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로 눈 돌리는 은행권…신한은행, 리딩뱅크서 더 멀어지나
신한은행 대출 자산 열세 속 신용손실충당금 대거 쌓아
건전성 수치도 국민은행에게 다소 뒤져
공개 2021-06-02 10:00:00
은행권이 중금리대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뉴시스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KB국민은행과 재수성을 노리는 신한은행의 치열한 경쟁 속에 중금리대출이라는 변수가 신한은행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가 신한은행에게 불리한 요소로 다가오며 왕좌에 오른 KB국민은행과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비교적 신용손실충당금을 많이 쌓은 신한은행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금리대출은 총 10등급인 기존 신용등급에서 4~6등급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10% 미만의 금리를 제공하는 개인 신용대출을 뜻한다. 신용손실충당금은 은행이 신용으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장부상 비용으로 선반영한 금액으로 당기순이익에는 감액 요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발표한 ‘중금리대출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잇돌대출 적격 공급요건에 신용점수 요건을 신설하는 등 신용점수 하위 30% 차주에 사잇돌대출의 70% 이상이 취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리딩뱅크 자리를 노리는 신한은행에 중금리대출 확대는 유독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보다 대출 자산 규모는 열세이지만 신용손실충당금은 대거 쌓았고 향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에게 대출 공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연결기준 640억원으로 566억원을 적립한 국민은행과 대조하면 충당금을 11.56% 더 쌓았다. 그러나 대출 자산을 나타내는 상각후원가측정대출채권은 신한은행이 308조800억원으로 국민은행(332조4876억원)보다 24조4075억원 적었다.
 
즉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은 빌려준 돈은 적었지만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금액은 더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라임CI(매출채권보험) 펀드 환매 지연으로 지난달 신한은행 이사회가 계상한 손해배상금 추정액 1317억원은 충당부채 등으로 인식됐고 신용손실충당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두 은행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은행은 65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6906억원을 달성한 국민은행에 340억원 차이로 패배했다.
 
아울러 신한은행이 중금리대출 금리를 낮게 책정하면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 사잇돌대출 평균 금리는 신한은행이 4.70%로 우리은행 3.6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6.92%, 6.13%로 산출됐다.
 
또 시중은행 중금리대출을 요구하는 차주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이 여타 업권에 비해 신뢰도가 높고 금리가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업권별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을 각각 3.5%p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업권별 금리상한 요건은 ▲은행 10%→6.5% ▲상호금융 12%→8.5% ▲카드 14.5%→11% ▲캐피탈 17.5%→14% ▲저축은행 19.5%→16%로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는 신한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 예외 대상으로 정하면서 중·저신용자 흡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서다.
 
올해 1분기 신한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2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17조9000억원 대비 9.1%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52억6000억원에서 162조9000억원으로 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신한은행의 여신 건전성 수치는 4대 은행중 가장 악화된 것으로 나타냈다.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6%로 국민은행(0.29%)과 하나은행(0.34%), 우리은행(0.30%)을 1~7bp(1bp=0.01%p) 웃돌았다. NPL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것으로 은행의 부실채권을 의미하는데 신한은행의 NPL이 높다는 것은 부실채권 관리가 소극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체율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신한은행은 0.25%를 나타내며 우리은행과 동일했지만, 국민은행(0.18%), 하나은행(0.24%)보다 1~7bp 높았다. NPL비율과 연체율은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은행 대출의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가지로 구분되며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034950) 전문위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가 은행들의 신용손실충당금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전체 대출액에서 중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향후 구체화 될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정책과 오는 9월 종료되는 코로나19 만기연장, 이자유예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중금리대출이 일반적인 신용대출보다 신용손실충당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지만, 부담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피력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충당금 적립률은 미미할 것”이라며 “현재 신용손실충당금에 변동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시행된 특별 대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년간 시중은행들은 중금리대출을 40%나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신한은행 996억원 ▲우리은행 696억원 ▲하나은행 543억원 ▲국민은행 130억원으로 이들 은행의 지난 2018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총 3943억원으로 조사됐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