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찾는 LG상사, 니켈 신사업 아직도 '검토 중'
윤춘성 LG상사 대표, 신년사에서 새 먹거리로 '니켈' 등 언급
中 기업 등도 광산 확보 혈안…시세 10배 부르기도
주요 고객사 LG엔솔·포스코 등 이미 니켈 물량 확보
공개 2021-06-22 09:4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X인터내셔널'로의 환복을 앞둔 LG상사(001120)의 니켈 신사업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고 광산을 찾고 있어 매물 인수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고객사들은 이미 니켈을 일정 수량 확보한 상황이어서 언제쯤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종합상사의 미래가 밝지 않은 데다 사실상 큰 돈줄인 판토스의 상장 가능성이 불거지며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상사는 오는 25일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LX인터내셔널’로 바꾸고, 7월1일부터 변경한 사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LG(003550)그룹에서의 독립만큼이나 업계의 이목을 끄는 것은 LG상사가 발표한 신사업이다.
 
윤춘성 LG상사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니켈 등 2차전지 원료와 LNG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켈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중 하나인 양극재의 주요 원료다. 시장조사기관 CRU에 따르면 세계 니켈 수요는 올해 260만t에서 2024년 31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수요는 2022년 20만t 수준에서 2025년에는 두 배가 넘는 50만t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상사 측은 “기존 석탄 광산 개발·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니켈광 개발 사업을 중점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로 가공되는 니켈광의 오프테이크(Off-take, 생산물 우선확보권) 확보 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상사가 니켈광 사업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꼽은 것은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 니켈 수출국 중 한 곳이자, LG상사가 10년 이상 석탄·팜 사업을 일궈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조사 기관 ‘NS Energy Business’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22.3% 이상인 2100만t이 인도네시아에 매장돼 있다고 추정했다. LG상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광산과 팜농장을 운영하며 현지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지난달 25일에는 인도네시아 국영 배터리 코퍼레이션(IBC)과 손잡고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LG그룹 컨소시엄에 LG상사도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를 높였다.
 
이처럼 LG상사에게는 인도네시아가 니켈 신사업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기회’를 노리는 세력이 많다는 것이다. 배터리소재 업계 관계자는 “니켈 수요 부족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의 니켈 광산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라며 “특히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 기업 등은 시세의 10배까지 제시하며 입찰에 뛰어들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LG상사가 지난해 해외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는 하나, 글로벌기업의 공세를 뚫고 니켈 광산을 인수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부터 추진해온 광산 인수가 아직 ‘검토 단계’라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추후 광산을 인수한다고 해도 공급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고객사로 여겨지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이달 초 니켈·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호주 ‘QPM(Queensland Pacific Metals)’의 유상증자에 참여, 약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분 인수와 함께 장기구매계약도 체결해 2023년 말부터 10년간 매년 7000t의 니켈과 700t의 코발트를 공급받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배터리 공장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포스코(POSCO(005490)) 역시 약 50억원을 투자해 QPM 지분 3.2%를 인수했고, 2023년 말부터 10년간 매년 니켈 3000t 등을 공급받을 권리를 확보했다.
 
2023년부터 니켈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지만, 주요 고객사로 꼽히는 기업들이 이미 물량을 확보한 상황에서 LG상사가 의미 있는 수준의 니켈 공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LG상사는 니켈 광산 등 친환경 신사업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탄소중립·친환경 기조와 국민연금의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 도입 논의로 석탄 사업 부문을 확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이란 ESG가 부실하다고 평가되는 기업 자산을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ESG 투자를 적용해 화석연료 매출이 25%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운용 자산의 50%에 ESG 전략을 반영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LG상사 지분 9.62%를 보유하고 있는데, LG상사의 에너지 사업 매출 비중이 약 12~13%로 적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LG상사의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회사 판토스가 담당하는 물류 부문 외에 다른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신사업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LG상사의 사업 부문은 크게 △물류 △에너지·팜 △산업재·솔루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에너지·팜’과 ‘산업재·솔루션’ 부문은 지난 2019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에너지·팜 부문은 지난해 적자 폭이 커져, 영업손실이 전년도보다 약 630% 증가한 175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상사의 경우 니켈 광산업 외에도 전자상거래·플랫폼·헬스케어 등 다양한 신사업을 계획 중이지만, 결국 광산업을 제외한 신사업에서는 판토스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판토스 기업공개(IPO) 이후 LG상사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니켈 광산 사업의 성공이 중요하다”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