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현 기자] 한때 음원 플랫폼 강자로 불렸던
NHN벅스(104200)가 맥을 못 추리고 있다. 2017년 고꾸라졌던 NHN벅스는 이듬해 회생한 데 이어 2019년까지 순항을 탔지만, 지난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점유율은 5% 미만으로 후발주자에도 뒤처졌고, 아슬아슬하던 실적은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균열이 생겼고 자회사들 마저 적자 늪에서 허우적대는 모양새다. 음원 플랫폼 살리기 외 자정력을 기를만한 주춧돌이 필요한 가운데, 새로 선임된 왕문주 대표가 회생을 위한 히든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NHN벅스 재무지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N벅스의 2020년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은 687억원, 1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80%가량 쪼그라들었다. 순이익(-45억원)은 2017년(-54억원) 이후 3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40.7%, 3.2%로 안정권이지만, 잉여현금흐름(FCF)은 19억7000만원가량으로 100억원을 훌쩍 넘던 2019년 대비 약 81% 감소해 배당 여력이 대폭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회사 총자산순이익률은(ROA)은 지난해 마이너스(-) 4.8%,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같은 기간 -5.8%로 집계됐다. 회사 보유 자산과 자기자본 대비 수익성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다. 본업 부진 탓이다. NHN벅스가 돈을 벌어들이는 경로는 B2C, B2B 사업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벅스 플랫폼을 통한 음원서비스, 후자는 음원 유통과 연예인 매니지먼트(엔터테인먼트) 부문이다.
작년 B2C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 줄어든 427억원, 영업이익은 70%가량 감소한 9억원으로 집계됐다. 음원 플랫폼 경쟁이 과열돼서다. 벅스는 멜론, 지니뮤직, 플로, 아울러 유튜브뮤직, 바이브와 혈전을 치러야 한다. 최근 국내 시장에 상륙한 스포티파이도 있다. 지난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의 멜론이 약 30~40%,
KT(030200)의 지니뮤직이 25~30%,
SK텔레콤(017670)의 플로가 20%가량 점유율을 나타냈다. 벅스 점유율은 5% 미만으로 후발주자인 유튜브뮤직, 바이브에도 뒤처졌다.
음원 서비스는 멜론, 지니뮤직과 ‘시장 3강’을 시현했던 회사 원류 사업이다. 계륵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막연히 수혈하기엔 위험요소가 따른다. 수익 창출에 대한 경우의 수를 늘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업 구조상 한계점이 명확하다면, 차선책을 통해 뒷심을 발휘해야 한다. 반등 시나리오를 써낼 카드는 B2B가 될 것으로 보인다. NHN벅스는 연결 종속 회사로 하우엔터테인먼트, 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를 장착하고 있다.
다만, 첨병인 자회사들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실정이다. 하우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이 262%, 영업수익이 20억원에 달하지만, 순손실만 10억원을 웃돈다. 회사 가치도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하우엔터테인먼트 영업권은 지난해 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 손상차손으로 즉시 비용 인식돼 회사 재무상태에 흠집을 냈다.
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도 순손실 13억원가량으로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동비율, 영업수익은 각각 65%, 5억원으로 외려 하우엔터테인먼트보다 부침을 겪는 듯 보인다. 뿐만이 아니다. 지분율 21.69%를 확보해 공을 들인 티엔엠미디어는 경영 악화에 따라 전액 손상차손으로 계상해 장부가액이 ‘0’으로 수렴한다. 미디어라인엔터테인먼트엔 2019년 5억원을 추가로 수혈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속해서 적자 기조를 유지한 데다 미반영 손실 누계액이 3억원을 상회한다.
그룹 모모랜드 소속사(엠엘디엔터테인먼트) 이사를 회사 수장으로 선정한 건 최근
에프엔씨엔터(173940)와의 합작 행보와 맞물려 B2B에 무게를 두겠다는 NHN벅스의 전략이다. 전날 회사 주주총회 결과 양주일 NHN벅스 대표가 물러나고, 왕문주 엠엘디엔터테인먼트, NHN티켓링크 대표가 회사 새 대표로 선임됐다. 이동원 티켓링크 경영전략실장(CFO) 겸 NHN벅스 재무팀장은 회사 사내이사에 올랐다. 공통분모는 이사진 모두 투자·재무에 정통하다는 것이다.
금번 인적 쇄신은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또, 뾰족한 결과가 없던 그간 투자 행보에 대한 누수를 메워 수익성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NHN벅스를 두고 “굴곡이 큰 회사”라며 “선별적 투자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NHN벅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음원 유통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추천 서비스를 고도화해 음원 경쟁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며 “신규 투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지만, 엔터 관련 사업도 올해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역설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