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거꾸로 가는 제노포커스…적자수렁에 재무상태도 '캄캄'
2018년부터 지속적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감소
4년째 이어지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개발, 이렇다 할 성과 안 보여
제노포커스 측, 산업용 특수 효소 제품들의 매출 증대로 영업 현금흐름 개선 자신
공개 2021-06-17 09:30:00
[IB토마토 임성지 기자] "맞춤형 효소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2015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하면서 김의중 제노포커스(187420) 대표가 다짐한 각오다. 6년이 지난 지금 제노포커스는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산업용 특수 효소의 영업이익률도 상장 초기 뜨거웠던 기대와는 다른 결과로 우려감을 자아낸다. 실적 향상을 위해 제노포커스가 선택한 사업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사업이지만, 2020년 코로나19와 COM업체 인수 등의 문제로 신약 개발이 지연돼 재무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제노포커스 사옥. 사진/네이버지도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제노포커스의 연결 포괄손익계산서 상의 영업이익은 840만원이지만, 당기순이익은 -8억796만원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진출 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4년째 적자이지만, 제노포커스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시장성에 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 리포트에 의하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811억달러에서 2023년 1087억달러까지 연평균 7.6%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으며, 제노포커스 외의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사업에 진출해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인 지놈앤컴퍼니(314130)는 지난 3월9일 글로벌 제약기업 머크(MSD), 화이자와 계약을 맺고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법의 임상 2상 시험을 공동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고바이오랩(348150)은 6월4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궤양성 대장염 치료 신약 후보 KBL697에 대한 임상 2a상 계획의 승인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몇몇 한국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기업이 약진하는 상황이지만 제노포커스는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7년까지 효소 분야에 집중투자한 제노포커스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16.5%, 2016년 18.9%, 2017년 10.4%로 평균 10%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였다. 
 
그러던 2018년 4월4일 기업설명회에서 제노포커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진출을 발표한다. 이어 4월25일 신약 개발 목적으로 BGMP 공장용 부지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산업용지를 약 117억원에 양수를 결정한다. 효소 사업을 캐시카우로 놓고 성장세가 예상되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진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신사업 진출에 따른 비용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제노포커스의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억원, -24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0.5%를 기록했다.
 
이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9년 -29억원과 -55억원, 지난해에는 -47억원과 -121억원으로 적자폭이 점점 커졌고 영업이익률 역시 2019년 -19.3%, 2020년 -25%로 더욱 악화됐다.
 
 
제노포커스의 수익 악화의 원인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연구개발 등 비용증가 때문으로 분석되면서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사업의 특성상 신약 연구개발에 시간과 비용투자가 중요한데 바이오벤처 기업 중 일부 무리하게 신사업을 확장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라며 “바이오벤처 기업의 신사업 진출이 이슈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로 보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진출 후 적자가 지속되자 재무구조에서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의 경우 2017년 -32억원에서 2018년 -86억원, 2019년 -109억원, 2020년 -180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재무구조에 부담을 끼치게 된다.
 
2017년 부채 36억원, 차입금 26억원으로 부채비율 5.4%, 차입금의존도 3.7%에 불과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진출 첫 해인 2018년 부채 88억원, 차입금 5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44.4%, 115.4% 증가했다. 2019년은 부채 341억원, 차입금 281억원, 지난해는 부채 683억원, 차입금 548억원까지 뛰었으며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48.4%로 적정기준(30% 미만)을 크게 넘어서며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재무부담이 커지는 상황에 성과는 미미하자 제노포커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진출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노포커스의 전 임원에 의하면 “마이크로바이오 사업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 2018년 초 사이로 기억한다”라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엔자임(효소) 분야로 볼 수 있지만, 당시 제노포커스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마우스 실험 단계였다”라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을 위해 제노포커스는 2018년 10월 자회사 바이옴로직을 설립했지만,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에 대한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내놓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에 제노포커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상추진중인 GF-103의 신규 적응증 확대를 위한 동물시험과 인체적용시험, 그리고 신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등에 많은 연구개발 비용이 투자되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코로나 사태 및 기존 CMO(의약품 위탁 생산사업) 업체의 인수 등의 문제로 일정에 차질이 있었고 이로 인해 새로운 CMO 업체와의 계약 체결, 변경된 FDA IND(임상시험용신약)신청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영업현금흐름 등 재무건전성에 대해서는 “타 신약 개발 바이오 회사들에 비해 제노포커스의 재무건전성은 문제가 없다”라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사업과 설비, 공장 증축 등에도 불구하고 산업용 특수 효소 제품들의 매출 증대로 영업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임성지 기자 ssonata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