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걷는 아프리카TV, 외부 규제로 암초 만나나
증권업계 목표주가 11만~12만원 책정…성장세 지속할 전망
주력 플랫폼·광고에 집중…나머지 투자 사업 성과는 '지지부진'
최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추진…우회 경로 성행 시 제재 받을지도
공개 2021-05-03 10:0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국내 대표 동영상 플랫폼인 아프리카TV(067160)에 낭보가 울려 퍼지고 있다. 작년 호실적에 이어, 광고와 기부경제(별풍선) 매출 성장세가 올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연초 대비 최근 회사 주가도 40% 이상 상승하며 화답했다. 하지만 매출구조가 플랫폼에 쏠려있는 가운데 다른 사업에서는 성과가 없어 우려감을 자아낸다. 이런 기류에서 주요 수익원인 별풍선의 정부 제재는 꽃길을 걷는 아프리카TV에 악재로 꼽힌다.
 
아프리카TV는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수령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966억원, 504억원으로 2019년보다 17%, 37% 늘었다. 특히, 4분기 광고와 기부경제 매출이 138억원, 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0%, 41.8%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시현했다. 올 1분기 잠정 실적은 합격점이다. 1~3월 매출액, 영업이익은 609억원, 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1%, 137.3% 증가했다. 순이익은 154억원으로, 186.2% 늘었다.
 
 
주가는 연신 상승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실적 성장세가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관심을 쏠리게 하면서다. 6만1700원으로 올해 첫 장을 마감한 아프리카TV 주가는 실적 발표 날이었던 지난 2월8일 7만4200원으로, 다음 날 8만4800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4월 5만~6만원대를 서성이던 주가는 1년이 지나, 9만원대에 진입했다. 지난 22일 장중 한때 최고가 9만8500원을 터치하기도 하는 등 연초 대비 주가는 43%가량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도 점치고 있다. 교보증권(030610), 한국투자증권 등 복수 증권사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목표주가는 11만~12만원으로 책정됐다. 교보증권은 올해 회사 주당순이익(EPS)을 전년 대비 약 78% 증가한 5658원으로 추정했다. 김한경 연구원은 아울러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4% 증가한 2455억원, 영업이익은 53.5% 늘어난 765억원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유튜브’ 아프리카TV는 국내 최고의 1인 미디어 플랫폼이다. 앞서 언급한 기부경제 매출액 중 별풍선은 시청자들이 콘텐츠크리에이터(BJ)에게 후원하는 유료 결제 아이템이다. 회사는 BJ와 이용자들에게 방송의 장(場)을 제공하고, 대신 별풍선 수수료(수익)를 벌어들인다. 작년 별풍선을 포함한 플랫폼 매출액은 약 1599억원으로 전체 81.3% 비중을 차지했다. 광고, 콘텐츠 제작(302억원)이 15.4%로 뒤를 이었다.
 
서수길 아프리카TV 공동대표는 80%를 웃돈 플랫폼 의존도를 광고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광고 플랫폼(AAM)을 론칭, 중소형 광고주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외형을 키워나갈 전략이다. 주력 사업에 힘을 실어 성장세에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것이다. 교보증권은 올 3~4분기 광고 매출액이 26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상반기 172억원 대비 55%가량 늘어난 수치다. 
 
무게를 둘 만한 승부수다. 회사가 다른 사업에서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플랫폼 광고 외 수익 창출원이 전무하다는 의미다. 아프리카TV는 2018년 오픈스튜디오를 신설하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아프리카오픈스튜디오’라는 법인을 세웠다. 종속회사 ‘프리캡’에선 소셜트레이딩, 임대 수익을 얻고 있다.
 
 
성과는 그러나 미진하다. 아프리카오픈스튜디오의 경우 순손실 75억원을 냈고, 아프리카TV는 이에 일부 지점을 매각하기로 했다. 회사는 오픈스튜디오 관련 각각 11억원, 5억원가량의 자산과 부채를 덜어내기로 결정했다. 프리캡은 영업수익 10억원 미만, 순손실(2억원) 기조를 나타내는 등 공적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타법인 투자 성적도 물음표를 남긴다. 컴투티비, 블루게임즈 등 회사 5곳은 ‘줄적자’로 인해 지난해 전부 손상차손 처리됐다. 일본, 대만, 홍콩법인도 손실 기조다. 지분율 100%인 ‘아프리카콜로세움’의 경우 순손실이 20억원으로 집계됐다. 프리캡, 아프리카프릭스, 그리고 지지난해 5%가량 지분을 확보한 오지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무적인 건 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서수길 대표가 아직 건재하다는 점이다. 서 대표는 액토즈소프트(052790), 위메이드(112040) 수장을 지냈고, 2013년부터 10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BJ 논란 등 회사 내부 위험요소를 유연히 대처할 경험을 갖췄다. 2019년부터 회사 공동 대표직을 맡은 정찬용 대표도 2011년부터 아프리카TV에 몸담고 있는 ‘성골’이다.
 
다만, 외부에서 암초를 만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개인방송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별풍선 결제 한도를 설정해 청소년 이용자의 과도한 유료 서비스 행태를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순풍을 탄 아프리카TV 주력 사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부경제 매출액 오름세가 정체될 수 있다. 회사 측은 그러나 “2018년 6월부터 일 결제한도를 100만원으로 하는 자율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라며 “미성년자의 경우 충전 가능 한도 금액을 월 22만원으로 제한하고, 부모 동의 없이 결제할 수 없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제재 요인으로 작용하기엔 회사가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있단 얘기다.
 
우회 경로로 별풍선 충전이 가능하단 점은 짚어볼 부분이다. ‘별풍선깡’ ‘대리 결제’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결제한도를 초과하는 경우가 여전히 부지기수다.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런 행각이 빈번해진다면 제도적인 규제로 직결될 수 있다. 회사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김성우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감사로, 정재민 카이스트(KAIST)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김성우 전 홍보수석은 2005~2008년 SBS 보도국장을, 이어 SBS 기획실장과 기획본부장을 지낸 미디어, 방송 업계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정재민 교수는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에 적을 두는 등 미디어 경영에 정통하다. 두 사람을 새롭게 선임한 건 외부 제재에 기민한 대응을 위한 아프리카TV의 포석으로 읽힌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기통신사업법은 발의 단계로 아직 상정되지 않았다”라며 “법이 도입된 후에야 대처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