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키운 하이투자증권…업계 최고 우발채무, 아킬레스건 되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137%…우발채무, 1년새 47.5% 급증
교보·현대차·유안타 신용등급 줄상향에 소외…건전성 관리 경고등
공개 2021-04-20 09:3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하이투자증권의 우발채무 비중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발채무는 장래에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경우 채무가 되는 것으로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100%를 넘은 증권사는 작년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1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발목을 잡으며 신용등급과 아웃룩(등급전망)이 정체된 상태다. 유사한 규모의 다른 증권사들이 우발채무 비중을 크게 줄이며 신용등급과 아웃룩이 상향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우발채무 잔액은 1조4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776억원)에 견줘 47.5% 증가한 규모로 우발채무 비중은 자기자본(1조596억원) 대비 136.8%에 달한다.
 
하이투자증권의 우발채무는 2018년 7590억원에서 3년 연속 증가세다. 대전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 팸스평택캠프 복합물류센터 등 부동산 PF에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영업이익(1302억원) 가운데 기업공개(IPO), 부동산 PF 등 IB부문의 이익은 710억6698만원으로 전체의 54.6%를 차지하고 있으며 위탁매매부문과 자기매매부문은 각각 25.4%, 16.5%로 조사됐다.
 
 
 
채무보증은 우발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확정될 수 있는 불확정 채무로, 그동안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부동산PF 대출과 보증업무를 취급하면서 2016년 말 11조원에서 2019년 말 18조3615억원까지 채무보증을 늘렸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상대로 부동산PF 테마검사를 진행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함에 따라 채무보증 규모는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실제 메리츠증권(008560)의 우발채무 규모는 2019년 말 8조5328억원에서 작년 말 4조880억원으로 52% 줄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006800)의 우발채무잔액은 30.96% 감소했으며 NH투자증권(005940)(-26.4%), 키움증권(039490)(-21.7%), 신한금융투자(-15.7%)의 잔액도 쪼그라들었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우발채무 비중이 자기자본을 넘는 곳은 하이투자증권이 유일한 상태다. 작년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우발채무 비중은 22.1%로 가장 낮았으며 대신증권(003540)(32.7%), NH투자증권(47.2%), 현대차증권(001500)(57.8%), 한국투자증권(63.5%)도 100%를 하회한다.
 
하이투자증권은 비공동주택으로 사업장을 다변화하고 단기매각(셀다운)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신용등급을 제고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은 A+로 자기자본 1조원대 증권사인 현대차증권과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003470) 등의 신용등급과 아웃룩이 잇달아 상향 조정된 것과 대비된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2018년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을 A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한 이후 평가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기업평가도 A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내외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부동산PF에 공격적으로 나선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나온 셈이다.
 
신평업계에서는 등급변동 하방 요인으로 우발채무를 지목하고 있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자본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자기자본투자(PI)성 투자와 자체 헤지 주가연계증권(ELS) 익스포저가 축소 또는 정체 양상을 나타낸 데 반해 하이투자증권의 우발채무와 자체 헤지ELS 잔액은 전년대비 상당폭 증가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동종업체(Peer) 대비 양적 부담이 크고 무등급PF 중심의 우발채무 구성, 여전히 높은 자본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잠재 재무부담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IB 영업력 강화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우발부채 등의 위험 익스포저 부담이 커지고 자본적정성 지표도 하락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우발부채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로 구성돼 있어 부동산 경기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수익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우수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총량으로만 보면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높지만, 부동산 PF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비중이 80%가 안 된다”면서 “그룹 차원에서 감내할 수 있는 PF한도를 설정한 상태로, 부동산 사업장을 선정할 때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조건 비중만 줄이면 수익이 발생하는 기회를 잃게 되는 우려도 있다”라며 “내부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방침을 준수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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