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소매금융 철수’를 예고한 한국씨티은행이 출구전략에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 차원에서 부분매각·자산 청산을 반대하며 쟁의 행위까지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2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씨티은행은 연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흑자 기업이자, 정상적인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 소비자금융 매각·철수가 시급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분 매각과 자산 매각(청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오는 3일 예정된 이사회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인수 가능 후보군의 대규모 투자 전략과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소비자금융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인 인수 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대책을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는 요구다.
사진/백아란기자
현재 씨티은행은 오는 3일 비대면 이사회를 열고 매각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는 ‘매각 진행 현황 보고’ 안건만 올라가고 결의안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4월 국내 소매금융 철수를 위한 매각을 공식화했으며,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의 전체 매각·일부 매각·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을 놓고 씨티그룹 내 인수합병(M&A)팀과 국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CGMK) 2곳을 통해 인수 의향서(LOI)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씨티카드 인수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현대카드와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최근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발을 빼면서 매각 난항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당장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 인수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수년간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씨티은행지부 관계자는 “씨티그룹의 여러 매각 사례를 보면 제인프레이져 최고경영자(CEO)는 콜롬비아 매각에 실패하자 2016년 콜롬비아 철수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환경이 개선된 2년 후 매각을 재진행, 최종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서 “씨티그룹의 성급한 전략에 맞춰 전체 매각이 아닌 부분 매각 또는 자산 청산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고객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2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대규모 실업사태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진창근 노조위원장은 “직원의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유지를 담보한 전체 매각에 있어서는 협력하겠지만, 고객 피해와 대량 실업 사태를 초래할 부분 매각 또는 자산 매각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전면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며 “오는 21일 경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