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헤지운용, 합병연기·사모펀드 타격 현실화…홀로되니 '계륵'
시장 위축에 당기순손실 지속…수익성 지표도 부진
삼성운용 자회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
공개 2021-06-01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삼성헤지자산운용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한국형 헤지펀드(전문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신규 펀드 설정액이 급감한 데다 삼성자산운용과의 흡수합병도 무기한 연기돼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삼성헤지운용은 지난해 대표이사를 잇달아 교체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나섰지만, 펀드 규제 강화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엔 녹록찮은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은 3억5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삼성헤지자산운용 순익은 작년 3월(-1억900만원)에 이어 2년째 적자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4억2300만원으로 48%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3억6000만원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 자회사 가운데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삼성헤지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올해 1분기 삼성자산운용의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해외법인 등의 순익을 비교해 보면, 홍콩(1억8500만원)·뉴욕(3억7700만원)·런던(1억3200만원)법인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18억5000만원) 등은 모두 전년동기 대비 수익이 늘었다.
 
반면 삼성헤지자산운용은 2017년 출범 첫 해 8억원의 순익(1분기 기준)을 기록한 이후  2018년 3억7000만원, 2019년 1억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2015년 단행된 사모펀드 규제 완화와 2018년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등에 힘입어 덩치를 키워왔지만, 라임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옵티머스·팝펀딩·디스커버리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이탈이 발생한데다 판매사들도 리스크 강화를 이유로 판매를 꺼리는 등 신규 펀드 설정에 악영향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삼성헤지자산의 펀드 판매 잔고는 3184억원으로 1년 전(5919억원)보다 4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부문별로는 채권(535억원), 파생형(1646억원)이 각각 66.5%, 50.4% 떨어졌으며 총 17곳에 달했던 판매사도 13곳으로 줄었다.
 
특히 전체 삼성헤지자산의 판매잔고 절반을 차지했던 삼성증권의 판매잔고가 2655억원에서 1638억원으로 감소했으며 계열사인 삼성생명의 판매잔고는 469억원에서 47억원으로 1년 새 89.9% 급감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PBS증권사 등에 적격 일반투자자 대상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감시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제도를 강화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뉴시스
 
이에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지난해 초 허윤호 대표에서 홍의석, 안제천 대표로 수장을 3차례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지만, 장기간 판매부진에 적자누적으로 자력회생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현재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10.6%, -11.5%로 부진하다. 여기에 환매가 중단된 홍콩 젠투(Gen2)파트너스운용 사태로 최근 삼성A클럽일드플러스 젠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3호와 관련해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도 제기된 상태다.
 
모회사인 삼성자산운용과의 합병도 기약이 없다. 지난해 4월 삼성자산운용은 삼성헤지자산운용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7년 헤지펀드 전략에 특화된 전문사모운용사 삼성헤지자산운용을 자회사로 설립했지만 사모시장 경쟁 격화로 인한 수탁고가 감소하면서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존속법인 실익이 없다고 판단, 흡수합병을 통한 헤지운용부문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금융당국이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당초 8월1일로 예정했던 합병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운용은 “합병기일과 합병등기 예정일자를 합병당사자간 경영환경 변화를 고려한 합의에 따라 '미정'으로 변경하고, 추후 '합병기일' 등 일정이 확정되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펀드시장 전반적으로 상황이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헤지자산운용의 강점인 롱숏전략도 구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내외 환경이 여전히 어려운 만큼, 수익성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