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못믿겠네…가온미디어, 주가와 거꾸로 가는 '실적시계'
자회사 가온브로드밴드 상장 추진과 주가 상승 등 호재
리딩투자증권 “지나친 저평가”…고PER·수익성 악화 두드러져
가온미디어 측 “온라인 시스템 구축·가격 변동성 헤지 수단 마련”
공개 2021-04-01 10:00:00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셋톱박스와 네트워크 장비 제조, 판매 업체인 가온미디어(078890)가 현 주가보다 4배 이상 높은 증권사의 목표주가에 투자자의 시선을 끌었다. 주가도 연초 6000원대에서 지난달 1만원 고지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가운데 목표주가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며 저평가 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주가 급등 덕분에 나우IB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라이노스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보유하고 있던 가온미디어의 9회차 전환사채(CB)를 모두 주식 전환하며 50%가량의 차익을 얻었다. 하지만 가온미디어의 영업실적은 거꾸로 위축되고 있고, 수익성 지표도 감소세가 가파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환경과 원재료 가격의 상승 역시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코로나19 창궐로 언택트 문화가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고 셋톱박스 등 관련 장비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가온미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셋톱박스, 네트워크 장비 제조를 주사업으로 영위하기 때문이다. 자회사 전망도 밝다. 지난해 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가온브로드밴드는 미래에셋대우(006800)를 주관사로 정하며 최근 기업공개(IPO) 예열을 시작했다.
 
이 같은 요인들이 투자 심리에 반영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6000~8000원대를 서성이던 가온미디어 주가는 지난달 1만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장중 한때 1만50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주가는 1만2000~1만3000원대를 유지 중이다. 전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63.08배(이하 29일 종가 기준)다. 가온미디어와 비슷한 외형의 머큐리(100590) PER은 17.98배, 휴맥스(115160)유비쿼스(264450)가 각각 5.56배, 14.13배로 가온미디어는 동종업체 대비 크게 고평가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한 증권사는 가온미디어의 목표주가를 크게 올려잡았다. 한유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통신 장비 업체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됐고 자회사(가온브로드밴드) 가치만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라며, 가온미디어의 목표주가를 5만3400원으로 제시했다. 이날 종가(1만2150원) 대비 336% 높은 수준이다. 목표가는 PER 33배를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 1619원에 곱한 값이다. PER은 수정주가(6380원)를 작년 EPS(194원)로 산정한 수치를 적용했다. 최근 전환청구권 행사주식수(24만7035주)를 포함한 발행주식수 1531만6776주를 해당 주가에 대입해보면, 시가총액만 8000억원을 웃돈다. 현재 시가총액인 1800억원 보다 4.5배가량 불어난 수준이다.
  
우호적인 업황과 시장 지배력 확보에도,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선 사업 전망과 실적 추이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5만3400원의 목표주가 역시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려가며, 동시에 실적 성장이 지속돼야 써낼 수 있는 시나리오란 얘기다. EPS 추정치(1619원)는 최근 회사 총 발행주식수(1531만6776주) 대비 순이익이 약 250억원에 달해야 한다. 지난해 20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올해 12.5배나 더 증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가온미디어는 성장 기폭제를 두루 갖췄다. 인터넷TV(IPTV) 가입자를 기반으로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카카오(035720)와 협업 관계를 구축 중이다. 해외 기업과의 관계도 견고하다. 중동 지역 최대 통신사 에티살랏(Etisalat)에 3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셋톱박스를 이달 공급할 방침이다. 유럽, 중남미 등 지역에서도 영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자회사(가온브로드밴드)는 올 초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 사업으로 시행되는 ‘전국 학교 공공 와이파이 구축 사업’의 와이파이 6 무선공유기 공급을 수주했다. 헝가리 1위 통신사업자인 헝가리텔레콤과 와이파이6 관련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해 아리송했던 성적표다. 가온미디어의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4831억원, 영업이익은 68% 감소한 9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원가(4137억원)와 판관비(602억원)를 전년 대비 10% 이상 절감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벌어들인 돈이 줄어서다. 순이익(20억원)도 2019년 대비 9% 쪼그라들며 균열이 났다.
 
 
재무 유동성 지표인 유동비율은 194%로 안정권이다. 다만, 머큐리의 지난해 실적과 단순 비교해보면 물음표를 던질만하다. 머큐리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난 34억원, 순이익은 250% 이상 개선한 82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동비율도 가온미디어보다 20% 이상 높은 220%로 책정됐다.
 
작년 실적 내림세는 무게추를 수출로 옮긴 영향이 컸다. 네트워크 부문 내수 시장 매출은 약 26억원, 수출로 벌어들인 매출은 998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 비중이 98%로, 2019년 79% 대비 간극이 더 벌어졌다. 내수 판매 대비 채권회수기간이 긴 수출 비중이 늘어난 점은 위험 요소다.
 
가온미디어 매출채권회전율은 2018년 4.49회에서 다음 해 3.93회, 지난해 3.05회로 꾸준히 감소했다. 작년엔 장기매출채권 46억원이 추가로 인식됐다. 회전율 감소는 회수 기간이 길어져,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을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대손 위험이 증가하며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가온미디어 총자산이익률(ROA)은 0.63%로 2019년보다 4.99% 감소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1.85%로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며 저조한 수치를 보였다. 순이익이 줄어서다. 주 원재료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전 세계 시장에서 연신 오름세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비 높아진 원재료 가격 변동성을 감안하면 운전자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올해 재무지표 개선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가온미디어는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셋톱박스를 구매하면서 수요가 창출되는 사업 구조”라며 “전방 유료방송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라고 했다. 또, “셋톱박스 시장을 이어가기 위해 방송사업자들의 신규 가입자 유치가 필요하지만, 방송시장의 빠른 트렌드 변화가 업계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온미디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 회사가치를 측정할 순 없다”라며 “때문에 회사는 변동 위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작년 수익성이 악화한 건 수출 비중이 늘어났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려 원활한 영업활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40~50곳의 주요 해외 거점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을 최근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매출채권회전율이 감소한 데 대해선 성장이 정체돼 회수기간이 늘어난 중남미 등 시장엔 무게를 줄이고, 유동성이 확보된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관계자는 “가온미디어 주요 거래처는 시장 내 견고한 위치를 자랑하는, 다시 말해 안정성이 보장된 회사”라고 했다.
 
원재료 가격 변동성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 역시 마련했다. 관계자는 “메모리 가격이 치솟아, 지난해 원재료 1년 치를 선구매해 시장 위험을 막을 수 있게 됐다”라고 했다. 덧붙여 “순이익 10% 이상 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