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신용도 하락한 녹십자…비용 부담에 ‘경종’
신용등급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NICE 신용평가 “연구개발비용·차입 부담”…고정비 이어질 전망
공개 2021-04-30 09:1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작년 실적 개선을 일궈냈던 녹십자(006280)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대규모 투자로 재무 부담이 확대된 점, 수익성 악화가 지속한 점 등의 이유에서다. 복수 신용평가사는 녹십자가 영업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촉각을 세워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한국기업평가(034950), 나이스신용평가는 녹십자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앞서 ‘AA-/부정적’에서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연구개발비, 고정비용, 설비 투자에 따라 차입 부담이 늘어나는 등 녹십자 재무 지표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다.
 
녹십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며 순항을 타는 듯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약 10%, 25% 늘어난 1조5041억원, 503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은 893억원가량으로, 2019년 순손실 113억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했다.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9.5%, 26.3%로 레버리지 지표도 뛰어났다. 그러나, 올 1분기 사달이 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회사 매출, 영업이익은 2822억원,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18% 감소했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21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역성장했다.
 
 
2018년 이후 나빠진 수익성이 점차 부진한 실적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해외 진출을 위한 연구개발비용 확대 △2018년 이후 오창 PD2 혈액제제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증가 △기업 이미지(CI) 변경에 따른 광고선전비 지출 △비경상적인 재고자산 폐기 등이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불확실성은 쉽사리 해소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석호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면역글로블린(IVIG) 허가·판매 개시 전까지 고정비 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해외 임상과 품목허가 진행을 위해 확대된 연구개발비 부담도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차입 부담과 배당 여력이 감소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회사는 2016년 이후 대규모 투자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했는데, 이로 인해 순차입금이 2015년 194억원에서 지난해 3109억원으로 5년 새 1503% 증가했다. 지난해 총차입금은 5664억원으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연신 하향곡선을 그린다. 녹십자 FCF는 -902억원, -1001억원에서 이듬해 107억원으로 반등했지만, 2018년 다시 마이너스(-)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지난해보다 간극을 좁혔지만, 여전히 -650억원으로 변화가 필요한 상태다.
 
 
김승언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수익성 저하에 따라 약화된 영업현금 창출능력을 감안하면 차입금 감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연구원은 “내수 시장에서 우수한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경쟁구도 변화에 따른 세전이익(EBITDA) 창출력 추이 등이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며 “계열 지원에 따라 재무 부담이 확대할지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이어 “팬데믹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위험과 공급 차질,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저하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