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흥한 ‘두슬라’ 두산중공업…빈수레가 요란?
2009년 이후 해외 원전 수주 없어…한미원전동맹 움직임도 아직
한수원, SMR 수출 시장 진출 2030년 목표…수익 발생 시점 미정
공개 2021-06-10 09:4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한미원전동맹 발표 이후 고공행진하며 10년여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한 두산중공업이 '두슬라'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도 아직은 원전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원자로 사업도 한국수력원자력이 시장 진출을 2030년으로 잡고 있어,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중공업(034020)은 전일보다 20.78%p 떨어진 2만2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급등에 따른 이익 실현 매물과 공매도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긴 했지만, 주가 상승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보다는 여전히 74% 이상 오른 수준이다. 현재 시가총액도 약 10조 7099억원에 달한다.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도 주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는 것이 과거의 테슬라를 보는 듯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두산중공업의 상승세는 지난달 한미 정상이 ‘원전 동맹’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외원전시장 공동진출 합의문’을 발표했다.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원자력 부문 국내 시장점유율 100%인 두산중공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앞서 발표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s; SMR) 개발 소식도 주가에 불을 지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손잡고 SMR을 개발 중인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4일 열린 ‘혁신형 SMR 기술개발 설명회’에서 “한국형 SMR이 향후 수출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한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 SMART /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SMR은 하나의 용기에 냉각재 펌프를 비롯해 원자로·증기발생기·가압기를 담은 일체형 원자로로, 기존 원자로의 3분의 1 규모다. 비용이 낮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SMR 개발 경쟁에 참전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 주가 상승에 대해 ‘호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너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최근 수년간의 수주와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원전 관련 호재로 급격하게 올랐다"라며 "실제 수익으로의 반영이 늦어지면 주가도 더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중공업은 원자력발전이나 석탄화력발전 등 주력 사업의 수주기반이 약화됨에 따라 신규수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수주는 지난 2015년 8조6000억원에서 2019년 4조100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3조7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두산중공업의 해외 원전 관련 수주는 아직 한 건도 없다. 
 
한미원전동맹이 체결되긴 했지만, 정상회담 이후 정부나 한수원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없어 언제쯤 원전 개발 수익이 두산중공업의 실적에 반영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SMR 분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전 관련 사업을 주관하는 한수원이 2028년까지 인허가를 획득한 후 2030년부터 원전 수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어서, 관련 수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뉴스케일의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 사진=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협력 중인 미국의 뉴스케일이 SMR 시제품을 제작하는 등 SMR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기술 개발과 시장 진출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9년 약 5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통해 뉴스케일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정책으로 타격을 입은 실적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구안을 통해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개선됐다고는 하나, 두산중공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별 기준 3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개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도 2017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보였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흑자전환한 올해 1분기 역시 잉여현금흐름은 423억원 적자였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매출 비중은 △석탄화력발전 약 40% △원자력 약 20% △천연가스 10~15% △신재생에너지·건설·담수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원자력 부문 수익 개선이 더딘 가운데,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당분간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석탄발전 수출금융 중단을 선언하며 탈(脫)석탄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국내 발전 기자재에서 모든 라인업을 갖고 있는 대장주가 분명하지만, 수년간의 적자와 대규모 차입금·매출 분야의 전환 과정 등으로 전망 추정이 어렵다”라며 “향후 실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화력발전 등 사업과 신고리 원전 건설, 유지보수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와 가스터빈 부문 개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