사결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기에도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인 투자 계획은 실적발표 자리 외에 별도로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아시아합작 법인이다 보니 다양한 의견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