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덮친 '원브랜드·오너 리스크'…성공신화 흔들흔들
지난해 매출 6485억원·영업이익 953억원 '역대 최대'
매출 해외의존도 증가…국내 점유율은 계속 하락
‘불닭’ 원브랜드 우려에 오너리스크 여파 확산…대외 이미지도 ‘악화’
공개 2021-06-08 09:30:00
 
출처/삼양식품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수출 확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삼양식품(003230) 전망에 물음표가 붙는다. 라면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데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원브랜드 경쟁력이 회사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오너 리스크까지 겹쳐 대외적으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며 주가는 지난해 고점에서 40%나 곤두박질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은 코로나19 수혜로 매출 6485억원, 영업이익 953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35.8% 증가한 3703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그러나 실적을 한꺼풀 걷어보면 지난해 호황 속에서도 국내사업 분위기는 다소 상이했다. 삼양식품 국내 매출은 지난 2019년 2708억원에서 지난해 2781억원으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양식품이 수출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사업 입지도 좁아지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 점유율은 지난 2018년 12.9%에서 11.3% 지난해 10.6%까지 내려갔다. 현재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 55%, 오뚜기 25~30%, 삼양은 10~11% 사이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오뚜기와 삼양의 점유율이 비등비등했지만, 이듬해 오뚜기에 역전당한 뒤 격차가 점차 늘어났다.
 
해외사업 전망도 환율문제 등의 요건으로 마냥 핑크빛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백신접종률이 60%에 이르며 집단 면역 달성에 다가서고 있고 서비스업도 뚜렷한 회복 신호가 나오는 만큼, 단시간 내에는 아니지만 결국 내년을 기점으로 미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으로서는 환율 민감도가 높아 실적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삼양식품 재무제표 내 환율에 따른 시장위험을 살펴보면, 달러환율 10% 하락 시 세후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2019년 22억원에서 지난해 36억원으로 상승했다. 이는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준다.
 
출처/삼양식품
 
삼양의 두 번째 과제는 여러 가지 식품군 중에서도 라면, 그중에서도 ‘불닭’ 시리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양식품은 원조 격인 삼양라면을 포함해 나가사끼짬뽕, 불닭볶음면 등 면류와 짱구 등 스낵류, 조미소재류 및 유제품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다만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라면 91.1%, 스낵 3.7%, 소스류가 3.3%에 그친다. 동종업계 경쟁자인 농심은 라면 매출 비중이 78%, 스낵이 15.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라면에 치우친 정도가 크다. 삼양식품 스낵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감소하며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라면사업이 ‘불닭볶음면(불닭)’ 원브랜드 수준의 수익구조라는 점도 성장에 걸림돌로 꼽힌다. 삼양식품이 제품 라인업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 파악은 어렵지만, 수출 물량의 85%가량이 불닭 시리즈라고 전해진다. 메가히트한 불닭이 실적에 일등공신으로 꼽히지만, 불닭을 이을만한 카드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양식품이 전개하는 조미소재 사업도 불닭볶음면 라면소스를 시판제품으로 만든 형태로 모든 수익구조가 불닭 시리즈와 연결돼있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한때 유탕면류 시장의 숨은 강자로 불렸다. 60년 전통의 삼양라면을 필두로 ‘맛있는라면’, 흰색라면 열풍을 주도한 ‘나가사끼’ 등 신메뉴가 시장에 차례로 정착했다. 하지만 이후 2017년 파듬뿍육개장, 올해 콩나물김치라면 등 꾸준한 신제품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미하다.
 
출처/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올해 1400억원 규모의 국내 비빔면 시장에 뛰어들며 분위기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비빔면 시장은 팔도비빔면이 굳건한 인지도를 갖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오뚜기는 백종원을 내세운 ‘진비빔면’, 농심은 유재석을 발탁해 ‘배홍동’을 선보이며 출시 한 달 만에 700만개를 팔아치웠지만, 삼양은 아직 이렇다 할 전략이 부족해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지만 기존 스테디 제품을 이기기 쉽지 않다”라면서 “비건, 제로웨이스트 등 웰빙트렌드에 맞춰 제품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복합적인 이유를 근거로 증권업계는 삼양식품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양식품은 지난해 라면수요 폭발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발생하면서 매출 및 영업이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라면에 의존도가 큰 삼양식품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5% 하락한 1400억원, 영업이익은 46.2%나 떨어진 143억원에 그쳤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하락 추세가 2020년 1분기 이후로 지속 중이고, 지난해 주요 수출국에서도 비축 수요가 크게 증가해 2분기도 기저 부담이 상당하다”라고 진단했다.
 
출처/삼양식품
 
가뜩이나 국내 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 속, 오너리스크 또한 발목을 잡는 요소다. 부부관계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사장은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자재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받은 것처럼 꾸며 약 50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지난해 인정됐다. 당시 김 사장은 유죄판결(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받고 삼양식품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 삼양식품의 경영위기 등을 이유로 법무부 취업승인을 받고 다시 이사회로 컴백하면서 일부 소액주주 및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아울러 지난해 전 전 회장이 퇴직금을 포함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보수 142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오너가(家) 이미지는 더욱 부정적으로 변했다. 현재 김 사장은 경영과 ESG위원회 업무를 동시에 챙기고 있다.
 
성장성 우려 및 대내외적인 이미지 타격이 맞물리면서 현재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해 여름 약 14만원에 이르던 수준에서 올해 8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김 사장의 복귀가 오너경영˙책임경영이라고 판단한다”라면서 “김 사장이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고객·주주·사회에서 삼양식품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의지가 강해 ESG위원장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