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에 흔들리는 오비맥주, 불매에 고배당까지…이미지에 '독'
과거 대비 시장점유율, 오비맥주 '하락' vs 하이트진로 '상승'
외국계 모기업 수천억 배당·불매운동…부정적 영향 우려
공개 2021-04-13 10:0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맥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2019년 하이트진로(000080)가 출시한 ‘테라’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오비맥주를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오비맥주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점유율이 과거 대비 10% 떨어졌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소비자와 상생을 저버리고 가격을 올리자 전국 유흥업소와 단란주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 점도 향후 경영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키운다. 여기다 외국계 최대주주에 건네지는 수천억원대 배당금도 부정적 이미지를 더한다.
 
배하준 오비맥주 사장이 올 뉴 카스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출처/오비맥주
 
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2019년 3월 출시된 지 2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16억5000만병(2021년 3월21일 기준)을 넘기며 출시 첫해 대비 105%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판매량은 전년 대비 78% 증가했고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판매한 물량이 120% 늘었다.
 
테라의 성장은 하이트진로 전체 맥주 부문도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맥주 부문 전체 판매량이 2019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가정 시장은 판매율이 23% 이상 성장했다.
 
현재까지 국내 맥주 시장 1위 자리는 오비맥주가 지키고 있다.
 
그러나 2018년 20%대 수준이던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테라 출시 이후 점차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가정용 맥주시장서 점유율(발포주 포함·판매량 기준)은 32.9%로 나타났다. 2년 새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한 셈이다. 이베스트증권은 전체 맥주시장 기준으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이 40%까지 올라왔고 올해는 2∼3%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난 7~8년간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50~60%를 차지했던 오비맥주의 경우는 49.5%로 과거 대비 약 10%포인트 하락했다. 여전히 맥주 시장 점유율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 수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발포주 제외 기준 여전히 시장 점유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는 등 과거 대비 변동폭이 크지 않다”라며 “테라가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지만 과거 ‘하이트’ 만큼 치고 올라가지는 않는 상황으로, 오비맥주의 1위 자리를 위협한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비맥주는 쌀맥주 ‘한맥’을 출시해 하이트진로 테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맥은 고품질 국산 쌀을 사용, 테라의 호주 청정 맥아에 국산쌀이라는 원재료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업계서는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의 기세를 꺾기 위해서는 이미지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오비맥주의 최대주주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AB InBev)다. 문제는 외국계 모기업을 둔 오비맥주가 한해 순익을 훌쩍 넘는 금액을 2년에 한 번꼴로 배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억대의 배당금이 외국계 기업에게 유출되는 등 배당금만 중요시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실제 AB인베브는 2015년 3700억원, 2018년 3450억원, 2019년 4390억원 등 배당을 통해 총 1조1540억원을 본사로 가져갔다. 같은 기간 오비맥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37억원, 3806억원, 2743억원이었다. 특히 2019년에는 영업이익(4090억원)보다 많은 배당(4390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오비맥주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2019년 말 남아시아 지역 사장이었던 배하준(벤 베르하르트) 대표를 긴급 투입했다. 배 대표는 오비맥주 대표에 오른 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최근 주류세 인상에 따라 단란주점 등에 유통하는 일부 제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1.36% 올려 전국 유흥음식업·단란주점업계의 거센 반발과 직면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주류업계서 유일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자영업자들의 불매운동과 1인시위 등이 향후 오비맥주의 이미지와 시장 점유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자영업자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