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수요예측 D-1…유가 상승·항공 수요 살펴야
대한항공, 실적 좋고 크레프톤발 호재도…수요예측 흥행 가능성 커
늦어지는 항공 수요 회복·항공유값 상승 주의해야…수익성 타격 클 수도
공개 2021-06-28 18:18:09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발행 예정인 ESG 채권에 대한 수요예측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요예측 성공 여부에는 이견이 없지만, 델타 변이 등으로 인한 항공 수요 회복 지연이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날인 29일,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국내 항공사가 ESG 채권을 발행한 것은 대한항공이 최초다. 
 
납입 기일은 다음달 7일이며, 만기별 발행금액은 ▲1년 6개월물 400억원 ▲2년물 900억원 ▲3년물 4000억원 등이다. 수요예측에서 투자자가 몰리면 발행 규모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B증권·NH투자증권(005940)·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039490)·DB금융투자(016610) 등이 주관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수요예측이 흥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원 등으로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작업이 변동 없이 진행되고 있고, 화물운송 사업을 통해 코로나19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에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총 2000억원 발행에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는 기록을 세웠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이라는 점도 이번 수요예측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업체 ‘크레프톤’의 기업공개(IPO)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BBB+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사 주식을 45% 이상 담은 하이일드 펀드는 공모 물량의 5%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유망 공모주 크레프톤의 물량을 원하는 하이일드 펀드들이 대한항공의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공모 규모가 5조원 대인 크래프톤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공모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반면 늦어지는 항공 수요 회복과 유가 상승은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지목된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상환과 친환경 항공기 보잉787 도입에 활용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ESG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이유다.
 
현재 보잉787-9 10대를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내년 이후 보잉 787-10을 추가 도입할 예정인데, 보잉 787-10은 동급 항공기보다 좌석당 연료 효율이 25% 높고 탄소 배출량은 25% 적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녹색채권에 최고 등급인 GB(Green Bond) 1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아무리 연비가 좋은 항공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항공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일본·중국·동남아 등의 노선 운항 재개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주말(25~27일) 국제선 노선 이용객(출발·도착 포함)은 2만9957명이다. 여름휴가 기간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소폭 늘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6월 21~23일, 81만6304명)와 비교하면 여전히 -96%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항공 수요 회복 시점을 점치기 어렵게 됐다"라며 "아직은 경영 정상화를 논하기는 힘들다"라고 전했다.
 
올림픽 해외 관중 불허 역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올림픽 기간에는 항공편 증편과 특가 항공권 판매 등으로 항공사 수익도 오르는데, 일본 정부가 내달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 해외 관중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올해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일본 노선 탑승객은 85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월 179만명의 0.5%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로 대한항공도 일본 노선을 올림픽 관련 증편 등 없이 이달과 동일하게 운항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오르는 유가로 인한 항공유 비용 부담도 대한항공의 수익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77.4달러로 전달 대비 5.5%, 지난해 6월보다는 무려 91.4% 올랐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항공사는 통상 약 3000만달러, 우리돈 338억원가량의 비용을 더 치러야 한다. 항공사의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항공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 2018년 12조65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영업이익은 28% 감소했고, 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유가상승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항공 화물 운송 수요로 항공유값 상승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유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타격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지난 25일 미국 서부 텍사스 원유(WTI) 선물 거래 기준 배럴당 74.05달러(8월 거래 선물)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4월 –37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은 국내 에너지 연구 기관들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40~56달러에서 64~69달러로 수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유가가 100달러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나 환율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매년 대응해 온 문제이기 때문에, 자체 전략을 통해 극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