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재무부담까지…이병철 KTB증권 회장, 리더십 발휘할까
저축은행 인수·KTB네트워크 상장 통해 사업 다각화 추진
작년 총위험액, 1년 새 25% 증가…효성 등 소송 리스크도 발목
공개 2021-04-21 10: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KTB금융그룹이 회장 체제로 전환하며 경영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병철 KTB금융그룹 회장이 올해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올라선데 이어 권성문 전 회장의 풋옵션 지분 취득으로 최대주주 위치까지 확고히 하며 지배력이 공고해졌다. 특히 자회사 기업공개(IPO)와 업계 7위의 유진저축은행을 끌어안으며 금융투자업계 내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효성중공업(298040)과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 리스크가 남아 있는 가운데 소매금융업 인수에 따른 단기적인 재무 부담과 계열사 시너지 확대는 '이병철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병철 KT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8일 권성문 전 회장의 풋옵션 지분 100만주를 장외 매수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5506원으로 매수 규모는 약 55억원에 달한다. 이번 매매로 이 회장의 보유지분은 종전 20.98%(1409만3905주)에서 22.47%(1509만3905주)로 올랐으며 지난 2018년 KTB투자증권(030210) 경영권을 놓고 벌어졌던 분쟁도 완전히 마무리됐다. 이에 앞서 KTB금융그룹은 주주총회를 통해 이 회장에 대한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지난 2016년 KTB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회장은 5년 만에 대표이사 회장을 맡게 됐다.
 
 
  
이 회장은 커진 지배력을 발판 삼아 조직전열을 정비하고,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민간부동산 투자신탁사를 세우고 부동산금융시장을 개척해왔던 만큼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저축은행 인수다. 지난 15일 KTB투자증권은 유진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유진에스비홀딩스 지분 30%(상장전환우선주 1293만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KTB금융이 국내 금융사 인수에 나선 것은 2001년 KTB신용정보를 품에 안은 이후 20년 만이다. 지난 1972년 대영저축은행으로 문을 연 유진저축은행의 작년 말 기준 총 자산규모 2조 9842억원으로 업계 7위다. 이 회장은 기존 증권·자산운용·벤처캐피탈(VC)·프라이빗에쿼티(PE)·신용정보에 이어 저축은행까지 추가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는) 아직 초기 단계로 실사와 추후 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기존 편제에 저축은행을 더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의 100% 자회사인 KTB네트워크의 연내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 1세대 VC인 KTB네트워크는 그동안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넥스틴, 피플바이오 등에 투자해 1000억원 규모의 회수이익을 얻은 바 있으며 버클리라이츠(Berkeley Lights)와 샤오펑(Xpeng)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작년 말 기준 6260만달러(한화 약 680억원)의 펀드 평가이익도 올렸다. KTB금융은 IPO를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와 투자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회장의 지휘에 조직 전반은 정비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유진저축은행 지분 취득에 따른 재무부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진에스비홀딩스 지분 취득금액은 약 732억원으로 지난해 KTB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760억원)과 맞먹는다. 단기적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될 수 있는 셈이다.
 
동학개미운동에도 KTB투자증권의 자본적정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실제 작년 KTB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NCR)은 403.89%로 전년 동기(397.59%) 대비 6.3%포인트 개선된데 그쳤다. 영업용순자본(5249억원)이 8.75% 늘어난 반면 총위험액(1947억9900만원)은 24.62% 증가한 까닭이다.
 
각종 소송과 신용 리스크도 상존한다. 현재 KTB투자증권은 효성(004800)과의 임무 위배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1심에서 패소해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원고 및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은 모두 10건으로 소송금액은 717억9900만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유진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5년 평균 대출채권 증가율은 19.4%로 금융권의 만기연장 등이 종료될 경우 여신의 자산건전성 저하가능성이 있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732억원을 전액 외부 조달을 통해 취득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현금인수에 따른 일시적 자금부담이 존재한다”면서 “자본적정성 지표 저하가 예상되고 자회사 지분보유가 늘어남에 따라 별도기준 영업용순자본 규모가 줄어들면서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또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회복세에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라며 “(유진저축은행)인수 이후 지분율이 30%에 불과한 상황으로 향후 경영권 확보 등을 위해 추가 지분 취득이 이뤄지는 경우 추가 인수금액에 따른 재무부담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