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호 1년'…LG헬로비전, 사업·노사관계 곳곳서 '난관'
케이블 TV 가입자 이탈·알뜰폰 사업도 내림세
송구영 대표 렌털 사업 통해 반등 모색
현장 근로자 노동 환경 개선 필요…“성실히 협의 중”
공개 2021-04-29 09:3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송구영호 LG헬로비전(037560)이 닻을 올린 지 1년이 흘렀다. 작년 수령한 성적표를 보면, 본업 케이블(CA)TV와 알뜰폰(MVNO) 사업에서 불확실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송구영 대표는 반전 시나리오를 써내고자 다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설상가상으로 노사관계 회복이라는 난관도 직면해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지난해 12월 헬로비전은 CJ(001040)를 떼고 LG(003550)를 붙였다. CJ ENM(035760)에서 LG유플러스(032640)로 최대주주가 변경되고 1년4개월가량 지났다. LG헬로비전 작년 매출액, 영업이익은 1조579억원, 342억원으로 2019년보다 각각 4.9% 줄고, 16.8% 늘었다. 매출 감소와 CATV 시장 경쟁이 과열돼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순손실은 2019년 942억원에서 외려 3128억원으로 간극이 더 벌어졌다. 영업권 손상차손 탓이다. 회사는 2019년 989억원, 지난해 3213억원 손상을 인식했다. 6000억원에 달했던 영업권은 현재 169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비우호적인 업황과 대주주 변경 이후 보수적 재무정책 등이 손상을 야기했다.
 
IPTV와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주력 사업인 CATV의 가입자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내림세다. 작년 CATV 매출액은 5663억원으로 2019년(5829억원)보다 3%가량 소폭 줄었다. 분기별 매출 추이를 보면, 1분기 1439억원, 2~4분기 1408억원으로 일정한 수치를 나타냈다. 성장 정체가 가시적이다.
 
MVNO 가입자도 역시 하락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진출과 이동통신사업자의 선택약정할인폭 증가 때문이다. 2019년 1~4분기 순서대로 566억원, 566억원, 529억원, 527억원이었던 MVNO 영업수익은 지난해 1분기 503억원, 2분기 400억원대로 진입하더니 3, 4분기 각각 425억원, 424억원으로 줄었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LG헬로비전에 대해 “CATV 시장 불황 속 이를 상쇄하는 영업력 개선 효과를 확보할지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며 “이익창출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구영 회사 대표가 꺼내 든 카드는 신사업 구축이다. 송 대표는 신년사에서 렌털, 전기차 충전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이어온 렌털 사업을 통해 반등을 꾀하겠단 전략이다. 헬로비전은 지난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의료기기 판매·임대업’을 사업 정관에 추가하며 성장 동력 확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계열사 간 협업을 노려볼 수도 있다. 그룹 내 LG전자(066570)가 전자기기, 생활가전 등에서 시장 강자로 꼽히는 만큼, 헬로비전과 렌털을 공통분모로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헬로비전은 2016년부터 정수기와 비데, 아울러 TV, 노트북 등 생활가전에서 렌털 상품을 확보했다. 지난달 음식물처리기 ‘헬로비전 그린싱크’를 출시하기도 했다.
 
사업 경쟁력 제고 외에도 짚어볼 부분이 있다. 노무 관련 문제는 특히, 송 대표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송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CATV 프리미엄 서비스를 만들고, MVNO 가입자 순증 전환 등 성과를 이뤘다”라며 임직원들의 그간 노고를 위로했다. 27일 헬로비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직원 수는 1127명, 근속연수는 11년으로 집계됐다.
 
다만 1000명을 웃돈 수치 중, 케이블 설치 수리 기사 등 현장 근로자들은 속해 있지 않다. 이들은 회사 성장 가속을 위해 실제 전장을 누비는 주역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 현장 근로자 900~1000명은 아직 노동자로서 정상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배 구조 개편 후 근로 환경이 점차 개선되길 기대했다”라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 간 불협화음은 방송 사업을 본업으로 하는 헬로비전에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공산이 크다.
 
 
2019년 12월, 회사 수리 기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헬로비전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기사는 일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 기사는 30분 간격으로 일을 배정받고 하루 14건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LG를 등에 업었지만, 사정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40분 내 업무를 마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보통 1건당 1시간 이상은 족히 걸린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CATV 가입자 이탈 추세로 근로자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존 설치 업무 외 철거·해지 현장 업무까지 곁들여져 업무량이 더욱 가중돼서다. 그래서 현장 근로자 시선은 자연스레 노동 환경 개선과 복지 향상에 쏠렸다.
 
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헬로비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부지기수다. 안전 관리 강화 등 업무 환경 개선이 이뤄지려면, 고용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때문에 원청(헬로비전)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입을 모은다.
 
 
작년 3월, 비정규직지부는 LG헬로비전과 ‘고객센터 조합원 고용보장과 처우개선 합의’를 이뤘지만, 회사 측의 합의 파기로 중단했던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접점을 만들었다. 회사와 비정규직지부는 지난달 교섭에 착수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다양한 정규직화 모델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헬로비전에선 인사 관련 임원이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원청은 중장기적으로 타협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먼저 협력업체와 상생해, 단계적인 절차를 밟자는 것이다. 하세월이 걸릴 소지가 있다. 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LG유플러스 한마음지부가 2018년 직접 고용을 쟁취했듯, LG그룹은 이미 정규직화 문제를 사전 학습한 적이 있다”라며 “당장 현장 시설 문제 등 숙제가 산적한데 쳇바퀴만 돌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헬로비전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두고 “노조와 큰 틀에서 합의 후 협의체를 구성했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 중이다”라고 <IB토마토>에 말했다. 이어 “노사 상생 차원에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