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제지, 조동길 회장을 첨병으로…위기 속 M&A카드 만지작?
지난해부터 인쇄용지 사업 등 본업 주춤
1분기 영업이익 '뚝'·내부지표 '악화'…조동길 회장 사내이사로
M&A 행보 전망도…유동성 약점 '안방 협업'으로
공개 2021-05-28 10:0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한솔제지(213500)가 지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을 등기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지난해 인쇄·특수용지 주력 사업에 적신호가 켜진 데 이어 올 1분기 수익성 악화 등 잇단 위기가 도사린 가운데, 조 회장을 첨병으로 난관을 극복하겠단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제지업이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만큼, 조 회장은 인수합병(M&A)으로 다각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솔제지의 1~3월 매출액은 4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159억원)이 2020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 이상 감소하며 사달이 났다.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이다. 성적표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인쇄용지와 특수용지 매출이 2019년 대비 각각 19%, 13% 씩 줄었다.
 
지난해 분기별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를 보면, 1~2분기 16.39%, 22.90%에서 3분기 5.97%로 변동성이 두드러지더니 4분기 -3.54%로 이익창출력에 급제동이 걸렸다. 핵심 사업군(인쇄·특수용지) 판가가 내림세를 거듭했지만, 원자재 가격이 반등해 스프레드가 위축돼서다. 산업용지의 견조한 수요가 다행히 실적 타격을 완충했다. 
 
 
조동길 그룹 회장이 나섰다. 지난 3월24일 한솔제지 주총 결과, 조 회장이 회사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그간 그룹 지주사 한솔홀딩스(004150)에서 경영 활동을 이어오다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조 회장은 한솔제지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최원경 산업용지 사업본부장(부사장), 노봉국 인쇄·감열지 사업본부장(상무)과 2024년까지 항해를 함께하며 회사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1분기 내부 지표 변화는 조 회장이 짚어볼 부분이다. 400억원을 웃돈 잉여현금흐름(FCF)은 -133억원으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하며 배당 여력이 쪼그라들었다. 기업 자정능력 바로미터인 내부순현금흐름(ICF) 역시 231억원에서 1~3월 -106억원으로 악화했다. 총차입금은 지난해 7627억원에서 8051억원가량으로 외려 늘었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2018~2020년 회사 사업보고서를 종합해보면, 한솔제지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순서대로 75.8%, 81.6%, 91.7%, 아울러 올 1분기 약 95%로 순항을 타고 있지만 아직 100% 미만의 저조한 수치에 머물러 있다. 유동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건, 곧 타인자본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조 회장이 어떤 선택지를 늘여놓을지 자연스레 화두에 오른다. 1분기 인쇄용지와 특수용지 사업이 적자 간극을 좁혔지만 낙관하기엔 이르다. 특히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종속회사 ‘HANSOL AMERICA INC.’의 경우 2019~2021년 1분기 기준 매출액 667억원, 546억원, 465억원을 기록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 탓에 비대면 유통 경로로 노선이 바뀐 결과다. 인쇄용지 수요가 앞으로 지속해서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단 얘기다. 제조·판매(화장용품 등) 사업을 새롭게 정관에 추가하고,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이치피오(357230)와 친환경 포장 개발 협업에 시동을 건 행보는 이런 기류를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M&A도 반전 카드로 꼽힐 만하다. 지지난해 동종업체 태림포장(011280), 전주페이퍼 인수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전력 등이 있어서다. 물론 유보 현금 부족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끝내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조 회장은 이듬해 신년사에서도 신사업 발굴에 무게를 두고 M&A를 옵션으로 내세우며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1분기 기준 한솔제지 현금성자산은 425억원으로 2018년 51억원, 2019~2020년 각각 267억원, 383억원가량에서 꾸준히 오름세다. 그럼에도, 2020년 총차입금(7627억원) 중 3318억원이 1년 내 만기 도래한다. M&A 여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신호가 들리면서도, 여전히 유동성 위험이 제약 요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그룹 내에서 땔감을 찾을 수도 있다. 한솔제지는 2016년 한솔홀딩스가 보유한 한솔아트원제지를 흡수합병해 사업 역량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한솔제지는 합병 당시(2017년) 각각 200%, 50%를 상회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지난해 174%, 43.8%로 감소하는 효과를 누렸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일부 종속회사를 매각하고, 한솔홀딩스로부터 한솔이엠이 지분을 인수해 외형을 확대하기도 했다.
 
한솔이엠이가 제지 플랜트와 설계·시공·조달(EPC) 운영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본업 결집력을 제고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사례를 미뤄볼 때, 한솔페이퍼텍도 후보군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솔홀딩스 종속회사인 한솔페이퍼텍은 지난해 매출액 1002억원, 순이익 9억원가량을 기록, 30억원 이상 현금성자산을 갖춘 회사다. 무엇보다 골판지 제조·판매업을 본업으로 한 까닭에 한솔제지와 뚜렷한 교집합을 형성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조동길 회장의 금번 사내이사 등재는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며 “조 회장은 그간 한솔제지를 비롯해 꾸준히 그룹 경영에 참여해왔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원자재와 운임 등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라며 “업황에 신속히 반응해 위기를 극복할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또, M&A를 두고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고, 외형을 확장할 방법”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구체화된 방안은 아직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