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피하려 유증 선택한 아이진…지배력 약점 노출
흑자전환 시간 필요…유증 통한 자본확충
관리종목 가능성 차단하며 운영자금 확보
최대주주 지분율 6% 대로…지배력 약화 불가피
공개 2021-04-20 10:0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발생한 아이진(185490)이 결국 자본확충에 나섰다. 재무안정성에 경고음이 울리고 줄적자가 이어지며 턴어라운드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 아래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피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최대주주의 취약한 지분율이 부각되며 자칫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진은 보통주 419만5804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방법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예상발행가액은 주당 1만4300원으로 예상모집총액은 600억원 규모다. 또한 유상증자 후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자기주식 제외)를 대상으로 1주당 0.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이번 유상증자는 운영자금과 시설비용 확보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진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코로나19 예방백신 ‘EG-COVID’, 대상포진 백신 ‘EG-HZ’, 당뇨망막증 치료제 ‘EG-Mirotin’, 심근허혈·재관류 손상치료제 ‘EG-Myocin’ 등의 임상비용과 외주연구비, 시약·재료비, 연구개발 인건비 등 연구개발비와 국내에서 mRNA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시설 구축에 드는 비용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는 아이진으로서는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기업에 현금이 얼마나 순유입됐는지를 나타내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 -78억원 2019년 -96억원, 2020년 -118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필요성이 커진다.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점점 악화되고 있는 재무안정성 관련 지표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이진의 부채비율은 2018년 131.5%, 2019년 148.6%에서 지난해 우량기준(200% 초과)을 넘어선 244.4%까지 치솟았으며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24.1%, 2019년 31.8%, 2020년 34.2%로 적정 수준인 30%를 넘어섰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은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진은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118.7%에 달하는 154억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자기자본의 50%가 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손실을 낼 경우 관리종목 지정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2년 이상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아이진은 지난 2015년 11월 기술성장기업 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 3년간 해당 조항을 미적용 받았지만 현재는 유예기간이 끝난 상태다.
 
해당 요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을 통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을 줄이거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순이익으로 전환하면 되지만 수익성 개선은 현재 아이진의 상황에서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간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2018년 20억원에서 2019년 42억원으로 108.6% 증가했지만 지난해 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8년 -83억원, 2019년 -94억원, 2020년 -13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2018년 -59억원, 2019년 -87억원, 2020년 -149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 도매로는 증가하고 있는 연구개발비 등 판매관리비를 대응하기 힘들다.
 
흑자전환을 위해서는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제품화 성공이나 기술이전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예방백신 EG-COVID은 올해 상반기 1+2a 임상 진입, 대상포진 백신 EG-HZ은 올 하반기 2임상 진입, 심근허혈·재관류 손상치료제 EG-Myocin은 2022년 후속임상을 계획하고 있는 등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자본확충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 요건을 피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돼 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경우 단순 계산했을 때 지난해 말 기준 법인세차감전계속손실 자기자본 비중은 20% 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이다. 현재 아이진의 최대주주는 유원일 대표이사로 8.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배정된 물량의 최대 30%에 대해 참여할 계획인데 30% 청약했다고 가정했을 때 지분율은 6.71%까지 하락하게 된다. 특수관계인과 합한 지분율은 13.53%에서 10.64%로 떨어진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미상환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아이진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중 미상환사채 권면총액은 1회차 39억원, 2회차 10억원으로 전환가능 주식은 각각 31만9671주와 4만5766주이다. 1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1만2200원, 2회차의 전환가액은 2만1850원으로 15일 종가 2만9350원 보다 낮다.
 
증권신고서에서 아이진은 유상증자 후 추가적으로 전환우선주와 전환사채가 전환될 경우 최대주주지분율은 6.57%,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10.42%까지 하락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이진은 당장 경영권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대주주의 추가재원 마련 여부에 따라 청약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진 관계자는 “유상증자 전 13%(특수관계인 포함) 대의 지분율이 유상증자 후 10% 대로 떨어지는 것이 당장 경영권 방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지 않다”라며 “공시된 청약률(30%)보다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금확보를 하려한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