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된 형지I&C…머나먼 '적자 탈출구'
중국 진출 실패하며 영업실적 악화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내는 좀비기업
BW로 자금조달…실적 회복 변동성 커
공개 2021-05-11 09:3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패션종합기업 형지I&C(011080)가 사업을 해서 은행 이자도 못 내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형지I&C는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이자율이 높은 차입금을 최우선적으로 상환하는 등 이자비용 줄이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위기에 빠진 곳간은 우려를 낳고 있다. 경영사정이 나아지려면 실적이 개선돼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업황회복 여부와 성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온라인 등 비대면 유통 채널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I&C는 이자보상배율이 2017년 -5.4회, 2018년 -0.5회, 2019년 0.2회, 지난해 -4회로 최근 4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나 이자비용을 쓰고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1미만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지불하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상태로 간주한다. 특히 3년 연속 1을 넘지 못하는 기업은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부른다.
 
 
 
이자비용은 2017년 16억원, 2018년 17억원, 2019년 24억원, 2020년 13억원으로 최근 4년 동안 이자보상배율이 유일하게 플러스(+)였던 2019년의 이자비용이 가장 많았었던 것을 볼 때 외형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좀비기업 전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해석된다.
 
형지I&C는 지난 2014년 ‘본지플로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했으나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돼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으며 관련 손실을 대거 인식한 2017년부터 실적이 악화돼왔다.
 
2017년 매출은 11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후 매출은 2018년 1088억원, 2019년 1021억원, 2020년 671억원으로 역성장을 지속했으며 영업이익은 2018년 -9억원, 2019년 5억원으로 내수에 집중하면서 개선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53억원으로 다시 악화됐다.
 
지난해 적자전환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거리두기 등 조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사업구조가 타격을 받아 매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문제는 실적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로 차입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형지I&C의 채무부담을 살펴보면 중국시장 철수로 운전자금 부담 완화와 제한적인 투자정책을 통해 2015년과 2016년 각각 -75억원, -43억원을 기록하던 잉여현금흐름을 2017년 5억원, 2018년 34억원, 2019년 50억원으로 전환하면서 서서히 차입금을 줄여갔다. 실제로 차입금의존도가 2017년 32%, 2018년 30.4%, 2019년 29.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이 -17억원을 기록, 외부에서의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졌으며 차입금의존도는 36.1로 우량 기준인 30%를 다시 넘어섰다.
 
이에 형지I&C는 신주에 대한 인수 권리를 주는 대신 다른 사채에 비해 이자를 적게 지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하나·영진·우리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이자율 7.5%의 차입금 14억원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이자율 7%의 차입금 10억원을 상환하는데 최우선으로 활용, 전체 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부실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을 이뤄야 한다. 이자비용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올해 매출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형지I&C 측은 온라인과 해외사업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온라인 특화 물류 라인 구축과 자사몰·입점몰 전사적자원관리(ERP) 연동 개발 등에 투입해 온라인 단독상품 출시, 라이브 커머셜 상품 확대, 온라인 입점몰 증가, 자사몰 오픈 등 온라인 판매 경쟁력을 키우고 아마존 일본과 미국에 진출한 프리미엄 예작 셔츠의 판매 증가를 위한 투자도 진행,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백화점 122곳, 아울렛 87곳, 대리점 14곳 등 유통망을 보유한 오프라인 중심인 만큼 시작 단계인 비대면 유통채널과 해외사업 분야에서의 성과가 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형지I&C의 온라인 매출액은 2017년 140억원, 2018년 171억원, 2019년 175억원, 지난해 186억원으로 점차 증가 중이며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12.3%, 2018년 15.7%, 2019년 17.1%, 2020년 27.7%로 커지고 있지만 이는 전체 매출이 감소하면서 온라인 매출 성장세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로 볼 수 있다.
 
온라인·해외사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기존 오프라인의 매출 회복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 변동성이 상당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형지I&C의 영업실적이 크게 위축됐고 향후 매출회복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은 수준이다”라며 “비대면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매출이 본격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