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는' LG생건 차석용호 vs '좌초 위기' 아모레 서경배호
차석용 부회장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vs 서경배 회장 ‘오프라인 매장·화장품 집중’
LG생건 매출·영업익 2%·4% 성장…아모레 21%·67% 감소
아모레퍼시픽 ROE·ROA·ROIC 0%대…외형·수익성·현금흐름 지표 뒤처져
공개 2021-04-08 09:30:00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국내 화장품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서경배 회장과 LG생활건강(051900)의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 성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LG생활건강은 수년간 꾸준한 외형·수익성 성장세가 이어진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인 정체·하락기를 겪고 있다. 이 같은 부진에 K뷰티 대표주자로 꼽혔던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라는 악재로 실적이 급감하며 1위 타이틀을 LG생활건강에게 뺏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서경배 회장이 그동안 전개한 경영전략이 부진한 실적을 초래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왼쪽)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8445억원, 영업이익 1조22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3.8% 증가했다. 최대 실적을 경신했을 뿐 아니라 16년 연속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2% 증가한 8131억원,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15.6%을 기록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4조4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6.6%나 급감한 1430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238억원에서 219억원으로 90.2%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7.7%에서 3.2%로 4.5%포인트 하락했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영업이익(위)·당기순이익 추이 비교표.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양사의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은 외형·수익성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정체·하락하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LG생활건강 2015년 기준 매출 5조3285억원에서 2020년 7조8445억원으로 47% 크게 성장했고 아모레퍼시픽은 4조7666억원에서 4조432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 매출액 성장률(YoY)은 LG생활건강 2%, 아모레퍼시픽 –20%다.
 
영업이익은 더 극명하게 갈린다. 2015년 기준 LG생활건강 영업이익은 6841억원에서 지난해 1조2209억원으로 78% 증가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7729억원에서 1430억원으로 81% 급감했다. 2020년 기준 영업이익 성장률(YoY)은 LG생활건강 4%, 아모레퍼시픽 –67%다.
 
당기순이익 역시 LG생활건강은 2015년 4704억원에서 8131억원으로 73% 증가했고, 아모레퍼시픽은 5848억원에서 219억원으로 96% 주저앉았다.
 
실적뿐 아니라 수익성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0년 기준 LG생활건강이 16.8%, 아모레퍼시픽은 0.5%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2015년(22.2%) 대비 5.4%포인트, 아모레퍼시픽은 17.3%에서 0.5%로 16.8%포인트 하락했다. 양사 모두 해당 수치가 하락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LG생활건강이 압도적으로 높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ROE(위)·ROA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신용평가사
 
전체 영업자산에 대비한 순이익을 측정하는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LG생활건강 12%, 아모레퍼시픽은 0%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은 2015년(11%) 대비 1%포인트 상승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13%에서 0%로 곤두박질쳤다. 해당 지표는 기업이 얼마나 자산운용이 효과적이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영업활동에 투입된 자본 대비 어느 정도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는지를 판단하는 투하자본수익률(ROIC) 역시 LG생활건강은 12%, 아모레퍼시픽은 0%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ROE·ROA·ROIC 지표 모두 0%를 기록한 것이다.
 
밸류에이션 지표인 PBR(주가/주당순자산가지), PSR(주가/주당 매출액)은 LG생활건강이 각각 5.3배, 3.2배,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2.7배로 나타났다. 영업현금흐름(OCF)의 경우 LG생활건강은 1조48억원, 아모레퍼시픽은 5544억원으로 기록됐고 잉여현금흐름은 각각 4860억원, 3394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적·수익성·현금흐름 모두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차석용 LG생건 부회장, 공격적인 M&A 전략…위기 속 빛 발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화장품·생활용품·음료사업으로 3각 편대를 구축했고 그 결과 사드(THAAD)·한한령·코로나19 등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 영업이익(8228억원)은 전년 대비 8.3% 감소했지만 생활용품·음료 부문 매출·영업이익이 성장해 화장품 사업 부진을 상쇄할 수 있었다. 지난해 생활용품 사업 영업이익은 2053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성장했다.
 
차 부회장은 2004년 12월 대표이사 취임 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와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 영진약품(003520) 드링크사업 등을 사들이며 식음료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더페이스샵, 바이올렛드림, 긴자스테파니, CNP코스메틱, 제니스 등을 인수합병해 화장품 사업을 키웠다. 차 부회장 취임 전 생활용품이 70%를 차지하던 사업 비중은 현재 화장품 60%, 생활용품·음료 40%로 골고루 분배됐다.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안정화된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몸집을 키운 LG생활건강은 16년 연속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취임 후 꾸준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차 부회장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봤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 된다.
 
발 빠른 디지털 전환과 프리미엄 브랜드 집중 전략도 빛을 발했다.
 
LG생활건강은 2018년 사드 여파로 중국의 한한령이 시작되며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 판매가 급감하자 더페이스샵 매장 130개를 철수하는 등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하고 온라인 전환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프리미엄 브랜드 ‘후’·‘숨’·‘오휘’ 등을 전면에 내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 결과 중국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중 80% 이상을 ‘후’가 차지한다.
 
디지털 전환과 프리미엄 브랜드 집중 결과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서 후·숨·오휘 등 6개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174% 급증한 2600억원으로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글로벌 트렌드인 클린뷰티, 더마화장품의 대표 브랜드들은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색조는 럭셔리 대표라인 자산을 활용함과 동시에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라이브커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네이버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경배 아모레 회장, 화장품 사업 고집‘뚝심경영’ 독 되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화장품에 집중하는 ‘뚝심경영’을 고집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부문 비중은 화장품 87%, 생활용품 13%다.
 
화장품 사업에 집중하는 서 회장의 경영전략은 사드·한한령·코로나19 등 위기가 이어질 때마다 타사보다 큰 실적 타격을 입는 등 독으로 돌아왔다.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한 것도 실적 하락 폭을 키웠다. 서 회장은 경쟁사들이 매장 축소·온라인 전환에 나설 때도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오프라인 판매처 비중이 52%인 반면 온라인·홈쇼핑 매출은 15%에 불과했다.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해왔던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코로나19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실제 로드숍 주력 브랜드 이니스프리, 에뛰드의 매출 감소로 인한 타격이 컸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매출액이 3486억원으로 전년보다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89% 줄었다. 에뛰드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1113억원, 영업이익은 180억원 손실을 입게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동남아·북미·유럽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매출 비중 가운데 중국이 80%를 차지하는 등 의존도가 커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화장품 사업의 경쟁력 강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메이저 플랫폼과의 협업을 강화, 이커머스 매출을 30%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며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개발·생산·경영관리 등에서 디지털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체험과 소비자 관리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체질을 혁신하고 남성 화장품·맞춤형 뷰티 등 신성장 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