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금융에 쏠린 신한캐피탈…건정성 우려 커졌다
금융당국의 자산·자본 규제 강화 속 악영향 미칠 듯
기준금리 인상 시 기업금융 큰 타격 예상
공개 2021-06-14 09:30:00
신한캐피탈이 기업·투자금융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출처/네이버 지도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신한캐피탈이 기업·투자금융에 편중된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가 확대되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여타 은행계 캐피탈사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한 포트폴리오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며 자본적정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차주들의 부실이 드러난다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기업·투자금융은 수익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변동성이 크다. 투자금융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데 회수 성과와 시기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증시 등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영업자산 내 비중이 커지면 수익변동성이 커진다.
 
1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캐피탈의 기업금융자산은 6조3190억원, 투자금융자산은 2조4603억원으로 집계됐다. 소비자금융자산과 일반할부리스자산이 포함된 사업별 자산 총액이 9조236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95%가 기업·투자금융에 몰려있는 것이다.
 
특히 신한캐피탈은 기업·투자금융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70%에서 2018년 75%, 2019년 81%, 지난해 93%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기업·투자금융자산도 3조6723억원에서 4조4495억원, 6조790억원, 7조7934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여타 은행계 캐피탈사는 기업·투자금융 비중이 크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주요 영업자산 현황을 살펴본 결과 KB캐피탈의 기업·투자금융자산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신한캐피탈과 상반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까지 주요 영업자산이 파악된 캐피탈사들의 기업·투자금융 비중은 하나캐피탈이 35%를 나타냈으며 NH농협캐피탈이 37%를 기록했다. IBK캐피탈은 90%로 산출됐지만,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024110)의 여신전문금융사로서 안정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신한캐피탈은 자본적정성이 저하되고 있다. 리스크가 높은 기업·투자금융이 자산성장을 주도하면서 위험가중자산배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신한캐피탈은 신한카드로 리테일 자산을 양도하면서 총자산/자기자본배율이 9월 8.2배에서 12월 7.5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배율도 9.4배에서 8.6배로 조정됐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두 지표는 각각 8배, 9.1배로 올라섰다.
 
금융당국은 향후 총자산/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배율을 현행 10배에서 9배로 하향하고 오는 2025년부터 8배로 조정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더불어 2025년부터는 직전 회계연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경우 1배가 추가로 축소된다.
 
여타 캐피탈들은 총자산/자기자본, 레버리지배율이 다소 높은 상황이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KB캐피탈과 NH농협캐피탈, IBK캐피탈의 총자산/자기자본배율은 전년 대비 1~7배, 레버리지배율은 전년 대비 1~6배 개선됐다. 다만 하나캐피탈의 총자산/자기자본배율과 레버리지배율은 각각 전년 대비 11배, 8배 높아졌다.
 
하지만 올해 신한캐피탈은 기업·투자금융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작지만 강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신한캐피탈은 사내 모든 시스템을 재정비, 리모델링해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직면해 있는 위기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캐피탈은 조직도 기업·투자금융 중심으로 구성해놓은 상태다. 기업금융그룹과 GIB(글로벌투자금융)그룹을 주축으로 기업금융본부와 전략영업본부, 종합금융본부, 투자금융본부 등을 휘하에 뒀다. 여타 캐피탈사가 자동차금융에 주목하며 관련 조직을 편성했지만, 신한캐피탈은 자동차금융본부는 물론 개인금융본부까지 부재했다.
 
 
 
신용평가사들도 기업·투자금융에 집중된 신한캐피탈의 포트폴리오를 두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신한캐피탈은 영업자산 중 50억원 이상 거액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분기 기준 약 59%로 높은 편”이라며 “대부분 그룹 연계 영업을 통한 대출로 신한지주(055550)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자산 구성 및 자기자본 대비 거액 여신·투자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신용위험 집중도가 높아진 점은 사업안정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비교적 높은 배당성향과 꾸준한 기업·투자금융자산 성장으로 자본적정성에는 관리 부담이 내재하고 있다”라며 “지난 2019년 8월과 지난해 4월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1000억원씩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지만, 신종자본증권은 구조적으로 채권적 특성이 내재해 보통주 대비 자본 완충력은 열위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당 후 이익누적규모와 자본적정성 관리 수준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신한캐피탈에는 부담요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며 개인금융보다 기업금융이 부정적 영향을 더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기업금융이 거액 여신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부 차주의 부실이 드러나면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한캐피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자본비율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신한캐피탈은 향후 자본증자, 자본의 효율적 사용 등을 통해 선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또 “잠재위험영역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감리 강화로 개별 여신/투자 건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라며 “반기마다 불확실성 등을 가정한 시나리오로 위기상황분석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