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바이오 '두마리 토끼' 쫒는 드래곤플라이…자충수 될라
지난해 영업이익 약 1억원으로 관리종목 지정 위기 ‘해소’
캐시카우 ‘스페셜포스’ 매출 지속 감소…수장 교체로 반등 모색
본업과 무관한 신사업?…드래곤플라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
공개 2021-04-12 10:0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정통 게임회사 드래곤플라이(030350)가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덜어내며 한숨을 돌렸지만 게임 경쟁력 제고와 적자 탈출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게 남았다. 드래곤플라이는 수장 교체를 단행하면서 반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지껏 공을 들인 게임과 무관한 바이오 사업으로 무게추를 기울인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두 사업 간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드래곤플라이는 반도체 제조, 판매를 영위하고자 1990년 설립된 회사다. 1997년 코스닥에 상장한 위고글로벌이 2009년 흡수합병 후 현 체제를 갖추게 됐다. 회사는 ‘배틀그라운드’ 조상 격인 ‘스페셜포스’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FPS게임 선두 기업이다. 2010년 영업이익 100억원을 웃돌며 외형성장을 일구는 듯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주춤하더니, 2013년 한 자릿수 영업이익(2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17~2019년 영업손실은 순서대로 55억원, 59억원, 43억원이다. ‘줄적자’가 이어진다면, 관리종목 지정(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불가피했다. 회사는 기사회생했다. 7일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영업이익은 약 9873만원으로 집계됐다.
 
 
마냥 좋아할 순 없는 실정이다. 재무지표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서다. 작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019년 대비 38% 감소한 38억원, 순손실은 82억원으로 전년보다 간극이 더 벌어졌다. 배당 여력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은 -54억원, 자체 현금조달력을 나타내는 내부순현금흐름(ICF)도 2019년 -30억원에서 지난해 -63억원으로 악화했다.
 
게임 화력은 불씨를 잃었다. 작년 매출(38억원) 가운데 95%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매출(36억원)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무엇보다 국내 매출이 26억원이다. 태국, 중국이 각각 7억원, 1억원 등 수익을 냈다. 내수 시장 중요도가 높다는 얘기다. FPS 장르는 ‘서든어택’(넥슨)과 배틀그라운드(크래프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런 기류에서 드래곤플라이를 지탱하는 건 소수 유저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개발 자회사 파라리얼리티튭은 순손실 45억원을 기록하며 회사 기여도에선 낙제점이다. VR·AR(가상·증강현실)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등수를 논할 성적표는 아니다. 스페셜포스에 VR을 이식했고, 지난해 ‘신비아파트 G파인더’를 선보였다. 업계 최초로 VR테마파크를 오픈하기도 했다. 다만, 작년 기타사업 부문 매출액은 2억원이다. 
 
 
꺼내든 카드는 인적 쇄신이다. 작년 11월, 반도체 장비업체 시스웍(269620)이 드래곤플라이 지분율 18.62%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시스웍은 의료기기 전문업체 비비비를 최대주주로 뒀다. 드래곤플라이 새 대표는 김재식 비비비 부사장이다. 회사 창업자이자 수장이었던 박철승 대표는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사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박 전 대표 형인 박철우 이사에서 권석홍씨로 사내이사 자리에 미동이 포착됐다. 사업 구조에 유동성을 줘 2012년부터 지속한 순손실 기조를 탈피하려는 전략이다. 김재식 신임대표는 2016년부터 비비비 부사장을 맡아왔다. 비비비는 의료기기 전문업체로, 드래곤플라이 본업(게임)과 동떨어진다. 양방 간 시너지 여부가 자연스레 화두에 오른다.
 
30년간 무게를 둔 게임 사업과 의료·바이오 부문이 교집합을 찾아갈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본업 성과가 가시권에 진입하지 않은 데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스페셜포스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드래곤플라이 연구개발비용 추이를 보면 2018년 매출액 대비 86% 비중을, 매출 약 50~60% 비중인 37억원, 20억원가량을 2019~2020년 게임에 투자했다. 아직 뚜렷한 결실은 맺지 못했다.
 
직원 대부분도 게임 관련 인력이다. 숫자는 연신 내림세다. 작년 결산 기준 임직원 수는 총 26명, 근속연수는 1.17년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순서대로 58명, 2.72년, 이어 그해 연간 기준 36명, 2.36년에서 더 줄었다. 이 와중에 드래곤플라이는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사업 진출을 알렸다. 또, 서울 송파구에 있는 토지·건물 양수 계약을 비비비와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65억원으로, 회사 작년 매출액을 30억원가량 상회하는 규모다. 회사는 이 밖에 지난해 5월엔 성장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티이바이오스에 10억원을 투자, 지분율 2.70%를 확보하기도 했다. 반등 의지를 내비친 건 고무적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서렸다. 본업에 대한 그간 투자 공적이 전무하면서 신사업마저 지지부진하다면, ‘양토실실(兩兎悉失)’의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스웍이 사업 변환 위험을 유연히 메울만한 외형도 아니다. 작년 영업이익은 7300만원으로 1억원 미만이다. 물론 순이익은 23억원, 아울러 현금성자산은 215억원으로 안정권에 있다. 그러나 잠재채무를 더한 조정차입금은 260억원 이상이다. FCF와 ICF도 각각 -160억원, -384억원으로 마이너스 구간(-)에 있어 자정능력이 떨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업 다각화와 경영성과’ 보고서에서 본업과 관련한 사업 영역 확장은 기업의 수익률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성이 없는 사업 영역 확장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없을 만큼 미미한 것으로 진단됐다. 신사업 구축을 위해선 본업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선수 돼야 한다는 전망이다.
  
드래곤플라이 측은 사업 전환이 아닌 연계라고 역설했다. 두 사업을 별개 영역으로 볼 수 없단 의미다. VR·AR 관련 기술을 바이오에 접목해, 회사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유 역량이 바이오 사업에 스며든다면, 곧 좋은 결과를 시현할 것”이라며 “윤곽이 드러나기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은 시간이 흐르면 열기가 식기 마련”이라며 “출시 17년차인 스페셜포스는 충성 고객을 지닌 게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철승 전 대표는 회사 고문으로 여전히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