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나선 SK에코플랜트, 친환경 기업 변신 시작부터 '불안'
SK에코플랜트 폐기물 처리 기업 4곳 인수…3곳은 작년 실적 감소
신사업 실적 나야 IPO 추진…기업가치 10조 달성 시간 걸릴 듯
공개 2021-06-15 09: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지난달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고 환경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 사업 확대에 대해 의구심 섞인 반응이 나온다. 회사 이름에 환경을 의미하는 에코를 넣고 야심차게 지분 100%를 인수한 폐기물 기업들 대부분이 수익성 악화에 재무부담까지 안고 있어 기업의 정상화를 위한 추가비용과 시간투자가 상당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 신사업으로 몸값을 올린 후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것이 SK에코플랜트의 계획이어서, 상장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플랜트와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SK(034730)그룹 계열사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지난 3일 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 4곳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업은 △클렌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디디에스(DDS) 등이다. SK에코플랜트는 약 4000억원을 투입해 이들 기업의 주식 전량(100%)을 인수한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지난해 인수한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앵커(Anchor)로 활용, ‘볼트온’(Bolt-on; 유사기업과의 인수·합병) 전략으로 폐기물 처리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최대 ‘종합 환경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SK에코플랜트의 목표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가 인수를 결정한 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정보분석 플랫폼 딥서치에 따르면, 인수 대상 기업 중 매출이 가장 큰 클렌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414억53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0.42% 늘었다. 영업이익도 85억6900만원으로 27.4% 성장했다. 
 
문제는 부채비율이다. 지난 2018년 214%까지 떨어졌던 클렌코의 부채비율은 2019년 268%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393%로 급등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재무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본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약 77억33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도보다 손실 규모가 251% 이상 커졌다.
 
 
 
디디에스와 새한환경은 상황이 좀 더 나쁘다. 디디에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7억7900만원으로 전년도보다 13.85%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약 155.6% 줄어든 1억9500만원 손실을 보이며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적자로 돌아서 442.8% 감소한 9억77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새한환경은 지난 2017년부터 재무 상황이 크게 나아졌지만 작년에는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감소했다. 매출은 11.5%가량 감소한 약 102억3400만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약 160% 줄어 8억8700만원 손실이 났다. 2019년 20억8800만원 규모이던 당기순이익도 지난해에는 7억8500만원 적자를 보이며 137.6% 감소했다.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하는 4곳 중 지난해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한 곳은 대원그린에너지가 유일하다. 그러나 대원그린에너지도 지난해 매출이 81억3000만원, 영업이익은 12억5100만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다른 기업의 부진을 상쇄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부진의 원인에 대해 인수 대상 기업 중 한 곳인 디디에스 관계자는 “재무 관련 사항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라며 “코로나19 때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대표적 폐기물 처리 기업 와이엔텍(067900), 인선이엔티(060150) 등의 지난해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반이 아닌 개별 기업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채비율이 높고 영업이익 등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면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 추가 비용과 시간을 더 쏟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 측은 이에 대해 “전담 부서에서 사업성을 평가해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관련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수한 기업들에 물음표가 달리며 이 기업들이 성장해 SK에코플랜트의 매출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의 매출은 8조 71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환경시설관리’를 포함해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폐기물 업체 5곳의 매출 비중을 단순 계산하면 약 4.9%에 불과하다.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것이 SK에코플랜트 측의 설명이지만, 실제로 친환경 신사업의 매출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는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3조원을 전부 폐기물 관련 M&A에 사용할지는 알 수 없다”라며 “친환경 신사업 매출 비중 목표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인수 대상 기업들의 성장은 SK에코플랜트의 IPO, 재무안정성과도 관련이 있다. SK에코플랜트의 목표 중 하나가 친환경 신사업 강화로 기업가치 10조원을 달성한 뒤 IPO를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사업 담당 기업들의 수익 악화가 이어지면 IPO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도 “‘환경시설관리’ 인수에 따라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라며 “인수회사의 실적 지속가능성이 중요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